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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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문뜩 아내 생각이 난다. 같은 직장인이면서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아내는 동화책을 좋아하고 동화책에 무척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동화를 직접 써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가졌다. 동화를 창작하고 싶어 공부도 더 하고픈 의욕도 가져보았다. 내가 옆에서 조금만 더 용기를 보태주었다면 조금씩 꿈을 실현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아홉 분의 교사들도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가정에서는 엄마요 아내라는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을 창작하고 싶어서 두 아이를 재우고 깰까봐 상체만 일으킨 채 새벽녘까지 못다 읽은 그림책과 떠오르는 장면을 그려내는 선생님이 계신가하면, 그림책만을 위해 남편과 함께 유럽 서점 여행을 다녀오신 선생님,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하면서 새롭게 만나게 될 학교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으로 넉넉한 마음 공간을 준비해 가는 선생님,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며 그림책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며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법을 배워갈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선생님 등 아홉 분의 공동저자는 모두 하나같이 그림책을 통해 새로운 거듭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용기 있는 분들이다. 

 

그림책하면 흔히들 꼬맹이들이 보는 책으로 하찮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책에 비해 얇은데도 도서 정가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보고 황당해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아이들 중에는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림책으로 대충 때우는 녀석들도 있다. 좋게 보면 인기 있어 보이는 것 같은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아이들에게도 가볍게 취급 당하는 존재가 그림책인 것 같다.  그런데,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낸 분이 있고,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발견하고 치유 받은 분도 있다. 더 나아가 그림책을 통해 서로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는 분들도 있다.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 분들이 그런 분들이다. 그림책을 읽고, 같은 주제로 토의하며, 함께 공감하는 분들이 모여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모임이 어찌나 좋은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다고 한다. 그림책의 위력이 대단하다!

 

나도 사실 그동안 그림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책 한 권 한 권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쓴다. 네이버 블로그 <이창수의 서재> 뿐만 아니라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와 같은 인터넷 서점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하고 있다. 책 한 권 읽었다는 성취감을 넘어 내 생각을 공유했을 때 도전받고 위로받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것에 만족한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책 한 권 한 권을 성실히 읽어낸다. 그런데 얇은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면 왠지 한 권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에게, 그림책 한 권 읽고 글을 써 놓고 책 한 권 읽었다고 하기가 깨름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내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홉 분의 글을 읽으면서 그림책을 읽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겠구나~ 라고 깨닫게 됐다. 그림 장면 하나하나를 자신의 삶과 연관시켜 나가며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의 감정을 드러내며 솔직히 글로 표현했다. 그림책을 상처가 되었던 옛 기억을 소환하고 있는게다. 아픔과 기쁨의 순간을 다시 기억으로 불러 오는게다. 그림책의 위력이다! 수 많은 문장 보다 그림 한 장면이 그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다시 일으킨다. 그림책의 주인공이 동물이 됐든 식물이 됐든 그 주인공이 곧 내 자신이 된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의 또 한가지 특징은 책 표지의 촉감이 예사롭지 않다. 무슨 비단 옷감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상당히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림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책 표지도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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