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높이뛰기 -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
신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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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지영 교수는 언어학자다. 언어학자이지만 글을 아주 쉽게 썼다. 마음 잡고 3~4시간이면 거뜬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높은 책이다. 우리말처럼 쉬우면서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자는 시대에 따라 언어가 바뀌고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지위에 따라 언론이 언어를 어떻게 다루는지 일반 대중들에게 고발하듯 풀어냈다.

 

사실 언어를 정착시키는 사람은 다수의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요즘처럼 방송과 언론이 여론을 움직이는 시기에 방송이나 언론에서 특정한 언어를 자주 노출시킨다면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도구다.(43쪽)

 

언어가 생각의 도구라는 얘기는 언어의 흐름을 보면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저자가 책 앞부분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문법상 언어가 분명히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이 있다. 명령어를 취급하는 사람들의 언어 태도가 문법마저도 초월하고 있는 사례로,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78쪽) 가 대표적이다.

 

단순한 사물을 존칭으로 대우하는 모습에서 말하는 이의 비굴한 모습마저 느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명령이 공손함과 공존하기 어렵다', '서비스 장면은 친절함과 공손함을 요구한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혀 맞지 않은 어법이지만 단순한 명령이라 할지라도 청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겠다는 화자의 태도가 이상한 말을 만들어내고 통용하게끔 되었다는 이야기다.

 

학교에서도 위와 유사한 말들이 통용되고 있다. 가령 예를 들면 이렇다. "선생님, 이것을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언뜻보면 상당히 극존칭어로 볼 수 있겠지만 어법상 전혀 맞지 않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냥 '선생님, 이것을 해 주실 수 있나요?' 라고 물어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ㄹ까요?' 라는 식으로 말할까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문법에 맞지는 않지만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원하는 행동을 요구할 수 있는 표현" 이므로(86쪽)

 

그런데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일상 생활에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면 결국 '일상의 갑질'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편안한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일 수 있다.

 

"공손성의 요구 뒤에 숨어 있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상의 갑질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따끔한 일침에 정신 번쩍 뜨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엄청난 온도 차이가 있다. 왜냐면 언어에는 권력이 숨겨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언어를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권력의 유무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다. 현재에도 가족 관계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에서 심심치 않게 이전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군가를 부르는 호칭은 자연스러워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말이다.

 

언어도 변한다.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변하는 것처럼. 이제 우리는 언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언어 안에 차별과 혐오적인 요소가 숨겨져 있지 않은지 살펴보며 사용할 수 있어야겠다. 저자는 이것을 언어 감수성이라고 말한다. 특히 본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라면 더더욱 언어 감수성에 민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엎질러진 물과 같다. 같은 값이면 모두가 듣기에 편한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https://blog.naver.com/bookwoods/222707992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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