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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배움의 주인이 되는가 - 학습자 주도성과 생성 교육
정기효 지음 / 비비투(VIVI2) / 2021년 8월
평점 :
"배움을 자극하는 것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신체와 온전히 동일하거나 익숙한 것들이어서는 곤란하다. 지금의 나와 이질적인 무엇과의 만남으로 자신의 사고와 신체의 배치가 흔들리는 경험이 배움이 일어나기 위한 조건이자 시작이다. 이질적인 감응으로 욕망의 배치와 신체의 강도가 달라져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함으로써 세계를 변혁하는데 기여하는 일이 배움에 대한 나의 정의이다" (86~87)
저자는 초등학교 현직 교감이다. 교사 시절때부터 학생들의 '배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고민해왔다. 교육과정 안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어 직접 학생 개별 학점제, 학생 학점제, 학생 자율 학점제, 학생 자율 과정, 학생 자율 시수, 학생 생성 교육과정을 시도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앞두고 그의 노력들이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경상북도교육청에서는 시범적으로 학생 생성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실험적으로 진행중에 있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학생 생성 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학생 생성 교육과정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저자가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은 학생이고,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통해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주어진 교육과정일 뿐이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성취기준마저도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획일적으로 각 학교급에 따라 뿌린 주어진 교육과정의 한 부분이었다. 현장에서 남다른 시각으로 고민하고 애쓰는 교사들에게는 성취기준마저도 걸림돌이 되었고, 특히 COVID-19 로 인해 시행된 원격수업에서는 기존에 뿌려진 성취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혼합된 블렌디드 수업을 위한 성취기준의 수정이 있다고 하지만 이것조차도 국가에서 획일적으로 정한 성취목표일 뿐이다. 저자가 생각하기에는 겉만 번지르한 교육과정으로 다변화한 시대 속에서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강조하는 학생 생성 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경상북도 일부의 초등학교에서 현재 실험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관련 자료를 보면 국가에서 제시한 성취기준은 참고하되 학생이 직접 만든 성취기준을 가지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국가에서 제시한 수업 시수 중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시수를 과감히 할애하여 학생들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키워보자는 의미이다. 교사는 당연히 조력자로 피드백을 상시 염두해 두고 학생들이 만든 교육과정에서 앎이 제대로 생성되고 있는지 눈여겨 보는 역할을 한다. 학생 생성 교육과정이 지금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이것이 활성화되면 전 교과에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배움은 누군가가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다. 배움은 말그대로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가 느끼는 것이다. 교사가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배움 조차도 학습자가 아닌 누군가가 판단해 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배움을 빙자한 학력 또한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학력의 잣대는 무엇이며 학력이 과연 변화되는 시대 속에 고정불변한 것인지도 의문을 제기한다. <어떻게 배움의 주인이 되는가>는 학교 현장에서 실천한 배움의 에세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그동안 탐구한 교육 철학서이기도 하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깊이 있게 책을 탐독해 왔으며 어려운 철학서를 붙들고 고민했는지 그려진다. 그렇기에 결코 가볍지 않는 책이자 이론에만 천착되어 현실을 터부시한 책이 아님을 대번 독자들이 알게 될 것이다. 앞부분에는 저자가 고민하는 교육, 학력, 배움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교육과정의 실제부분이 나오니 인내하며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현직 교감으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의 최선두에 서서 교사들과 고민하고 연구하는 저자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부러울따름이다. 하루아침에 쌓여진 깊이가 아니라서 과연 범접할 대상은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간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아직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두고 두고 생각해 보며 문맥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