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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와 무엇이든 흉내 스피커 ㅣ 저학년 책이 좋아 4
제성은 지음, 릴리아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3월
평점 :
"자기 때문에 더더가 아빠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너무 미안했어요"
"사용 횟수가 하나도 남지 않은 무엇이든 흉내 스피커가 놓여 있었어요"
두더지 주인공 '추추'와 '더더'의 이야기입니다.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나팔 모양의 신기한 스피커를 추추가 땅 속에서 찾아냅니다. 추추는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가족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사용합니다. 사용 횟수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딱 10번입니다. 그러다가 아빠가 다니는 직장의 사장님 목소리를 흉내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게된다는 사장님의 육성을 흉내내어 직원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사춘기 형네 학교에 찾아가 선생님 목소리를 흉내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육성을 흉내내어 학생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아빠를 잃고 엄마와 살고 있는 친구 '더더'에게도 사용 기회를 줍니다. 더더 아빠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더더 엄마를 행복하게 합니다. 잠시 잠깐이지만. 이제 사용 기회는 딱 한 번 남았습니다. 추추와 더더는 어떻게 사용할까요?
'추추'는 '더더'에게 사용 기회를 주고 싶어합니다. 하늘 나라에 간 아빠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더더 엄마에게 잠시 잠깐이지만 행복을 선물해 주고 싶어합니다. 근데 '더더'가 '추추' 모르게 '추추'의 목소리를 흉내냅니다. '추추' 가족들이 '추추'를 이해하며 가족애를 누릴 수 있도록.....
<추추와 무엇이든 흉내 스피커> 동화책을 읽으면 어른이 저도 마음 한 켠이 뭉클해 집니다. 잔잔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동화는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동화는 때묻은 어른의 마음을 다시 리셋시킵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학교의 선생님들은 누구보다도 동화책을 가까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나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가정에서도 부모라면 꼭 동화책을 읽어보셔야 합니다. 자녀의 생각을 알 수 있고, 자녀의 마음을 다독일 수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 부모 스스로의 마음이 촉촉해 집니다.
3월 한 달은 교사에게 있어 그야말로 온 힘을 쏟아내는 시기입니다. 어찌보면 일년 농사의 시작이니만큼 긴장하기도 하고 스스로 지치는 줄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다보면 감기도 걸리고 몸살도 앓습니다. 머리도 찌끈찌근 아프기도 합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학급을 맡지 않지만, 선생님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선생님들이 학생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교장선생님과 학교 시설도 돌아봅니다. 신발장의 높이가 아이들의 손 높이에 맞는지, 공간에 잘 놓여 있는지, 모서리가 위험하지 않는지 살펴봅니다.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학생들의 등굣길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도 합니다. 꽃모종을 심고 가꿉니다. 담임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찾습니다. 화가 나 있는 학부모님들이 찾아오면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 최대한 경청해 드리고 공감해 드립니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 그래도 뿌듯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학교를 지원하는 여러 분들을 면접보기도 합니다. 최대한 학생과 선생님들을 지원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뽑기 위해 매와 같은 눈으로 관찰합니다. 학교의 크고 작은 일이 곧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현장에 쫓아갑니다. 책상 앞에서 결정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교실로 찾아가고, 특별실도 찾아갑니다. 해정실도 찾아갑니다. 발바닥이 땀이 나도록 움직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금요일 오후면 눈이 감기려고 합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봅니다.
<추추와 무엇이든 흉내 스피커> 저학년 동화책을 읽다보니 한 달간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추추'의 모습처럼, 나의 실수를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미안함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함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