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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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소설을 내 놓는다고 한다. 일본 문학계에서는 신동, 천재라는 이름으로 한껏 들떠 있다고 한다. 책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본인이 소설을 쓰는 일을 자기 깃털을 뽑아 옷감을 짜는 일로 비유하고 있다. 그만큼 글 쓰는 일에 에너지를 많이 쏟는다는 얘기일게다. 매년 자신의 생일에 한 권씩 출간 목표로 삼는 저자는 <엄마의 엄마>를 발표해 냈다.(2019년) 

 

<엄마의 엄마>는 언뜻 보면 세 개의 단편 소설로 구분된 듯 보이나 사실 세 개가 하나로 묶여 있는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중학생 다나카 하나미를 중심으로 등장 인물들이 마치 자신의 삶을 살아가듯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다나카의 할머니. 자신의 엄마의 엄마를 할머니로 부르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실타래 처럼 얽혀 있던 슬픈 가정사가 할머니가 나타나면서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왜 엄마가 그토록 할머니를 증오하는지, 왜 엄마가 자신을 그토록 애지중지하면서 키워가는지 엄마와 할머니의 가정사를 통해 깨닫게 된다. 가난이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한 가정사가 엄마를 힘들게 했으며 엄마의 엄마를 할머니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 것임을 알게 된다. 

 

이와 비슷한 등장 인물로 부유한 집안에 살고 있는 다나카의 학교 친구 사치코.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 집으로 오게 되었지만 동생이 태어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는 친구다. 하루 속히 집을 탈출하기를 고대하며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무척 안간힘을 쓰는 친구다. 엄마의 엄마를 할머니로 쉽게 부르지 못하는 다나카와 새 아빠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친근감있게 부르지 못하는 사치코의 처지는 동일하다. 부함 속에 빈곤이라고 할까. 사치코나 다나카가 느끼는 결핍은 사실 돈에 대한 것보다 따뜻한 가족애에 대한 결핍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또 한 부류의 중요한 등장인물이 있다. 다나카 옆집에 살고 있는 겐토, 다나카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형 후미오. 겐토와 후미오는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동성애자와 트렌스 젠더. 그들을 둘러싼 사회의 주변 인물들이 모두 혐오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유일하게 그들을 있는 모습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자신을 비난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미션 스쿨로 입학 후로부터 신의 소명대로 살고 싶다고 선언하는 사춘기 소년의 결정에 당황해하는 부모, 휴가 차 집에 온 사춘기 소년이 또래 여학생 다나카를 만나면서 풋풋한 사랑에 갈등하는 모습을 보며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저자인 스즈키 루리카는 자신의 또래들이 고민하는 주제들을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대표적인 등장 인물 대부분이 청소년들이다. 가족 안에서 자신의 역할, 사춘기 소년의 성적 관심, 다양한 가족의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책인 것 같다. 자녀가 청소년 시기에 있거나 맞이할 부모라면 한 번 쯤 읽어 봄직한 책인 것 같다.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지만 같은 문화권에 있다보니 유사한 점도 꽤 많이 발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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