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늬, 히말라야를 넘다
우봉규 지음, 남성훈 그림 / 아롬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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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쳐 힘들때면 그림책을 펼쳐보자. 그림책은 삶에 지친 우리의 마음에 위로와 위안을 건네줄 것이다"

김준호 교사의 그림책 예찬론이다. 그림책은 모두의 책이다. 어린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그림책을 보며 삶을 성찰할 수 있고 그림책을 사유하며 앞으로 삶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어느날 펼친 그림책 한 장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평소에는 지나친 그림인데 삶에 지쳐 힘들 때 눈에 들어온 그림책 한 장이 위로를 주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하늬, 히말라야를 넘다>가 바로 교사인 나에게 그런 책이다. 삶에 소중한 자국을 남길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림책을 매개로 전국 각지에서 모이기도 한다. 그림책이 가진 위력이다. 상처가 되었던 옛 기억을 소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픔과 기쁨의 순간을 다시 기억으로 불러와 회복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림책 한 장의 위력이다. 그림책의 주인공이 동물이 됐든 식물이 됐든 그 주인공이 곧 내 자신이 된다. 

 

<하늬, 히말라야를 넘다>의 주인공 '히말라야 기러기' 하늬의 아빠가 곧 내 모습이다. 4형제를 키우기 위한 아빠의 눈물어린 정성이 내 모습과 오버랩된다. 기러기에게 가장 무서운 천적은 독수리, 여우, 살쾡이, 까마귀다. 새끼를 사냥해 가는 이 녀석들은 빈틈이 보이면 언제든지 무섭게 달려든다.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꾀를 내기도 하고, 창공을 날아오르게 하기 위해 비행 연습도 시킨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버젓한 사회 구성원으로 설 때까지 노심초사 마음 졸이며 생각한 바대로 자라지 못할테면 함께 가슴 아파하는 아빠의 모습이 곧 히말라야 기러기 아빠의 모습이다. 

 

아빠의 목소리는 늘 변함없다. 

 

" 날지 못하는 새는 새가 아니다"

" 우리는 이동하지 않으면 죽는다"

" 항상 이동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추운 산 에베레스트를 넘어야 따뜻한 목초지가 나오고, 맑은 계곡물을 얻을 수 있기에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목숨을 건 비행을 해야 한다. 날지 못하면 살쾡이에게, 여우에게 꼼짝 없이 잡혀 먹힌다. 비행 곡선에 따라 때로는 낮게 날아야 한다. 거침없이 높게 날다보면 독수리에게 표적이 된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선두에 서서 칼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히말라야 기러기 가족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우리의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위험한 줄 알지만, 걸어가야 할 곳이 있다. 분명히 추워 얼어 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디 높은 벽을 넘어야 따뜻한 봄을 만낏할 수 있음을 안다. 매일 매일 우리의 삶이 <히말라야>를 넘는 삶이다. 가족을 이끄는 아빠가 바로 우리다. 고단하지만 오늘도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간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내어놓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산증인인 이회영 6형제가 없었다면 일제강점시 시기 독립군을 양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식을 향해 온 정성을 기울이는 이 땅의 부모들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름없이 빛없이 작은 교실 안에서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무명의 교사들이 없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하늬, 히말라야를 넘다> 그림책은 안일하게 살아온 우리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순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에 굴복하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알량한 자존심을 위해 주어진 권위를 권위주의적으로 남용하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하늬, 히말라야를 넘다>는 불편한 진실을 별 두려움 없이 만나게 해 주는 그림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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