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박정열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지식과 기술의 습득면에서 AI(인공지능)는 이미 인간을 능가하고 있다.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보았듯이 AI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에서는 전자투표는 물론이거니와 소규모 재판에서도 AI 판사가 판결을 내린다고 한다. AI는 교육, 경제, 정치, 의료, 법조계, 스포츠 등 거의 전 영역을 점령할 기세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람인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생존의 최우선 조건을 인간의 '본질'에서 찾고 있다. 본질은 외형적이거나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직장, 외모, 기술력 등이 인간의 '본질'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 사람만의 고유한 삶의 가치관, 삶을 대하는 태도 등이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라는 직업을 예로 들어보자. 교사의 본질은 가르치는 교수 행위를 넘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꾀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단지 지식을 주입하고 진로를 안내하며 시험 성적을 올려주기 위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일은 AI가 더 잘 할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동기를 부여하며 공부의 목적이 즐거움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개인을 넘어 공익을 위해 살아가기를 권면한다. AI는 빅데이터를 통해 정확ㅎ나 정보를 던져줄 수 있지만 삶의 의미를 해석해 줄 수는 없다. 교사가 존재할 이유는 학생 개개인별로 삶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일일 것이다.

 

갑작스런 홍수에는 마실 물이 없다고 한다. 온통 물 천지지만 진작 마실 물은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요즘 기업에서도 위와 비슷한 하소연을 한다고 한다. 사람은 많은데 인재가 없다고. 기업을 위해 꼭 맞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저자는 수년간 기업의 인사채용영역에서 다양한 인재들을 만나보았으며 미래 시대 꼭 필요한 인재가 갖춰야 할 자질을 '휴탈리티'로 정의하고 있다. '휴탈리티'는 휴머니티와 탤런트의 합성어다. 인간성과 재능을 겸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기술력을 갖춘 인재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인재들의 수명도 영원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AI라는 복병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가올 시대 바람직한 '인재상'은 무엇일까? 저자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바로 '외적인 보상에 의해 움직여지는 천박한 인재가 아닌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고 자발적인 재능을 갖춘 인간다운 인재'를 말한다.

 

그러고보니 참 어렵다. 기술과 지식을 갖추기도 어려운데 거기다가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는 인간성을 갖춘 인재라? 미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일사불란한 모습이 아니라 개별화와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인재가 아니라 즐겁게 의미를 찾아 하는 인재를 원한다. '내게 일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등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인재를 원한다. 시험이나 성적, 평가나 보상으로 통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스스로 내적 욕구를 찾아내야 한다. '내가 누군지', '나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을 때만이 가능하다. 진지한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

 

삶의 의미, 밤새워 일하는 이유, 대의명분 등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AI에게 미래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시 '존재' 자체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은 어디로부터 왔는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인간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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