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 TRACK 1.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향한 달리기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1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이은주 옮김 / 사파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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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없이 자라는 청소년이 없다. <고스트> 주인공 '캐슬'은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는 흑인 친구다. 심지어 술에 취한 아버지는 그날 저녁 갑자기 안전한 곳으로 뛰쳐 나가는 엄마와 자신을 향해 조준사격을 한다. 총소리에 놀란 모자는 인근 구멍가게로 숨어 들어간다. 그날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 상처 중 하나다. 캐슬이 살고 있는 지역은 슬럼가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관심조차 가져다주지 않는 곳이다. 그곳에서 캐슬과 엄마는 힘겹게 살아간다. 학교라고해서 캐슬에게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곳은 아니다. 또래들의 놀림감이 되고, 간혹 억울함을 참지 못해 폭발해 버리는 캐슬의 폭력성을 캐슬 탓으로 몰아부치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의 태도에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캐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캐슬'이 자신을 스스로 <고스트> 즉 유령으로 말하는 이유는 유령처럼 몰래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누구도 '캐슬'을 반기지 않는다. 유령처럼. 그러던 중 '캐슬'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는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난다. 육상 코치 선생님이다. 캐슬의 달리기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보고 그를 팀으로 발탁한다. 그뿐인가. 직접 집까지 태워주기도 한다. 가난한 캐슬을 위해 아버지 이상으로 보호자 역할을 대신해 준다. 스포츠용품집에서 신발을 훔쳐 온 캐슬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기 위해 직접 캐슬을 데리고 가서 대신 결제를 해 준다. 그리고 잘못함을 고백하게 만든다. 달리기가 빨라 어디든지 도망갈 수 있을지모르지만 자신을 속이며 남의 물건을 훔치는 나쁜 마음으로부터는 누구든지 도망갈 수 없음을 알려준다. 

 

열등감, 상처로 가득한 캐슬이 새로운 삶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육상 코치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삐딱하게 자랄 수도 있었을텐데 멋진 멘토를 만나 정직한 삶, 도전하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나에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때 육상선수로 발탁된 적이 있다. 학교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단축 마라톤으로 기억된다. 전날 대회 나가는 아들에게 그동안 못 매긴 것이 아쉬웠는지 닭백숙이 삶아 주셨던 것이 기억난다. 정말 맛나게 먹었다. 다음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회 전날에는 고기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 특히 평소에 먹어보지도 못했던 고기를 왠 떡인가 싶어 배부르게 먹었던터라 당연히 대회 당일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나도 캐슬처럼 부끄럽지만 '도벽' 이 있었다. 나쁜 의도는 없었다. 단지 배고팠기에.

 

캐슬이 육상 코치의 만남이 결정적 계기였다면 나 또한 열등감에서 벗어난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가난에 대한 열등감, 가정 환경에 대한 부끄러움, 신체적 열등감 등 남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나만의 비밀을 깨뜨리고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보게 된 만남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나의 삶은 변하기 시작했다. 캐슬이 육상 코치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의 폭력성은 타인에게 분출되었을 것이며 사회적 부적응아로 낙인되지 않았을까 싶다. <고스트>처럼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취급받아왔던 캐슬이 육상 대회에 출전하여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펼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이 나지만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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