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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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비행은 소년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입니다"

 

소년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작가의 비행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청소년의 비행에 대해 엄벌을 내려 더 이상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청소년이 비행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계도하고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전자의 의견은 아마도 점점 정도를 넘어 선 비행이 일어나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후자의 의견은 청소년의 비행은 사회적 탓이 더 크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교육자들의 생각은 어떠해야 할까?

 

"아이들은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입니다. 아직 스스로 자신을 보조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법원에서 수 많은 청소년들을 법정에서 만나왔고 엄숙한 판사의 위치에서 사회의 어른의 입장에서 사건보다 사람인 청소년들을 중심에 두고 판결을 내려왔다. 아빠의 심정으로 호되게 꾸짖기도 하고 훈계를 통해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진정한 사과 없이는, 진실된 반성 없는 판결은 청소년을 사회와 분리시키고 다시 비행을 부추키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음을 알았기에 짧은 시간이라도 반드시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최대한 형벌은 낮추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판사가 가지고 있는 권위를 충분히 활용했다. 직업적인 관점에서 판사의 역할은 정확하게 사건을 심리하여 양심을 가지고 판결을 내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천종호 판사는 청소년 한 명이라도 법정에서 위압감이 아닌 감화 감동으로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학교 현장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난다. 가정적인 환경이 좋지 않기에 학습 결손이 누적될 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울타리에도 있지 않으려고 하는 어린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무기력한 이유는 본성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라온 환경 때문이리라. 학교라는 곳이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텐데 그들에게는 무거운 짐이자 부담이 되나 보다. 하루 걸러 학교에 오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위태위태하며 하교 후에도 따뜻하게 맞이해 줄 어른이 없는 환경에서 과연 그들이 살아갈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비행 청소년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사회적 낙인 때문입니다"

 

낙인 효과는 무섭다. 얘를 원래 그렇다라는 식으로 낙인시켜 버린다면 헤어나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수 많은 비행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기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탈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부모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따뜻한 가정을 안겨 줄 수 없다면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면 탈선하는 청소년들이 다시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에는 평범한 가정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상황을 맞딱뜨린 어린 소년들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기절초풍할 일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환경을 들어보면 섣불리 비행 청소년들의 형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함부로 내뱉지 못할 것이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내가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남모를 희생을 감수하고 뒷바라지한 어머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단 한 명의 어른이라도 그들 곁을 지켜주었다면 끔찍한 비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 중에 정말 소름끼치는 사건들이 많다. 범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범죄자 개인의 부도덕한 의식 때문인지, 범죄자를 생기도록 한 사회적 제도 때문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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