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 -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는 우리 영화 읽기
이임정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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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는 '십대' 청소년들과 '영화'라는 미디어 매체가 연결되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십대들이 다른 매체보다 영화에 끌린다는 전제로 지금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영화들을 선별하여 제시하고 있고, 공동 저자들은 각각의 고유의 관점으로 영화를 논평하며 십대들에게 이런 저런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넌지시 본을 보이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기 보다 대학 입시라는 커다란 과제 앞에 공부하는 기계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세상이야 어떻게 변하든 코 앞에 당면한 과제인 대학 입시부터 해결하라는 사회의 암묵적 요구 앞에 시대를 바로보는 안목을 기를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동 저자들은 지금 펼쳐진 사회의 모습들이 앞으로 청소년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 모습이기에 비판적 사고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등을 토닥거리고 있다.

 

<십대, 영화로 세상을 논하다>에서 다룬 영화들은 청소년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영화들일 수 있다. 관람객들을 많이 끈 영화도 있지만(2020년 기생충) 대부분의 영화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 질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저자들이 다시 비장의 무기로 꺼내든 것은 교육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전인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 꼭 다시한번 함께 보기를 통해 미래 사회를 책임지는 주인된 삶을 살 것을 종용하는 의도가 큰 것 같다. 책이 사람을 만들어가듯 좋은 영화 한 편이 공공선과 시민성을 지닌 시민으로 성장시킬 수 있음을 확신한다. 선정성이 있거나 폭력성 있는 영화에 몰두하게 하는 것보다 사회적 현상들을 다룬 무게감 있는 영화들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유익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책은 크게 5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다. 청소년들의 비밀(친구관계, 학교폭력, 성적 지상주의, 가족의 이별)과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었던 연쇄 살인 사건,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초자본주의 사회에서 확대된 빈부의 양극화된 가정의 모습, 문화재에 약탈에 담긴 정신적 의미를 영화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특히 최초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지존파 일당들이 특별한 청년들이 아니라 소외된 시골 지역의 상실감으로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있었던 평범한 청년이었다는 사실에 주변의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연쇄 살인을 행했는지, 그리고 무고한 죽음으로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와 삼풍 백화점 붕괴로 매몰된 이들이 결국 운이 나빠서 죽은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사건 사고가 개벌적인 문제가 아니며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문제라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공동체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시대상을 고발하고 있으며 기록 그 너머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의 조선어학회 우리말 사전 편찬 사업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말과 글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강압 앞에 무명의 학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비밀을 유지한 체 고단한 작업을 말없이 수행해 왔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 말을 지키는 것이 곧 독립 운동임을 역사는 말해 준다. 외국어와 외래어가 범람하는 미디어 세상 속에서 역사 속 사건을 영화로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는 개인주의적인 거대한 물살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민족과 국가를 애쓴 이들의 숭고한 정신의 고귀함을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거대한 열기 속에 이름 없는 많은 학생들이 던진 당찬 행동들이 대통령 선거 직선제를 이뤄냈으며 택시 운전사와 같은 소시민들의 협력 속에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음을 다시 보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 상황이라는 초특급 위기에 놓인 현실이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도 동일하게 인류가 고민했던 일이며 미래에도 끊임없이 나타날 일임을 강조한다. <연가시>, <설국열차>, <기묘한 가족>, <삽질>의 공통점은 환경 파괴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을 고스란히 사람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감염병도 결국은 자본에 물든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당장은 백신을 개발하여 급한 불부터 꺼야겠지만 최종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왜 감염병이 창궐하게 되었는지부터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문제점을 깊게 들여다볼 때 합의된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다. 감염병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은 감염병이 발병하게 된 발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대처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재난을 다룬 영화들은 단지 호기심만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염병의 원인과 과정, 해결 방법까지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함께 이 문제들을 책상으로 가지고 와서 토론할 수 있는 자료로 영화만큼 좋은 것이 없을 듯 싶다. 

 

끝으로 청소년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하고 애쓰는 저자들의 연구모임인 '한국독서문화연구소'의 활동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가톨릭대학교 독서학과 동문들이 함께 모여 개인과 사회를 살리는 일에 '책'이라는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큰 응원을 보내드린다. 미디어 세상에 고전틱한 '책'을 꺼내들고 종횡무진 애쓰는 젊은이들의 무모한 도전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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