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 문학의 즐거움 62
제성은 지음, 이승연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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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던 시절이 생각났다. <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의 주인공 이루나처럼. 방문을 닫고 좀 처럼 거실로 나오지 않았다. 더운 여름 날 방문이라도 열어 놓고 지내면 좋을 법 한데 어찌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지. 밥 차려 놓고 밥 먹으라고 몇 번 씩 불러도 나오지 않다가 기껏 나와서 하는 소리가 왜 국이 다 식었냐면 반찬 투정 밥 투정만 늘어놓기가 일상이었다. 그러다가도 친구한테 전화가 오면 뭐가 재밌는지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방 안에서 새어 나온다. 친구들도 어느 순간 바뀐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 그룹이 어느 날 보면 말 한마디 하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분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2병을 지나 이제 고딩이 될려고 하니 조금 나아졌다. 제법 말도 재잘재잘 늘어 놓는다. 이제 딸이 아빠를 챙기는 수준이다. 잔소리도 작열한다. 칭얼칭얼 어린 애 같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제법 숙녀티가 나기 시작한다. 나중에 아빠를 챙기는 사람은 딸 밖에 없을 것 같다. 두 아들은 나이 차가 나서 그런지 정반대다. 고딩 아들은 사춘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통 말이 없다. 초딩 아들은 사춘기 입문 전이라서 그런지 재잘재잘 집 안 분위기를 들썩거리게 한다. 자녀를 키우는 집안에서는 모두가 겪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춘기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춘기에 접한 초등학교 여학생 친구들을 학교에서 자주 보았다. 담임 선생님들이 무척 힘들어하신다. 특히 남자 담임 선생님께서 사춘기에 돌입한 여자 친구들을 어찌 할 수가 없어 쩔쩔매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남자 얘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해결점을 금방 찾을 수 있다. 반면 여자 친구들과의 관계는 알다가도 모를 정도로 아주 미묘하다. <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 이루나네 학급처럼 말이다. 루나, 지희, 지수. 세 명의 여자 친구들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펼치는 학교 생활이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해 보인다. 그렇게 씩씩해 보이던 루나가 질투의 화신이 될 줄이야 누가 알겠는가. 지희의 변심은 또 어떻구. 전학 온 지수의 숨겨진 개인사는 완전 반전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 친구들과의 관계가 금방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근데 대부분 쉽게 오해가 풀리지 않아 끝까지 가능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어른이 되어가는 준비 중이라는 신호로 사춘기를 겪는다지만 어른들에게 나타나는 갱년기는 무슨 신호일까? 이루나네 아빠는 실직, 친구의 임종 등으로 급격하게 생활의 패턴이 바뀌면서 갱년기 증상을 보인다.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보인다거나 아랫배가 유달히 불쑥 튀어나온다거나 자녀의 문제에 유달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면 남자분들 중에서 갱년기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아빠의 갱년기 VS 자녀의 사춘기, 진검승부다!

 

<사춘기 대 아빠의 갱년기>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약방의 감초처럼 독자들의 배꼽을 잡는 장치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름하여 아재개그다. 루나네 아빠가 던지는 아재개그 수준은 '아재' 가 된 나는 정말 책을 손에 놓는 순간까지 언제 또 나올까 궁금해하며 읽었던 부분이다. 물론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루나에게는 왕짜증나는 아재개그였지만. 갱년기 아빠가 던지는 아재개그, 기대해도 좋다!

 

약간 맛보기로 보여드린다면.. 이렇다.(21쪽)

 

베를린 가서 음식 먹으면 안 되는 이유?

 

정답: 베를린. 왜? '독'일 수도.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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