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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함께 산책을 -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여행하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세상에 족적을 남긴 철학자들의 세상을 남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은 그들의 산책 속에서 나온 사색의 결과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독일의 철학자 괴테는 그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주변 마을 사람들이 시각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정기적인 시간에 약속이라도 했듯이 정확히 산책을 통해 사색을 했다고 한다. 쾨테 뿐이겠는가. 철학자의 사상 결과 이면에서 사상이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이 산책이었음을 밝혀낸 일본의 작가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니체와 함께 산책을>이라는 철학자들의 독특한 산책 비법을 책에 담아냈다.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 니체로부터 괴테, 릴케, 프롬, 부버, 다이세쓰, 도겐 선사까지 하나같이 산책을 사랑했던 철학자들의 삶을 조명했다. COVID-19 로 인해 평범한 일상마저 송두리째 빼앗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에 의해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며 치열한 생존의 삶의 전쟁터에서 땀을 흘리는 이들에게 쉼과 회복의 방법으로 산책만큼 위로와 회복의 방법이 있을까 싶다. 복잡한 머리 속을 산책을 통해 비워내시기를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나도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한적한 산길을 아내와 함께 산책한다. 야트막한 봉우리가 있는 산이다. 아내와 함께 제법 걷기가 수월한 코스다. 유명한 곳이 아니다보니 인적도 드물고 살짝 마스크를 벗고 상쾌한 산 공기와 새소리를 들으며 소곤소곤 아내와 함께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며 걷기에 참 좋다. 걷기라고 하지만 산 속을 걷기에 '산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가볍게 산책하며 집으로 돌아오면 왠지 기분이 전환되고 새록새록 맑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산책하며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비법들이 떠오른다. 아이들 키우면서 나름 고민하는 지점에서 서로의 대화 속에서 지혜를 얻기도 하며 직장 안에서 생기는 고민도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발견하지 못하지만 기분만큼은 개운해 진다. 그것뿐인가. 오르막 내리막을 오르내리면서 다리 근육도 심폐 기능도 활성화되면서 가슴이 뻥 뚤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산책하다가 마무리 지점에 다다르면 커다란 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저수지에 담겨진 엄청난 물을 멍하고 바라보면 때로는 무아지경에 이른다. 수면 위에 날아오르는 새 떼들을 보며 감정을 이입하기도 하고 첨벙첨벙 물갈퀴를 휘저으며 물 위를 조르르 헤엄치는 오리 무리도 보고 있자면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미묘한 자연의 순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평일에는 나름 아내와 함께 걷는 산책 코스가 따로 있다. 집 주변에 조성된 공원인데 작은 규모이지만 산책 코스를 오밀조밀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시월말까지 출간을 앞둔 책의 원고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마지막 부분을 어떻게 개요을 잡고 원고를 써야 할 지 고민이 되던 중 아내가 산책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고민하고 있는 내가 참 안쓰러웠나보다.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공원길로 산책을 나갔지만 머리 속에는 어떻게 원고를 써 가야 할까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걸으며 나의 고민도 털어 놓으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야기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면서 걷던 중 기가막힌 생각이 순간 지나갔다. 혹시 잊을세라 꼭꼭 머리 속에 담아 두었다. 집 안에서 그렇게 생각해도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산책하면서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다니 쳇기가 다 가신 것처럼 시원했다. 산책이 주는 유익이다.
철학자들도 뭔가를 생각하고 싶을 때에는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반경 주위이지만 걸으면서 산책하면서 머리를 비워내고 자연 속에서 남다른 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 사상을 만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명상이 유행이다. 명상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생각을 의도적으로 버리고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산책을 통해 잠시 잠깐 나를 잊고 자연을 만나고 생각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떨까 싶다. 이제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울긋불긋 가을 산은 유독히 아름답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리도 듣고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는 자연이 산도 관찰하고 자신을 잠시 잠깐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싶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