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을 용기 -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론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 에듀니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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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가 말하는 교육이란?

 

그는 일본 불문학과 교수다.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의 불문학과 현실을 빗대어 이야기한다.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일본 대학교에 불문학과가 없는 학교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폐과가 되고 남아 있는 학교가 손꼽힐 정도라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분석해 보니 일본 교육의 문제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 일본 교육은 최고의 교육을 지향하며 등급 매기기, 서열화에 치중했고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흐름에 맥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고 꼬집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나눠 쓰다보니 저절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한정된 자원이 무엇일까? 천연자원도 될 수 있겠지만 사회 전반 구석구석 일자리를 포함한 인프라를 총망라한다. 불문학과 학생들이 다양한 영역을 공부하고 전공하며 개척했더라면 지금쯤 프랑스 문학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연구물이 축적되었을 것인데 유명한 몇 사람만 연구하고 그 결과물로 서로 경쟁하다보니 불문학을 전공하려는 열기는 식어지고 인기도가 추락되었다고 한다. 한정된 영역을 깊숙히 파고들다보면 연구물이 질적으로 좋아지기 보다 대중들이 바라보았을 때는 난해한 결과물이 될 수 밖에 없고 읽혀지지 않으니 시들시들해 질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결국 일본에서 불문학은 사양 학문으로 접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우치다 교수가 말하는 요점은 획일화, 경쟁화, 등급매기기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이다.

 

둘째, 다양화를 가장한 형식적인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좀 먹게 하고 국가 경쟁력을 하락시킨다는 점이다.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구호아래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어로 강의를 하고 영어로 논문을 쓰는 일이 일반적이 되었다고 한다. 대학평가도 영어로 수업하는 비율이 얼마냐를 따진다고 한다. 영어를 두루두루 쓰는 것이 문제점이 아니라 본질이 왜곡된 점을 비판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이렇다.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익히고 문화를 이해하는데 언어를 도구화하는 것이 목적인데 그 언어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려서 발음이 어떠냐, 발음이 원어민에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에 분노를 하고 있다. 언어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글로벌 시민으로 성숙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언어를 누가 누가 정확하게 발음하느냐로 평가하고 있으니 속이 답답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셋째, 우치다 교수는 교육의 결과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교육을 통해 성숙한 시민으로 학생들을 양육하고 사회를 튼튼히 다져 지속성을 갖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단지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신을 알고 타인을 배려하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시민으로 키우는 것이 교육의 방향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일본은 자기 밖에 모르고 오직 자기만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모습이 교육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모습이 아니다. 일본이 미국 종속주의로 흐르는 이유도 분명 과거에 미국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처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을 벗어나 동아시아 공동체로 목소리를 내어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더불어 일본인들이 아직도 미국 바라기를 하는 모습이 있는 한 일본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라는 책 제목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위로해 주는 메세지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교사 공동체 안에서 함께 아이들의 문제를 두고 고민하라는 조언이다. 아이들은 갈등하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치다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합기도를 수련하고 있고 심지어 도장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똑똑한 학생들도 자기 몸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운동신경이 없을 것 같은 여자 학생들이 오히려 자기 몸을 잘 알고 겸손하게 사용할 줄 아는 모습을 보며 교육에 앞서 자신의 몸을 다루는 것부터 알게 해 주어야 한다는 교육적 소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교실 속 교사는 자칫 교사인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 마저도 본인이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교사 공동체의 힘을 빌리라고 말한다. 교육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교육의 결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30년 뒤에 나타나는데 어찌 급하게 아이들의 변화를 보려고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한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는 대담집이다.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교육론을 이야기한 것을 모은 책이다. 일본과 한국의 교육적 현실이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귀기울여 봄직한 이야기들이 많다.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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