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 사실보다 거짓에 좌지우지되는 세상 속 설득의 심리학
리 하틀리 카터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소비자는 기업이 말하는 팩트를 변명 또는 왜곡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저명한 기업 컨설턴트인 저자는 추락한 이미지나 명성을 회복시키자 애쓰는 기업들의 고충을 듣고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전환시키는 컨설턴트의 경험들을 기록했다. 우리가 잘 아는 '스타벅스'도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소비자들로부터 냉혹한 비판을 받자 빠른 시간 내에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전무후무한 결정을 내린다. 결국 팩트의 진위를 떠나 소비자의 의견이 옳습니다라고 인정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취급하는 커피는 양질의 원두이며 근무하는 바리스타도 기술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점'에 긴급 명령을 내린다. 매장 영업 시작 시간을 3시간 연기한다. 그 3시간 동안 바리스타는 질 좋은 커피를 내리기 위한 연구를 한다. 소비자들에게 스타벅스가 이렇게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 팩트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뒤돌아선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분노한 감정을 누그려뜨리기 위해 영업 이익의 손실을 각오하면서 극단의 조치를 내린 사례다. 

 

소비자들의 메시지에 대해 논쟁을 피했다.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화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박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뇌는 팩트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변명으로 들린다. 이때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즉 소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소비자의 생각을 계속 듣는 것이다. 조목조목 짚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불편했는지, 왜 신뢰하지 않는지, 왜 불매운동을 하는지 질문하고 듣는 것이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넌지시 던진다.

 

물론 이 얘기는 기업과 소비자들간에 일어나는 상품에 대한 불만족, 기업에 대한 성토라고 볼 수 있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학교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사례라고 본다. 학교는 학생을 중심으로 교사(교직원)와 학부모가 관계를 맺고 있다. 좋을 때는 그냥 넘어갈 일도 뭔가 관계가 흐트려져 있거나 전달 사항이 충분하지 않았을 때 학부모들의 분노가 발생하기도 한다. 팩트를 떠나 감정 대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들은 팩트를 원하기보다 지금 자신의 감정이 화가 나 있고, 자녀 문제로 인해 불안해 하고 있으니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달라는 식으로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 선생님, 통학버스 타는 장소를 왜 안 바꿔 주는 거예요? "

 

" 네. 학부모님. 입학하기 전 말씀 드렸잖아요. 다른 학교와 같이 타는 버스라서 노선 변경이 어렵다구요. 통학버스 타는 것이 불편하면 집 근처에 있는 학교로 입학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는데 지금 와서 바꿔 달라고 하면 어떻하죠? " 

 

선생님이 말한 내용은 팩트다. 그러나 학부모는 당장 자신의 자녀가 통학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팩트를 듣기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된다. 감정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학교측에서 답변드려야 할까? 호기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학부모의 처지가 지금 어떤지, 얼마나 불편한지, 해결점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끝까지 듣는다. 질문하고 듣는 중에 학부모의 감정은 처음부터 많이 누그려질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학교측에 대해 뇌는 점점 감정에서 팩트로 옮겨 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학교측의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는 것은 어떨까? 통학버스로 인해 많은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스토리가 민원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든 학교측 사람 사는 세상에는 공통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내 얘기를 먼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것이 먼저다. 팩트를 주장하다보면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주워 담을 수 있겠는가. 다음에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의지를 대화 속에 전달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대화는 팩트보다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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