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생각한다 -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임명묵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홍택의 저서 <90년생이 온다>가 2020년 서점가를 강타한 적이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팬데믹 시대에 90년생들은 유감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사회의 주류로 인정받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나타냈다. 아마도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님께서도 제1장 90년대생은 누구인가에서 이야기했듯이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며 비대면 상황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들을 어떤 세대들보다도 빠르게 창의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기에 팬데믹 시대에 최적화된 세대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90년생 저자가 90년대생이 누구인지를 서술한 부분은 어른의 시각에서 90년대생이 누구인지를 밝힌 책보다 상당히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90년생 저자가 솔직하게 풀어낸 90년생의 특징은 이렇다. 

 

"90년대생이 결혼, 특히 출산을 기피하게 된 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시간과 힘을 너무 많이 쏟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심리적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81쪽)

 

이전 세대가 중요하게 붙잡고 있었던 가치 중의 하나가 '가족'과의 유대감이었다. 가족 안에서 상처도 받지만 위로를 얻기에 가족은 불변의 진리였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은 좀 더 다른 시각으로 가족을 바라본다. 가족을 이룰 때 수반되는 제약과 부담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돈의 문제를 떠나 가족 안에서 시간과 힘을 빼앗긴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비혼, 비출산 경향도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국가에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하여 육아수당, 아동수당을 파격적으로 도입한 것도 실제로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금자리 마련을 비롯한 결혼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90년대생이 느끼는 필요에는 십분 충족되지 않는 모양새다. 저자가 90년생의 시각으로 분석한 '심리적 문제'는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묘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K방역에 대해서도 저자는 90년생의 시각으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내가 K방역을 둘러싼 논란에서 이해할 수 없던 것은, 비자유의적, 대로는 반자유주의적인 수단을 통해 얻은 성취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성취라고 이야기하는 해석들과 자화자찬이었다." (115쪽)

 

국가주의, 민족주의 사고 방식이 짙은 이전세대는 국가가 제시하는 방역수칙에 대해 자유를 손해보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제일순위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90년생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가 정보를 수집하는 부분을 폭력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K방역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위대함을 알릴 만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민족주의와 다문화에 대한 관점도 독특한 면이 있다. 민족주의가 우세했던 이전세대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일에 국가가 나서기 보다 먼저 이웃들이 돌보고 주변에서 관심을 먼저 가졌다. 서구 사회에서 시작하여 한국을 강타한 포퓰리즘으로 이제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일은 국가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이지 개개인이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치매 노인을 케어하는 일도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할일이며 무상복지, 무상교복, 무상급식 등도 부모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국가의식과 민족의식이 약화된 현상으로 분석한다. 90년생이 바라보는 난민 현상을 보더라도 뚜렷한 차이점이 보인다. 노동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이주민들과 갑자기 표류되어 제주도로 들어온 이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을 위해 일하러 온 이주민들은 최소한 선별 과정을 거친 이들이고 반면 표류되어 난민 신청을 한 이주민들은 그런 과정이 없기에 분명하게 구분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명 조국 사태로 촉발된 능력주의에 대한 관점도 90년생은 지금의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단지 일회적인 점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던 것도 능력주의였고 학부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으로 갈망하는 사회적 지위 상승의 수단으로 교육이 일정 부분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한다고 이야기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평등, 행복과 관련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추상적인 용어가 과연 대한민국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낸다. 90년생인 저자가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물론 교육 정책은 어떻게 보완되든 구설수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최상이 정책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늘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