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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의 모든 것을 담은 기록, 조선왕조실록 - 조선왕조실록이 들려주는 기록 역사 이야기 ㅣ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19
안미란 지음, 박지윤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4월
평점 :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세계 기록 유산은 어떤 한 나라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모두의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가치 있는 것을 말한다. 조선왕조실록은 기록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조선왕조 500년 간의 역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록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초고라 할 수 있는 '사초'를 기록하는 사람을 '사관'이라고 불렀다. 사관은 왕을 쫓아다니면서 왕이 한 말, 행동들을 기록했다. 종이에 기록한 뒤 사관들이 모여 그날의 기록들을 서로 비교하며 최종본을 정리한다. 그리고 막판에 최종적으로 정성껏 그날의 실제 기록들을 옮긴다. 종이가 귀하다보니 다 쓴 종이는 다시 물에 씻어 먹물을 뺀 뒤 말려 다시 사용한다.
둘째, 기록한 것을 어느 누구라도 볼 수 없도록 성역을 지정해 놓았다. 왕이라도 자신의 기록을 함부로 볼 수 없다. 심지어 선대 임금의 기록도 볼 수 없도록 해 두었다. 기록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만보더라도 조선이라는 나라는 규칙과 질서가 분명히 지켜졌던 국가임을 증명할 수 있다. 왕은 자신의 행적이 후대에 어떻게 비춰질 지 두려운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실록은 결국 왕권을 지켜내기 위한 도구가 된 셈이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려다가도 사관이 지켜보고 있고 자신의 모습을 낱낱히 기록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함부로 행동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권력자들의 비리가 퇴임 후에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대통령기록물도 보안 기간이 지나면 국민에게 공개된다. 조선의 기록물 문화의 전통을 잇는 모습인 것 같다.
셋째, 왕이 직접 쓴 기록이 아니라 제3자가 객관적으로 기록한 것이기에 가치가 남다르다. 정조 임금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기를 직접 썼다. 그것을 일성록이라고 부른다. 일성록도 소중한 문화 유산으로 남아 있지만 세계 기록 유산은 아니다. 그 이유는 주관적 기록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왕조실록은 사관들이 관찰한대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기록했다는 것에 가치를 둔다.
조선왕조실록은 30년 간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을 위해 그림책으로 소개해 놓은 <조선 왕의 모든 것을 담은 기록, 조선왕조실록>을 일독을 권한다. 아이들말고 어른들에게. 조선왕조실록의 탄생부터 위기, 가치까지 그림으로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그려 놓았다.
통치자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역사의 기록이었다는 말에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나도 올해들어서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올해 11월 쯤에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이 나올 예정이다. 그 책의 이름도 <교감 일기>가 될 것 같다. 개인적인 기록물을 넘어 학교 안의 교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기록물이 되었으면 한다. 글 쓰는 재주가 없다보니 오늘도 100쪽 중 7쪽을 쓰는데도 힘들게 썼다. 글 쓰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조선 시대 사관들은 하루 종일 고개를 푹 숙이고 붓으로 기록하는데만 열중했다고 한다. 말하지 않고 글 쓰는 일만 평생 했을 사관들이 존경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