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박! 춤추는 변기 저학년 씨알문고 2
박현숙 지음, 박규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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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난 뒤 항문을 통해 몸밖으로 내보내는 찌꺼기라고 한국어사전(다음)에 나와 있습니다. 한자로 '변'이라고 하죠. 똥 보다는 어감 상 부드럽게 들립니다. 아뭏든 '똥'이든 '변'이든 우리의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이 우리의 신체 기관을 통해 나오는 것 뿐인데 썩 기분좋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냄새 또는 생김새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을 애정을 담아 귀엽게 부를 때 '똥강아지'라는 말을 씁니다. 할머니가 손주를 부를 때 흔히 쓰이지요. 그래도 좋은 느낌보다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똥장군, 똥지게, 똥바가지, 개똥처럼. 새 중에서 텃새는 아니지만 아주 친숙한 새인 개똥지빠귀도 있습니다. 정확한 명명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종류라서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장 터부시하는 낱말인 똥을 이야기 소재로 많이 활용합니다. 박현숙 작가도 똥을 소재로 <오대박! 춤추는 변기>를 쓸 구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 속 주인공은 지독한 변비 때문에 고생하며 천덕꾸러기 취급 당했지만 똥 때문에 일약 스타가 됩니다. 똥을 소재로 기가막힌 발명품을 만들었거든요. 변비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생활 밀착형 발명품을 만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희 가정에서도 똥에 관련된 사연이 참 많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의 얘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1학년 때 입니다. 반 친구들이 다 보는 교실에서 의자에 앉은 체로 그만 똥을 싸 버린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때 수업 시간이었나 봅니다. 손 들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되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나봅니다. 순식간에 똥을 팬티에 넣어 버렸습니다. 제 딴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들키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똥이라는게 냄새가 보통이 아니지 않잖습니까? 냄새 때문에 그만 들통 나 버립니다. 당장 교실 밖으로 쫒겨 났습니다. 그리고 뒤처리를 하지도 않은 체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바지 사이로 똥이 다 새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때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40년도 넘은 세월인데 말이죠. 

 

두 번째 똥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이 제게 일어납니다. 똥을 누다가 그만 똥통에 빠져 버렸씁니다. 옛날 화장실은 지금과 전혀 다른 푸세식 화장실이었습니다. 땅 속에서 큰 고무 함지박 같은 것을 묻고 그 위에 널판지 두개를 올려 놓은 것이 옛날 저희 집 화장실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널판지에 잘못 발을 올려 놓았다가 똥통에 빠진 것입니다. 비명 소리에 어른들이 달려와 구출해 줬기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이미 저 세상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세 번째도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저는 방구를 자주 뀝니다. 어떨 땐 방구를 뀌다보면 약간의 똥이 튀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찝찝한 느낌이 오래 갑니다. 똥과 관련된 경험으로 글을 쓰다보니 저도 금새 작가가 된 기분입니다. 저희 집 자녀 중에 한 명은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똥의 굵기가 어른인 저의 두 배만합니다. 늘 화장실 물을 내릴 때면 변기가 막히는 일이 생깁니다. 변기를 뚥는 기구를 활용해서 몇 번 뚫어 보았지만 정말 힘든 일입니다. 얼굴에 땀이 범벅이고 뚫는 과정 속에 똥물이 튀기도 합니다. 아내가 참다 못해 팔 걷어부치고 나섰습니다. 나무젓가락을 이용해서 굵은 똥을 토막 토막 냅니다. 그리고 물을 내렸더니 귀신같이 쏙 내려갑니다. 그래서 매번 우리 집에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처음에는 비위가 상했는데 자꾸 하다보니 익숙합니다. 아마도 자녀 똥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남의 똥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내겠죠? ^^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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