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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공주처럼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67
이금이 지음, 고정순 그림 / 사계절 / 2019년 3월
평점 :
교사다운 게 과연 뭘까?
방금 학부모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교무실로 걸려온 전화다. 교감을 바꿔달라고 한단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자녀가 선생님 말 한 마디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도 아직 마음이 무겁다고 한다. 사과의 말을 듣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선생님은 사실여부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러니 학부모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그 학부모님 표현에 의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교감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쭉 늘어놓으셨고 나는 최대한 수화기에 들려 오는 학부모님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듣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 최대한 학부모님 편에서 "많이 속상하셨죠!",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려 교감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저도 애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학부모님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등등의 공감을 해 드렸다. 선생님과 통화를 해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 교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잘 하셨다고 말씀드렸다. 혹시 나중에라도 마음이 불편해지면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씀드렸다. 전화를 끊었다.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망나니 공주처럼> 뒷면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공주다운 게 과연 뭘까? 나다운 건 뭘까?"
학부모님들은 교사다운 것을 원한다. 내 자녀가 선생님으로부터 상처받았을 때 가장 속상해 하신다. 선생님으로부터 때로는 사과의 말을 직접 듣고 싶어한다. 왜? 내 자녀를 담임하고 있는 선생님이시니까. 선생님만큼은 내 자녀가 어떻게 행동하든 잘 받아주고 사람답게 만들어주기를 원한다. 반면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을 대하다보면 자신이 그 학생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흐려질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는데 학생이 그렇게 받아들인 것을 어떻게 하냐고 속상해 할 수 있다. 학부모와 선생님 사이에 끼인 교감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어떻게 중재해야 될까?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르더라도 교사다움에 대한 생각은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학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교사다움말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교사다움은 정말 많이 바뀌고 있다. 학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교사다움과 교사들이 스스스로 생각하는 교사다움의 갭이 점점 커진다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망나니 공주처럼>에서 나오는 공주는 공주다움을 벗어던져 버렸을 때 진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주가 되었다. 가식과 허울로 둘러싼 공주다움을 던져 버리고 솔직함과 진솔함으로 나아갔을 때 공주다워졌다. 그렇다면 교사다움이란? 형식적인 교사 자격증으로 부여해준 공무원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학생을 사랑하고 책임지려는 교사다움이 교사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교감도 마찬가지다. 자격증에 의한 교감이 아닌 선생님 편에 서서 격려해 드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감이 교감다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망나니 공주처럼> 을 읽고 교사다움, 교감다움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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