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 심리학은 어떻게 행복을 왜곡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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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은 가짜 행복 팔이를 하는 주류심리학에 대해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가 진단하는 현재 주류심리학의 특징은 이렇다.

 

첫째, 행복의 척도를 '소확행' 으로 축소하고 있다. 소소하면서도 확실하게 행복을 누리자는 소확행은 사실 씁씁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사회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스스로 작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이다. 맛집을 찾아 인증샷을 올리는 행복, 아름다운 곳을 찾아 잠깐이라도 행복을 누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행위등을 볼진대 눈물겹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행복을 찾는 것을 오직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국가 또는 사회가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리는 나라다. 행복도 경쟁인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둘째, 행복의 기준을 '개인'의 노력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주류 심리학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고 부추킨다. 좋은 생각, 긍정 마인드를 가지면 어려운 환경도 극복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생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은근히 종용한다. 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좋은 글을 읽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시키라고 말이다. 행복을 개인이 만들 수 있다면 그 누가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심리학은 사회에 무게감을 두기 보다 점점 더 개인에게, 개인의 심리에 집착하고 있다. 심리학이 불공정한 사회 제도를 언급하기 보다 각 개인의 성품이나 자질을 체크하고 개선시키는데에만 몰두한 점을 저자는 꼬집어 비판한다. 

 

셋째, 행복하다는 평가를 만족감이 아닌 쾌감으로 여기고 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단지 좋고 나쁨 즉 쾌감-불쾌감일까? 저자는 행복함을 만족과 불만족으로 구분한다. 단지 감정으로 느끼는 좋고 나쁨을 행복으로 말하지 않는다. 개인이 현실에서 살아내는 삶을 만족하느냐가 곧 행복이라고 말한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은 주류 심리학 뿐만 아니라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가 대안으로 삼고 있는 사회는 국가가 복지를 책임지는 북유럽형 사회제도다. 대표적인 국가로 덴마크를 예로 들고 있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의외로 중미에 있는 코스타리카라고 한다. 잘 산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은 코스타리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미국형 자본주의 사회를 모델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가 점점 행복 척도가 뒤떨어져가는 것을 보더라도 물질과 행복의 연관성은 그리 높지 않는 듯 싶다. 참고로 김태형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월소득액에 따른 행복여부의 수치를 430만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가구당 월소득액이 430만원이 될 때까지는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 수치가 커지지만 430만원 이상부터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돈 때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현격히 적어진다고 한다.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는 바와 같이 재벌의 자녀들이 마약을 하거나 이탈행동을 하면서 좀 더 쾌감을 느끼고자 하는 모습들을 접하게 된다. 그들이 돈이 없어서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으로 행복을 느낄 수 없기에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돈으로 쾌감을 느낄 수 없기에 다른 수단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돈은 행복의 수단이 될 수 없다. 

 

행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이며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문제라고 평가한다. 개인이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의 장으로 내몰리는 사회나 국가는 불행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반면, 국가가 국민의 행복을 책임져 주는 사회는 만족감을 누리며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모두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강원도교육청의 슬로건도 '모두가 행복한 학교' 다. 이미 행복이 사회적 화두가 된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행복이 구호로만 그친다면 그 행복마저도 허무할 수 밖에 없다. 저자의 행복론에 대해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행복을 주기에 완비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행복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북유럽 사회에서도 마약하는 사람, 총격 사건, 일탈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하거나 불편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족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 저자가 진단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을 소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은 누구든지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진정한 행복은 소소한 곳에서 개인이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간관계와 공동체에서 누리는 것이라는 주장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행복을 철저히 개인화하려는 요구 앞에서는 당당히 저항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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