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불태우다 - 고대 알렉산드리아부터 디지털 아카이브까지, 지식 보존과 파괴의 역사
리처드 오벤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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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과거로 그랬지만 앞으로도 지식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도구로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드려낼 것이다. 물론 책이라는 물성은 좀 더 다양화 될 것이다. 종이로 된 책 이전에 진흙 위에, 파피루스 풀 위에, 양피지 위에 문자가 기록되었고 그것을 책이라 불렀다. 앞으로는 디지털화된 기록들도 당연히 (전자)책 등으로 불리워질 것이다. 

 

책이 가지고 있는 권위는 시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분명한 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지식 창고 이상의 힘과 가치를 나타낸다. 오늘날에도 각 국가들은 자국이 보유한 지식의 양을 뽐내기 위해 저마다 '국가도서관'을 웅장하게 짓고 다양한 형태의 지식들을 보존, 보관, 축적해 가고 있다. 더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희귀한 문서들을 하나라도 더 소장하기 위해 막대한 정보력을 동원하여 수집하거나 찾아내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보더라도 책은 단순히 종이로 된 물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책을 불태우다>라는 책 제목처럼 책을 불태우는 행위는 곧 종이를 소각하는 행위가 아닌 책에 깃들어있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 문화적 가치, 국가의 상징, 국민으로 하나로 모으는 자부심 등을 짓밟는 행위라고 저자는 말한다. 

 

헨리8세에 의해 영국의 종교가 가톨릭에서 영국 국교회로 바뀌게 되면서 기존의 수도원 내부에 존재했던 각종 문헌들과 책들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영국에서만도 수만 권의 책이 불타거나 찢어져 파지로 팔렸다" (91) 당시 제본업자들에게는 파지로 팔린 고서들이 새로운 자재가 되었다. 피해를 입는 쪽이 있으면 어느 한 쪽에서는 이익을 본다. 19세기 당시 신생국가였던 미국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주었던 영국은 제일 타켓이 바로 '미국의회도서관'이었다. 벨기에의 국가 상징이었던 루뱅대학교 도서관은 독일에게 있어서는 제일 첫번째 공격 목표물이었다. "장서를 잃어버린 것은 대단한 보물을 잃어버린 것보다 더했다" (187쪽) 나치스 정권 치하 유대인 박해는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책은 유대인들의 종교와 문화에서 언제나 중심"이었기에 나치스는 유대인들의 책들을 모조리 찾아내 분서했다. 

 

이처럼 도서관과 기록물의 파괴는 특정 문화를 파괴하는 일이었다. 우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다. 조선왕조실록과 관련된 이야기다. 임진왜란 당시 흩어져서 보관 중이었던 실록들이 모두 잿더미가 되고 유일한 살아남은 것이 곧 전주사고에 보관했던 실록이었다. 훗날 강화도 정족산성에 보관 중이었던 실록은 병인양요 때 또다시 참화를 겪어야했다. 

 

책은 단순히 책이 아니라 국가의 자존심이며 정신을 담아낸 상징적인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쉬운 대목 중의 하나는 국가의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도서관을 지원하는 예산 등이 손쉽게 삭감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단기적으로보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예산 지원을 주저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세계 역사에서 보다시피 도서관 지원이 활성화되었을 때 국가가 흥왕하고 많은 인재들이 발굴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적의 사기를 꺾는 최고의 방법이 도서관을 파괴하는 일이며 책을 불태워 버리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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