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미호 1 - 사라진 학교 고양이 박현숙의 케이 판타지 시리즈
박현숙 지음, 김숙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고양이 새끼들을 가져갔을까?'

'누가 공을 찢어 놓고 줄넘기 줄을 갈귀갈귀 끊어 놓았으며 심지어 마이크까지 산산히 조각냈을까?'

 

동환이네 학급이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동환이네 학급 체육 시간이 끝나고 난 뒤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까지 동환이네 학급 담임선생님께 주의를 준다. 담임선생님이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간다. 그런데 동환이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의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학교에서 모든 사람이 우리 학급을 의심하더라도 난, 너희들이 하지 않았을거라 믿는다' 이런 식으로 신뢰를 포기하지 않는다. 맞다. 담임선생님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이들의 그늘이 되어 주어야 한다. 내가 맡고 있는 아이들을 신뢰하고 믿어주어야 한다. 설령 범인이 우리 학급에서 발견되었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처벌이 아닌 회복으로, 징계가 아닌 치유로 접근해야 한다.

 

고양이 새끼를 가져간 아이, 공을 찢어 놓은 아이, 줄넘기 줄을 끊어 놓은 아이, 마이크까지 산산히 부서놓은 아이 모두 동환이네 학급에 있는 한 아이가 한 행동임이 밝혀졌다. 단순히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빨간 구미호>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어린 구미호와 관련되어 있다. 어린 구미호 '달이'는 빨간 구미호 즉 구미호 중에 구미호, 전사 구미호가 되는 것이 꿈이다. '달이'가 물고 있었던 '구슬'이 그만 동환이네 학급 '민서'라는 여자 아이 입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민서가 누군지 몰랐을 때 일이다. 민서는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간 구슬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구미호는 달이로 둔갑하여 동환이네 학급에 전학생으로 온다. 자신의 구슬을 삼킨 아이를 찾기 위해. 스토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학생들이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하루는 선생님 한 분이 교무실로 교감을 찾는다고 하며 전화를 걸어 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교감 선생님, 잠깐 올라와 주실 수 있으세요?"

"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올라갔더니 담임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자기 반 아이가 저곳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교감인 나를 급하게 찾은거다.

 

"네. 걱정하지 마시고 교실에 들어가셔요. 제가 이야기해 볼께요"

 

조그만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다.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고사리 같은 손이다. 햇볕이 좋아 밖에서 얘기하기가 참 좋은 날씨였다.그 아이 얘기는 이렇다. 자신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힘들다는 것 다 안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 얘기를 못한다고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었구나!'

 

하루가 지나서 그 학생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 많이 힘드시죠? 요즘 아이들 그냥 학교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더라구요"

"제가 너무 기대치가 높은가봐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 안에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정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을 알게 된 어떤 아이는 겨우 겨우 학교에 나오고 있다. 그 아이 입장에서는 학교 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 학교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그저 따뜻한 엄마품이 되어주는 것 밖에. 학교와서 한끼라도 따뜻한 밥을 먹어 주는 것만을도 감사하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교실 속에 머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학교 오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교감이 해야 할 일 중에 한 가지가 있다면 학급에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챙기는 일이다! 담임선생님을 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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