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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그 날 그 소리예요 ㅣ 도토리 큰숲 1
사노 요코 지음, 김정화 옮김 / 도토리나무 / 2020년 8월
평점 :
" 아주 덩치 큰 돼지는 아주 조그만 고양이를 굴뚝 안으로 가만 가만 내려줬어"
눈이 많이 오는 날, 커다란 돼지가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에 아주 작고 조그만 고양이를 내려 놓고 간다. 그 큰 돼지는 요란한 소리를 내는 자전거를 타고 왔었는데 오늘 밤에도 그 자전거 소리가 할머니 집에 들리기 시작한다. "할머니, 그날 그 소리예요" 다 큰 고양이가 할머니에게 긴장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큰 돼지는 지난 밤 아주 조그만 고양이를 굴뚝 안으로 가만히 내려 놓았던 것처럼 오늘 밤에도 외로워하는 할머니를 위해 새까만 털에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 눈을 가진 생기 넘치는 고양이를 굴뚝 안으로 내려 놓고 간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 검은 고양이가 특별한 고양이라는 사실이다. 마술을 부리는, 뭐든 할 수 있는, 상대방의 마음 속 소원까지 들어주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였다. 바로 표지 그림 속에 있는 그 검은 고양이다.
검은 고양이의 재주에 할머니와 고양이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놀라움 때문에 매일 매일 감탄했지만, 어느새 천재 고양이인 검은 고양이와 평범한 사람인 할머니, 평범한 고양이와는 어울릴 수 없는 사이임을 깨닫는다. 특별한 고양이는 평범함을 지루해하며 떠나간다. 할머니와 고양이는 특별한 고양이가 떠나고 난 뒤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온다.
<할머니 그날 그 소리예요>는 마술과 같은 삶을 동경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평범해 보이지만 일상의 삶이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삶이고, 그 삶 속에서 만나는 일들이 진짜 우리의 삶임을 이야기해 주고자 했다. 마술과 같이 뭐든지 소원만 품으면 들어줄 것 같은 세상에 살면 행복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사사로운 일상에 있음을 어린 독자들과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전해 주고 싶어 한다.
저자는 산 속 깊은 곳에 혼자 살아가는 할머니를 이야기의 인물로 등장시킨다. 외롭게 살아가는 할머니를 위해 '반려동물'로 아주 작고 조그만 고양이를 등장시킨다. 할머니와 고양이는 친구이자 가족이다. 고양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단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할머니에게는 기쁨이고 대화 친구다. 할머니가 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뭔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검은 고양이처럼 현관 문 눈을 한순간에 다 치운다거나, 특별한 맛난 음식을 뚝딱 만들어낸다거나, 스웨터를 뜨개질로 단숨에 지어낸다거나 하는 따위의 일들이 할머니를 놀라게 할 수는 있지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검은 고양이에 비해 아주 조그만 고양이의 재주는 보잘 것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할머니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다. 행복은 물질이 많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스스로의 삶을 만족하는 그 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