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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론 제29호 - 2020.9.10
우리신학연구소 지음 / 우리신학연구소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 봄 우연한 기회에 우리신학연구소에서 '독자가 읽는 신간' 홍보 안내문을 보고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라는 책을 신청한 적이 있다. 마침 서평 대상자로 선정되어 책을 우송 받게 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단숨에 책을 읽고 짧은 소회를 밝혀 글을 메일로 보내게 되었다. 며칠 뒤 서평글을 책자에 싣고 싶다는 메일을 받게 되었고 지난주 따끈한 평론집 한 권이 담긴 우편물을 손에 얹게 되었다. 「가톨릭평론」9/10월호다. '독자가 읽는 신간' 란은 책의 맨 뒤쪽에 있었다. 나 말고도 『행복한 자유인, 앤소니 드멜로』를 읽고 쓴 서평문, '수행의 지평을 넓혀준 앤소니 드멜로.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를 읽고 쓴 서평문,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존하기'. 『유예된 존재들 』를 읽고 쓴 서평문, '청소년도 오늘을 살 권리가 있다'. 『천장 위의 아이 』를 읽고 쓴 서평문, '이상한 아이, 모두의 곁에, 나도 함께!'. 총 다섯 편의 서평문이 책의 끝부분을 마무리했다.
개신교인인 내가 「가톨릭평론 」을 읽게 될 줄이야. 9/10월호는 코로나19에 관한 각 분야 전문가들과 지성인들이 자신들만의 안목으로 쓴 여러 비평문이 실려 있다. 특히 내게 주목된 글은 코로나19로 인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을 사실대로 조사하여 밝혀낸 글들이다. 대략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계층이 파악된다. 소위 중위소득 50%미만의 저소득층 가정들과 소상공인으로 축약 보도되는 매스컴의 언론과 달리 이 평론집에는 외국인 이주민들, 그중에서도 불법 체류 노동자들과 그의 자녀들, 1평 남짓한 공간인 쪽방촌에 기거하는 빈곤한 주민들, 일자리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이름 없는 청년들, 닭장처럼 빽빽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저임금에 시달리며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직원들을 다루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되었다지만 이것마저도 혜택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 충격적이었던 점은 우리나라가 '아이를 수출한 나라' 였다는 점을 고발한 글이다. 유독히 입양을 많이 보냈던 1980년대. 아이 한 명을 입양보내면 외화 벌이가 되었기에 미아, 고아 구분없이 틈만 나면 입양을 주저없이 보냈던 당시 정책의 허점을 낱낱히 밝혀내고 있다. 유럽으로 보내진 입양아들이 세월이 흘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나이가 되었을 때 심적으로 받는 충격은 이루말할 수 없다고 한다. 떠나보낸 생모도 그렇겠거니와 기억 나지 않는 유아 시절에 낯선 땅에 오게 된 입양아야 말로 자신의 존재를 뒤늦게 고민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는 점이 이제서야 밝혀지게 되었다. 돈으로 보였던 부모 잃은 아이. 입양 보내고 나면 그만. 국가도 그 어느 누구도 관심 조차 가지지 않았음을 우리 모두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종교의 현실을 감안할 때, 가톨릭에서 제시하는 종교의 역할론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인간의 탐욕이 똬리를 틀고 하나님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의 그리스도인들을 바라볼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연 하나님이라면 이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을 향해 무엇이라고 이야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시고, 몸소 고통을 당하셨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은 이미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경험하신 내용이다. 고난의 순간에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무거운 짐때문에 어깨가 짓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세상이 그리스도인들을 비난하는 이유는 다시 말하면, 우리와 구별된 삶을 살아가라는 외침이 아닐까 싶다. 밖을 향해 열심히 달리기만 했던 지금까지의 삶과는 달리 이제는 내면을 돌아보며 하나님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며 변화된 삶을 살아가라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