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사계절 (미니북)
폴 투르니에 지음, 박명준 옮김 / 아바서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의사의 관점이 돋보인다. 폴 투르니에는 스위스 의사다.  상처난 부위에 매스를 대듯 날카롭게 사람의 존재성에 대해 의미를 재조명한다. 그렇다고 상처난 부위를 휘벼파는 치료적 언어가 아닌 환자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공감하는 언어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글쓰는 전업 작가가 아닌 날마다 새로운 환자를 만나는 의사이기에 인생에 접근하는 관점이 새롭다. 인생은 일직선이 아니라 굴곡이 반복되는 부침이 있어 다소 복잡한 선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성경은 그런 부침의 역사를 온 몸에 받아들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실패의 주인공을 전면에 드러낸 책이 있을까? 성경은 살인자, 이중인격자, 위선자 등 차마 현대 사회에서 입에 담아 두기 어려운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소개한다. 우리의 인생이 바로 그렇다는 얘기다. 성공한 사람만 등장하는 책이라면 자기계발서와 무엇이 다를까?

 

우리의 인생을 사계절로 표현한 폴 투르니에는 사람은 전인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환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육체를 가진 신체적인 존재이기에 자연과 동떨어져 지낼 수 없고 자연의 일부다. 동시에, 여기에서 폴 투르니에는 '동시성'을 강조한다. 인간은 육체를 가진 존재이며 동시에 영적인 존재, 초월적인 존재임을 알지 못한다면 결국 사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다고 말한다. 환자를 상담하며 경험한 사례를 소개하며 육체적인 치료가 환자를 살리기도 하지만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를 가진 환자들이 의외의 결과로 병에서 회복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하나님과 함께 하는 영적인 존재, 초월적인 존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지성으로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전적인 하나님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

 

어린 아이를 지나 청년 시기와 장년 시기를 거치면 어김 없이 찾아오는 것이 노년이다. 노년은 어느 누구도 회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을 부끄러워하거나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폴 투르니에가 보기에는 불쌍한 모습을 비춰진 것 같다. 차라리 노년의 시기를 인정하며 노년의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성숙함으로 인생의 마무리를 지어보는 것이 어떻게냐며 독자들에게 의사로써 권면한다.

 

"노년기의 과제는 과거를 경멸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로부터 교훈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사실, 다양성의 대명사는 '하나님' 이시다. 그분은 다양한 동식물을 서로 다양하게 만드셨다. 사람을 만드실 때도 다양성을 적용하셨다. 모든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님께 더없이 소중한 이유다. 개인의 삶을 봐도 그렇다. 개인이 가진 고유한 성격들이 모두 다양하다. 재능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어쩌려고 하나?

 

일각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자유롭지 못하고 뭔가에 구속당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리스도안에서 자유를 맘껏 누릴 권한이 있음에도 스스로 구속된 삶을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폴 투르니에는 도덕주의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도덕주의는 자기 자신만을 추구하고 자신이 선과 악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도덕주의는 실수할 만한 모든 상황을 양심의 가책과 자기 억제의 힘을 동원해 피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은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도덕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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