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
조금숙.선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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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지망생이 귀농을 하겠다고 선언하다!

 

귀하디 귀한 아들 놈이. 그렇게 공부시키고 이제 세상이 알아주는 벼슬을 목 전에 두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귀농을 하겠다는 아들이 있다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영혼을 갈아 변호사 되겠다며 노력은 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막상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래도 한 번 변호사 시험에 도전해 봐야겠다며 토할 때까지 책을 펼치고 노력했었는데 결국은 낙방하고 이제서야 가슴 한 켠에 숨겨 놓았던 귀농의 꿈을 살며시 풀어 놓는 아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보면 엄마나 아들이나 모두 착찹하고 고요 속에 뭔가 불안함이 맴돌지 않을까 싶다. 

 

하던 공부 때려치우고 이제 부모가 계시는 시골에 가서 농사 지으면 살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편지지에 꾹꾹 눌려 보낸 아들과 처음에는 놀라는 가슴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아들과 속 마음을 터 놓고 편지를 왕래하면서 그간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안쓰러움과 함께 힘든 길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당차게 설계하며 포부를 말하는 아들이 믿음직스러워지고 이제는 귀농한 선배의 마음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오는 아들에게 누구보다도 더 차근하게 좋은 팁들을 알려주는 엄마의 서신 왕래가 읽는 내내 마음을 뜨겁게 하고 정겨운 모자간의 관계를 느낄 수 있어 시골에 혼자 계신 어머니를 더욱 생각나게 한다. 

 

귀농이 인생의 실패의 흔적이 아님을 청년 아들은 일치감치 깨닫는다. 겉으로 보이는 외양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혹독한 로스쿨 공부와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꼈다.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삶도 깊숙히 드려다보면 불행이며 자신의 주체적인 삶이 아닌 쫓기는 삶임을 누구보다도 청년 아들은 더 잘 안다. 자신을 숨기기보다 남들에게 있어 보이려고 하기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농부의 길을 걸어가고자 엄마와 아빠를 설득한다. 아니 호소하며 먼저 귀농의 길에 접어둔 부모를 이제는 자신이 팔을 걷어 도와드리겠다고 요청한다. 

 

즉흥적인 결단이 아닌 것은 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와도 오랫동안 귀농에 대해, 앞으로 미래에 펼쳐질 자신의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결국 찾아던 종착지는 시골임을 서로가 재차 확인하며 시골에 있는 부모에게, 시부모에게 정중히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 속에 일찍 철이 든 청년 부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잠시 잠깐 머무는 농촌의 풍경과 오랫동안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야 할 농촌은 분명 다르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에 고생이라는 단어를 마음팎에 새기고 청춘이라는 무기로 한 번 도전해 보겠다는 의기양양한 모습에 일흔에 가까운 노부모도 고생길 훤한 귀농의 길이지만 힘차게 응원하며 편지를 갈음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이들이 살아갈 시골 농촌의 풍경이 아름답게 보여진다. 내 손에 흙 묻힐 상황이 아니니 그저 바라보는 입장에서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지만 고생과 위험 부담을 안고 그렇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도전 의식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농촌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눈부시게 아름답게 보여진다. 앞으로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 차원에서도 농촌은 6차 산업이라고 하지 않았나! 세상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되고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일에 황무한 농토가 있는 시골에 뜻있는 젊은 청년 부부가 맨 몸으로 뛰어 들어간다고 하니 편지의 내용이 마냥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이왕 새로운 삶을 살기를 각오한 청년의 마음 속 다짐이 담긴 글에는 뭔가 투박하지만 당찬 느낌이 담겨져 있고 오랜 세월 어미로 지금은 10년 넘게 귀농하여 농부로 살아가는 엄마의 편지 글에는 노련함과 인생의 묵직한 의미가 담겨져 있어 고개를 저절로 끄덕여짐을 느낀다. 청년의 엄마는 젊었을 때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환경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소박하게 환경 운동을 해왔던 실천가이기도 하다. 환경에 관해 다양한 부분에서 고민한 흔적들이 편지글에 보여진다. 틈틈히 깊은 독서의 흔적도 보인다. 유배지에서 마련한 초라한 방을 사유재로 이름지으며 언행과 삶을 정돈했던 다산 정약용의 예를 빗대어 비록 귀농의 삶이라할지라도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삶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아들에게 우회적으로 조언해 주고 있다.

 

그 엄마의 그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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