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컬이 미래다 - 지역의 시민을 키우는 풀뿌리 지역교육
추창훈 지음 / 에듀니티 / 2020년 8월
평점 :
마을교육공동체를 넘어 마을학교공동체, 지역교육공동체, 풀뿌리 지역교육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추창훈 교감(저자)은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대한민국 교육에서 혁신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쳤다. 다시 말하면 제주도에 사는 학생들이나 서울에 있는 학생들이나 배우는 교과 내용이 같았다. 도시에 살고 있는 학생이나 촌락에서 지내는 학생이나 배우는 내용이 같았다는 말이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 책의 책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로컬’(마을)에 인재들이 남아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을의 인재들을 인서울로 보내면 다시 돌아올 것을 기대했다. 아주 순진한 생각이다. 마을을 떠난 청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연어가 아니다. 마을의 청년들이 마을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마을 소멸화다. 추창훈 교감(저자)은 『로컬이 미래다』에서 마을의 미래가 ‘현실감 있는 마을교육과정’ 안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는 전라북도 완주 지역에서 로컬 에듀를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었고 실제로 눈에 띄는 결과물을 보이고 있다. 마을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돌봄과 지속적인 방과후 프로그램을 안착시키고 있다. 일회적인 마을 선생님 프로그램이 아닌 수업과 연계된 마을 선생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마을이 학교를 품을 수 있도록 플랜을 세우고 있다. 단기간에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끌고 나가야 실현 시킬 수 있는 로컬 교육이다.
로컬의 미래를 위해 마을 수준의 교육과정을 강조한다. ‘마을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과 대비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은 ‘국민’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이다. 반면 마을 교육과정은 ‘시민’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을의 문제를 교과서로 끌고 와야 한다고 말이다. 교육과정에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교과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을의 문제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고 해결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교실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의 삶과 동떨어진 교과 내용은 지식에 불과하다. 마을 교육과정은 곧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민은 문제를 발견하고 내 일처럼 여겨 해결점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렇기에 마을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은 민주시민으로 학생들을 키우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학교에 마을 교육과정이 정착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었다. 학교는 교육과정과 수업만으로도 벅차다. 만약 예산 집행과 보고서 제출까지 맡기면 마을 교육과정은 또 하나의 업무로 변질된다. 공모사업과 프로그램 운영이 장기화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만이 아니라 마을 선생님도 성장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프로그램을 수업과 연계해야 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논의하고, 결정하여, 어울려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가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마을에 기여하고, 마을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의 삶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내용적인 자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삶은 마을과 지역에 뿌리 내리고 있다. 마을과 지역에 유리되면 안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나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의 학습은 마을에 별 도움이 안 되었다. 학생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인 마을과 지역을 교육과정과 수업에 담지 않고 학습하는 것은 공허하다. 수업도 마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마을’을 고려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이유도 결국 학생의 삶을 알고, 학생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을 속의 시민으로 키워 풀뿌리 지역교육을 실현시키기 위함이다. 추창훈 교감(저자)의 실험을 넘어 실천 가능한 모험을 이 책에서 꼭 만나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