중금 1 - 왕의 목소리
임정원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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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궁궐 안에 직책 중에 '중금'이라는 역할이 있는 줄 처음 알게 해 준 책이다. 중금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 보더라도 단지 '임금을 시종하며 전갈하는 일을 맡았는데 15세 이하의 동자(童子)로 이를 삼았음' 또는 '심부름꾼' 정도로만 검색되었다. 검색된 글만 보면 허드렛일을 하는 보잘 것 없는 직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중금』을 통해 그 역할의 비중과 중요도에 대해 알게 되었다. 

 

293쪽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중금이란,

 

임금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하는 직책

어성을 대신하는 직책 : 왕의 목소리

문서로 남겨서는 안 되는 왕의 의중을 전하는 직책 : 왕의 입

내시가 총괄하는 내반원 소속이지만 사실상 독립적인 기관

 

우리가 흔히 사극 드라마에 보면 왕의 지근거리에서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내시, 궁녀들로 알고 있지만 그 무리 중에 '중금' 이라는 사내들이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중금은 타고난 음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외모도 준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학문적 성취와 무예에도 출중해야 했다고 한다. 왕의 안전을 위해 지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사람들을 무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중금' 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중금은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의 숨은 의중을 파악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금』 1권 초반부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중금으로 신효명과 이재운이 등장한다. 임금이 인정전에 행차하여 국가의 기념일을 주재할 때 참석하는 수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귀에 담아내는 일들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목소리만 듣고도 혹시나 왕을 해하려는 세력들이 아닌지 분간하기 위함이다. 결국 중금 신효명과 이재운은 당일 행사 때 왕을 살해하려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속에 숨어 있었던 이를 찾아내는 역할을 하면서 중금의 존재성을 드러낸다. 

 

중금 중에 특히 왕의 비밀스런 유지를 특별히 전달받는 이가 있으니 바로 '국금'이라고 불린다. 『중금』 1권에서 몸이 유약한 경종이 이재운이라는 중금에게 국금의 역할을 맡긴다. 자신 다음으로 이어지는 후대의 임금들에게 국가의 운영 방향에 대해 자신의 뜻을 육성으로 남긴다. 오늘날로 보자면 녹음을 해 두려고 한다. 믿을만한 중금에게 '국금'을 전달하면서 1급 비밀과도 같은 내용이 끊기지 않고 전해지도록 한다. 

 

경종과 영조로 이어지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 왕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는 신하들의 발빠른 정치셈법들이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 나타난다. 어디 시대나 정치에 깊숙히 발을 담근 이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음모와 술수를 동원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 이재운 중금을 대신하여 신효명 중금이 참수를 당하며 이재운 중금은 이름없는 이로 이십여년을 살다가 자신의 목숨이 다할 때가 되었다고 여겨졌을 때 아들 이지견에게 국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임무를 맡긴다. 『중금』 2권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지견이 중금에 임명되어 선대 임금이 비밀스럽게 남긴 '국금'을 전하는 과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 와중에 방해하는 세력도 나올 것이며 백성의 안위를 먼저 살피는 의로운 신하들도 나올 것일 것이다. 

 

먼 과거에 일어났던 궁중 안의 비하인드스토리가 현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져 주는 교훈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읽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사람의 목소리'가 곧 그 사람의 됨됨이임을 강조하고 있다. 목소리를 통해서 그 사람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나의 목소리는 어떨까? 내 목소리는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마의상법에서 관상의 완성은 목소리라고 보지요. 다른 것을 다 갖추어도 목소리가 나쁘면 상스럽다고 합니다" (219쪽)

 

사람들을 만날 때 얼굴과 목소리가 정반대로 느껴지는 분들이 간혹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주로 쓰다보니 마스크를 쓸 때와 벗었을 때의 모습이 잘 매칭이 안 되는 것처럼 목소리와 얼굴이 잘 맞춰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만큼 목소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정한 인물이 아닌 궁중 안에 왕을 보필하는 '중금' 이라는 역할을 가지고 장편소설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부분이다. 아마 독자들도 그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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