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된 아이 사계절 아동문고 99
남유하 지음, 황수빈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모부께서 나와 통화하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 "어머니, 잘 모셔라. 돌아가시면 후회만 가득하더라" 본인의 경험담이자 조카에게 꼭 하고픈 말 중의 하나다. 그렇다. 한 평생 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분이 어머니이기에 당연한 말씀임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바쁘다는 핑계로, 쉬고 싶다는 핑계로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찾지 뵙지 못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나무가 된 아이> 책에는 6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그 중에 '뇌 엄마' 라는 동화가 내 가슴을 휘벼 판다. 화성을 오가며 일하는 아빠를 둔 지아는 교통사고로 숨진 엄마의 뇌를 유리관에 보관하며 의사소통을 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먼 미래의 이야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동화라는 점을 감안하며 읽어야 한다. 엄마의 육체는 죽었지만 엄마의 뇌는 살아 있고, 엄마의 뇌에 여러 가지 선을 연결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인 이터널 브레인으로 살아 있는 엄마를 곁에 두고 생활한다. 유리관에 모셔둔 엄마의 뇌가 할 수 없는 일은 직접 안아 주는 일이다. 사춘기 소녀인 지아는 엄마의 품이 그립지만 안아달라고 말하는 것은 집안의 금기어 중의 하나다. '뇌 엄마'를 읽으며 딸을 안아보고 싶지만 직접 만져 보지 못하는 엄마의 아픔이 전달된다. 안겨보고 싶지만 안기지 못하는 사춘기 소녀의 간절한 소망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나무가 된 아이'는 따돌림을 당하는 필순이가 나무로 변하는 슬픈 이야기다. 필순이가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 속 담임교사는 알지 못한다. 정말 모르는 건지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건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아이들 눈에는 보이는데 담임교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특히 왕따, 따돌림은 은근하게 괴롭히는 유형 중의 하나다. 눈 뜨고 자세히 보아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학교폭력의 유형이다. 학생들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따돌림은 필순이와 같은 아이들을 만들어낸다. 필순이와 같은 아이들이 나무가 될 수 밖에 없다. 필순이가 나무가 되었음에도 아이들의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나뭇가지를 꺽어 버린다던지, 나뭇잎을 일부러 떼어낸다든지 폭력의 강도는 더 세어진다. 나무가 된 필순이도 생명체다. 물을 주지 않아 시든 필순이에게 용기를 내어 물을 주는 친구가 있다. 어찌나 목이 말랐던지 나무가 된 필순이는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 하나하나를 남김없이 빨아 들인다. 필순이가 이토록 되기까지 방치한 잘못은 누구의 탓으로 돌리겠는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온쪽이'는 반쪽 사람만이 정상 취급되는 시대에 온쪽인 주인공은 항상 놀림감이 된다. 급기야 수술을 결심한다. 오른쪽 부분을 잘라내기로. 그래야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러나 수술대에 오른 주인공은 마취 직전 병실을 탈출한다.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사회 속에서 비롯 놀림감이 되더라도 자신의 존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이 살 필요가 없는데. 외모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가 있을까.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이방인 취급하는 것 자체가 편견임을 말하고 있다. 

 

'착한 마녀의 딸' 도 마찬가지다. 마녀의 딸이라는 굴레를 씌여 결국 화형시켜 버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더 놀라운 일은 화형시킨 이들이 또래 친구들이라는 점이다. '구멍 난 아빠'를 읽으며 세상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아빠, 엄마들을 생각하게 된다. 등에 뻥 뚤린 구멍은 점점 커진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 시리고 비라도 오면 구멍 속으로 빗물이 들어갈텐데. 아빠, 엄마를 걱정하는 자녀의 온기 있는 마음이 한편으로 따뜻하게 느껴진다. '웃는 가면'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빼앗아간다는 섬뜩한 이야기다. 

 

다섯 편의 짧은 동화의 공통점은 상실과 상처로 얼룩진 이 땅의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부모와 자녀의 깨어진 관계, 친구 사이의 틀어진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사랑과 돌봄의 대상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