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완전 복원판)
엘리자베스 키스.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19년 대한민국, 영국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영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 차 온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의 눈으로 본 1919년 한국의 모습을 목판화와 수채화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는 책이다. 미국 고서점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옮김이 송영달님을 통해 이 귀한 책을 독자들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밖 풍경부터 저 멀리 원산까지 방문한 사실적 기록도 사료적 가치를 높이 사야 할 듯 싶다. 동생이 그리고 언니가 기록을 남긴 공동 작품이기도 하다. 

 

"1919년에 서울을 방문해 큰길로만 다녔거나 전차만 타고 다녔으면, 아마 서울도 극동의 여느 도시들처럼 부분적으로 서구화된 지저분하고 재미없는 도시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대로를 벗어나서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알라딘 단지 같은 장독이 늘어서 있는 신비스러운 집안 마당을 들여다볼 수 있다" (44쪽)

 

외국인이 그것도 일본이 강점하고 있던 한국에 도시길이 아닌 시골길을 거침없이 다니면서 풍경을 담아낸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의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어느 집 담 넘어 이국적인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정중히 스케치할 시간을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한국어를 잘하는 캐나다 출신의 게일의 도움이 컸다. 그는 30년 넘게 한국에 정착하면서 한국인의 정서까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반 한국인이 된 상태였다. 재매가 유독히 관심을 가지고 화폭에 담은 장면들은 한국 고유의 풍습과 평범한 사람들 모습이다. 당시에는 일본이 한국어를 말살하고자 일본어를 강제로 쓰게 하고 한국 문화를 파괴하고 있는 시기여서 담대한 그녀의 행보가 특히 눈에 띄게 된다. 아마도 영국과 일본의 대외 관계가 플러스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자매들이 그린 1919년 당시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사실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일단,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에 참가한 한국 사람들을 기록으로 담아낸 것을 보면 하나같이 비폭력 저항 정신이 온 몸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포함하여 남녀노소 할 것없이 독립을 향한 갈망과 일본에 항거하는 의지가 단호하였다라고 평가한다. 

 

"그는(한국 청년) 조선독립신문 같은 문서들을 두루마기 배랫속에 감춰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전달했는데, 그것은 일본 경찰에게 발각되면 크게 곤욕을 치를 일이었다" (69쪽)

 

일각에서 한국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평가한 부분에 대해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들은 반론을 강하게 제기한다. 

 

"한 의사가 말하던 것이 생각난다. 한국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나는 그게 이유가 있다고 답합니다. 바로 기생충 때문이에요. 어떤 환자에게서 무지하게 큰 촌충도 빼주었고, 또 다른 환자에게서는 십이지장충을 무려 이백여 마리  빼냈어요. 이 불쌍한 여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영양 부족과 몸 속의 기생충이랍니다" (72쪽)

 

열악했던 한국의 보건 상태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이곳저곳을 다닌 영향이 있었는지 한국에서 선교활동에 관한 기록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선교활동이라는 것에 약간의 편견을 가진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평한 마음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기독교 선교활동이 한국을 근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선선히 인정할 것이다" (74쪽)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는 서당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도 그려냈다. 당시 일본은 신식학교라 홍보하며 시멘트 건물로 학교를 짓고 신식학문을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귀족 집안 아이들을 입학시켰으며 학교 교사들은 제복을 입히고 허리띠에 칼을 차게 했다고 기록해 놓았다. 반면 외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사립학교 및 병원에서는 무료로 의료지원과 교육지원을 지원하고 있음도 설명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필리핀 등 동아시아 여행을 다니면서 직접 그리고 기록을 담아낸 엘리자베스 키스 자매는 유독히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는지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에 관한 그림들을 모아 전시회도 가졌다고 전해 오고 있다. 미국의 한 서점에서 잠자고 있던 고서적을 발견하여 생생하게 전해 준 송영달님께 감사를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