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인 서울 사계절 1318 문고 122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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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는 자녀는 벌레만도 못한가?

 

서울 상류층 사람들 이야기라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 주인공 조반희, 2등은 죽음이다. 오직 1등만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다. 부모가 그걸 원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등을 유지해야 한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진로를 좌우한다는 웃픈 이야기가 나돈다. 자녀가 최상위 대학에 들어가야 존심을 세울 수 있다. 체면이 선다.  친구도 레벨을 따져 사궈야 한다. 아파트 이름 만으로도 빈부의 차이를 가름할 수 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함께 놀아서도 안 된다. 반희에게는 발달장애를 가진 누나(반지)가 있다. 부모에게나 반희에게나 반지는 존재하는 사람도 아니다. 없어져야 할 물건에 불과하다. 반희가 1등을 유지하는 동안에.

 

1등을 유지하기 위해 반희는 섬짓한 방법을 사용한다. 조폭들이 쓰는 수법을 흉내내듯. 돈으로 친구를 매수하고, 협박과 성적 수치심을 동원해 경쟁자인 친구를 코너로 밀어 붙인다. 그러나 비밀은 영원하지 않다. 숨겨질 것 같았던 일이 그만 들통난다. 반희는 심리적 압박에 눌린다. 그리고 잠이 든다. 차라리 세상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소원대로 잠에서 깨어난 반희는 사람이 아닌 토끼로 변신해져 있다. 꿈 인 줄 알았지만 꿈이 깨지지 않는다. 이제 천상 토끼로 살 운명이다. 토끼로 변신한 반희를 그래도 정겹게 맞이해 주는 사람은 누나 '반지' 뿐이다. 엄마 조차 외면해 버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아들이 토끼에서 사람으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쓸모 없는 도구처럼 취급한다. 놀릴감이 될 아들은 그녀에게는 필요 없다. 자신의 명예를 깍아 먹을 아들은 시의원인 조희 아버지에게도 눈엣가시거리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반희만 빼놓고 그동안 눌린 스트레스를 풀고자 예전에 가족들과 늘 찾던 고급 호텔로 모두 떠나버린다. 토끼로 변신한 반희가 방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을 꼭꼭  잠가 놓고.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대가의 작품,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변신』을 패러디했다고 한다. 소설 속 장소를 서울로 옮겨 왔다. 소설 속 변신체를 벌레에서 토끼로 살짝 옮겼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꼬집어 빗대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아이들은 성적을 내는 도구가 아니다. 경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자녀가 자녀다운 것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오직 시험 성적만으로 서열을 세우듯 하는 경쟁 사회는 관계를 파괴하고 생명을 경시하게 될 것이다라고 저자는 용기를 내어 말하고 있다.

 

부모 세대들이 살아 왔던 그 시절과 자녀 세대들이 살고 있는 현실은 확연히 다르다. 지옥처럼 여겨지더라도 경쟁에서 살아 남으면 개천에서도 용이 나는 시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들은 자신의 자녀들도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고생은 참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거마저도 참아내지 못하면서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느냐며 되레 화를 낸다. 그러나 자녀 세대는 생각이 다르다. 지옥은 지옥이지 결코 참고 버틸 이유가 없는게다. 경쟁보다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고자 한다. 다가올 미래 시대는 다행 중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공지능' 앞에서 지식을 자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시험 성적의 높고 낮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쓸모 없는 지식이라고 여겨졌던 '호기심'과 '상상력'에 바탕을 둔 '창의성' 만이 인간의 존재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은 반희의 누나 '조반지' 만이 인공지능을 이겨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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