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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오랫동안 영화 잡지사에서 기자 생활을 해 온 저자는 그동안 기사를 써 오면서 객관적인 팩트에 중심을 두고 최대한 개인적 생각이나 의견은 절제해 왔다. 심지어 아닌 것은 아니지 그른 것을 진실로 둔갑하며 쓰는 기사는 내 생애에 있을 수 없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던 그가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그동안 다닌 직장도 10여 군데다. 자의반 타의반 다녔던 직장 생활의 애환을 담아냈다. 저자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용기의 결과물이다. 극히 내성적이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는 기쁨보다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이기 때문. 저자의 직장 스토리를 읽어 내려가다보면 무릎을 치며 공감할 내용이 꽤 많을게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오너가 아닌 이상 직장의 형태가 다양하더라도 직장 생활은 뻔하다. 직장도 조직이다. 서열이 있고 명령이 있으며 아첨과 교묘한 감정 대립이 존재한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살아야 하는 직장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보통 사람이라면 평균적으로 동일할것이다.
제일 좋은 상사는 머리가 좋고 게으른 타입이다!
머리가 좋다는 얘기는 업무 파악이 빠르고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명확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리더는 정확한 방향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산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뒤따르는 모든 사람이 고생이다. 직장 상사는 업무를 지시할 때에 예리한 방향 감각으로 구성원들에게 일을 두번 하게끔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상사가 제일 좋은 상사다. 거기다가 게으르다면 금상첨화! 게으르다는 얘기는 뭘까? 직장 상사가 너무 부지런하면 구성원들이 힘들다는 뜻이다. 일 맡기기 무섭게 결과물을 닥달하고 중간중간 세밀히 점검까지 한다면 버터낼 직원들이 없을게다. 분명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감행할게 뻔하다. 저자가 오랫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보아 왔던 경험의 노하우다. 독자인 여러분들이 만약 직장 상사가 된다면 '적당히 게을러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저자는 살짝 귀뜸해 주고 있다. 맡긴 일에는 어떤 과정으로 처리하든 강요는 금물, 심지어 시시때때로 물어보는 것도 삼가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을 알려준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라고 한다. 자신의 잘못이 밝혀지면 즉각 오류를 인정하고 바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질질 시간 끄는 상사는 기필대상 1호다!
고인물은 썩는 법
권력을 계속 누리고 싶은 게 권력자의 본성이다. 권력은 탐욕스럽게 빠져드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사고를 마비시키는 기능도 있다. 아무리 현명했던 사람도 권력을 장기화되면 이성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우리 역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 것처럼. 인간의 본성 상 일단 완장을 차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군림하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사람을 '돼지'로 묘사한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하는 일은 없다. 때가 되면 내려와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워야 한다. 만약 권력을 계속 누리고 싶다면 전문성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근무했던 잡지사에서도 기자들 모두 서로 편집장이 되려고 아둥바둥한다고 한다. 고작 3~4년 할 편집장 자리에 목을 메어 자신의 전문성을 죽일 바에야 차라리 자리를 박차고 나오라고 한다. 저자 본인의 얘기다.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나라고 말한다. 조직에 몸 담고 있으면 쓴 소리를 해 주는 사람이 적다. 본인이 스스로 자각하고 결정해야 될 부분이다.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 실행력이다!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을 인내하며 참아야 한다. 상사가 거슬릴 때가 있을때에라도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천재가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면서 성과를 보이라고 말한다. 직장도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내 주장만 관철될 수 없다. 차라리 줄 건 주고 얻을 건 얻는다는 협상의 원칙을 발휘하라고 조언한다. 최소한 3년 정도 일하면 자신의 업무에서 자기만의 루틴을 갖게 된다. 그 시간까지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저자 본인도 그런 사례를 경험했기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책에서 풀어냈다. 직장에서 태도가 왜 그렇니 하며 운운하는 경우는 대부분 자신의 문제 또는 시스템의 문제를 덮기 위한 전략임을 알고 흔들리지 말 것을 부탁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들에게, 남다른 조직관을 가지고 있는 90년대생 젊은 취준생들이 한 번 쯤 읽어보면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