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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있는 미국사 ㅣ 반전이 있는 역사 시리즈
권재원 지음 / 다른 / 2020년 10월
평점 :
멀고도 가까운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전 영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만, 우리는 피상적으로 미국을 알 뿐이다. 정치적, 경제적 동반자를 넘어 우리의 생명줄까지도 좌우하는 영향력을 가진 국가, 미국을 연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단지 자신의 진로나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영어를 배운다거나 학위를 따기 위해 유학을 떠나거나 비즈니스로 미국을 알아가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아직까지 50년 정도는 전 세계의 패권국가로 존재할 미국을 자세히 연구하지 않으면 복잡미묘한 세계 정세에서 우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도할 수 없음은 명명백백하다. 이에 거창한 미국사를 공부하기에 앞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발판삼아 좀 더 가까이 미국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 또는 책으로 <반전이 있는 미국사>를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청소년을 주요 독자 대상으로 삼아 현직 교사이자 대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 저자 권재원님의 친숙한 글쓰기로 광범위한 독자층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고 본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차원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며 행정명령까지 발동하는 한국과는 달리 고집스럽게도 보일 정도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미국인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미국인들은 생명과도 직결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자신의 자유를 끝까지 지키려 하는지는 <반전이 있는 미국사>에서 설명하고 있는 미국의 수정헌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수정헌법에서는 그 어떤 누구도 감히 자유를 금지하는 발언이나 명령을 할 수 없다! 미국인들은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총기 소지권, 미국의 독특한 대통령 선거제도도 국가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이며 헌법을 수정하면서까지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왜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길까? 미국이라는 국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다.
미국의 개척자들은 유럽의 이주민으로 이루어졌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종교적 자유를 찾기 위해서,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아일랜드,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 신대륙 미국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13개주로 시작된 최초의 미국은 원주민을 몰아내고(반 인권적으로) 점차 영토를 확장시켜 나갔으며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으로 혼란한 유럽 정세를 틈타 지금의 영토를 확보해 갈 수 있었다. 영국으로부터의 미국 독립전쟁, 유럽의 제국주의가 강성해 질 때 먼로주의를 선언하며 불간섭주의를 주창하며 내부를 건실하게 다져온 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을 통해 군수물자를 수출하는 국가로 부를 증대시켜 왔으며 오랫동안 전쟁에 지친 유럽의 여타 국가를 물리치고 세계 패권을 거머쥐게 되며 세계의 질서를 잡아가는 경찰 국가로, 군사적 대국으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성한 나라로 자리잡게 된다.
미국의 역사 속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역사의 변곡점에서 선출된 대통령들이 취한 정책들은 자국 중심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폈다는 점이다. 정권은 바뀔지언정(공화당, 민주당) 그들이 취한 최고의 관점은 위대한 미국이었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관점도 오직 미국 중심으로 해석하며 이익을 극대화시켜 왔다는 점이다. 우리 역사에도 깊이 관여한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는 식민국가들의 독립을 응원하는 듯 하나 미국의 속셈은 패전한 동맹국의 식민지들을 해체하기 위한 명분이었을 뿐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은 민족자결주의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철저히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해 국가가 운영된다. 권력 분립 방법은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가 고안한 이론이다. 이것을 처음으로 적용한 나라가 미국이다. 최근 흑인 차별로 전국적으로 혼란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연방)정부에서 군대를 동원하려고 했으나 주지사들이 반대하여 무산된 것을 본 적이 있듯이 미국은 50개의 주정부가 연합한 국가이며 단지 하나로 묶는 구심적인 디는 연방정부는 대외적으로 외교권과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 대부분 주정부의 통솔자 주지사가 주법률에 의거하여 자치적으로 움직이는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미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미국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권한 조차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하원 의원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예산마저도 함부로 쓸 수 없는 약한 권력을 가진 것이 미국이다. 다만, 미국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미국의 자존심을 거는 외부세력에 대해서는 정치적 당략을 초월하여 하나의 미국으로 똘똘뭉치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염두해 둔다면 미국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할 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한가지 미국 정치에서 우리가 놀라는 것 한 가지는 '거짓말'을 한 정치인은 가차없이 심판한다는 점이다. 실패한 정책보다 거짓된 행위에 분노를 표출한다는 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탄핵은 도청을 한 행위보다 그것을 무마시키려는 그의 거짓말 행위가 폭로되었기 때문이며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 또한 그것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은 그의 행동을 수치스럽게 여긴 미국민의 사고방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용납할 수 있지만 결코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 미국의 정치 분위기가 은근히 부러워진다.
실리를 추구하고 합리적인 대화를 선호하는 미국의 정서를 알고 대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 위해서도 분명 유리할 것이다. 미국의 국운이 머지않아 쇄락할 것으로 예단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세계 거대기업의 대부분을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과연 단기간내에 주저않을 수 있을까 쉽게 결정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모습임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을 알기 위해 미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