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
김홍재 지음 / 달꽃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 코로나-19 는 우리의 생활을 COVID-19 이전 이후로 바꾸어 놓았다. COVID- 이후 달라진 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한 가지가 여행, 특히 해외여행의 제한이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저마다 계획을 세워 힐링 코스로 해외를 다녀오던 모습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저자는 아마도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오늘도 여행을 생각합니다>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10년 동안 꼼꼼하게 여행을 준비하고 허니문 여행으로 45일간 지구 한 바퀴를 돌아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직업 특성 상 해외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자도 항공 마일리지의 특별한 제도를 알지 못했다면 여행 경비의 부담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했으리라 짐작된다.

 

잠깐, 저자가 활용한 항공 마일리지의 특별한 제도란 다음과 같다. 

 

R.T.W(Round the World, 지구 한 바퀴 마일리지 보너스 프로그램) 는 44만 마일을 적립하면 전 구간 비즈니스 좌석으로 비행할 수 있는 세계일주 보너스 항공권 두 장을 획득할 수 있다.(12~13)

 

알뜰하게 항공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적립한 저자는 허니문 여행을 지구 일주로 실행에 옮겼다. 그동안 눈여겨 봐 왔던 곳을 알차게 다닌 흔적들이 책 속에 녹아져 있다. 내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여행지는 저자도 책에 처음으로 소개했던 곳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 EL Ateneo' 다. 저자가 소개하기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한다. 서점으로 쓰이고 있는 그 장소는 100년 전통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1919년부터 오페라, 탱고 공연장 등으로 쓰이다가 2000년부터 서점으로 탈바꿈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실어 놓은 엘 아테네오의 사진만 보더라도 웅장함과 질서 정연함이 시선을 주목케 한다. 저자의 심금을 움직인 명문장 'Bookshelf is better than Wardrobe' 처럼 나이가 들수록 진정한 아름다움은 악세사리로 치장된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오랫동안 책을 읽으며 단련된 내적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책과 함께 보내온 세월의 흔적은 말과 행동 속에 은연히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허니문 여행의 코스로 아름다운 서점을 정한 저자의 선택에 고개를 저절로 떨구어진다. 

 

여행은 걸어다니면서 하는 독서라고 말한다. 곳곳의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풍경 속에서 일상의 고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평소에는 깨닫지 못한 생각들을 여행지에서 발견하곤 한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여행은 오랫동안 두고두고 이야기감이 되고 유대감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된다. 할수만 있으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다양한 여행을 경험해 보라는 조언처럼 가보지 못한 곳을 돌아다니며 때로는 체력적 부담과 경제적 비용이 크게 와 닿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낭비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의 경험을 여행을 통해 얻게 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얻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하는 데 있다. 마르셀 푸루스트" (145)

 

맞다. 새로운 시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은 자기만의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며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나만의 독특한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제공한다. <여행의 이유>의 김영하 작가도 여행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지 않았나. "인생과 여행은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다. 전 세계의 팬데믹 상황으로 여행은 제한되었지만 '오늘도 여행을 생각하며' 일상으로 한 발자국 발을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찌보면 우리 인생 하나하나가 여행이다. 여행을 떠나는 심정으로 늘 봐 오던 사람들도 새롭게 대하며, 흔히 봐 왔던 풍경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오늘 하루도 새롭게 의미를 담아내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