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기를 권함 - 2004년 2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샨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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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방식은 삶의 방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먹는 사람도 있다. 책 읽을 때 다독을 위해 빨리 읽는 사람도 있고, 저자처럼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읽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 이 책만큼은 천천히 읽었다.

 

나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유형의 삶을 살아왔다. 삶의 리듬이 그 사람의 세계관의 리듬이고 가치관의 리듬이라고 말한다. 이제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가야 할 나이라고 사람들은 나를 보고 말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은 성과가 남다르다. 실적이 남다르다. 뭔가 결실을 일찍 거둔다. 그렇게 살아왔다. 저자는 그런 사람을 생쥐와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반대로 주위를 돌아보며 느릿느릿하지만 생각을 깊게 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코키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코끼리가 생쥐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기겁을 할거다. 반대로 생쥐가 코끼리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숨 넘어 갈 듯이 지켜 볼거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까?

 

독서의 즐거움이 크다. 정확히 말하면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통쾌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얼른 컴퓨터를 켜고 무작정 키보드를 이용하여 글을 친다.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친다는 표현이 맞다. 연필로 글을 쓴다면 무게감 있는 글을 쓸텐데 경박스럽게 키보드로 대충대충 글을 쓴다. 글을 써야 왠지 책 한 권을 다 읽은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 '천천히 읽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천천히 책을 읽었다면 글도 천천히 써야 하는데.

 

책벌레라 불리우는 사람이 있다. 생활 속의 모든 일 가운데 독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을 말할것이다. 그런데 직장 생활하면서 독서에 집중하는 시간을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나마 자투리 시간 아껴서 책상에 펴 놓은 쪽을 슬금슬금 읽어내며 다음 쪽을 넘긴다. 그리고 일을 한다. 그러다가 또 다시 시간이 나면 눈을 책으로 가져간다. 이전에 읽은 내용이 가물가물하더라도 괜찮다. 일단 읽어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어떻게 책 한 권을 읽는다. 그렇게라도 읽지 않으면 독서 리듬을 유지할 수 없다. 천천히 읽기와 거리가 먼 독서법이다.

 

매달 1만쪽의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은 39도의 고열에도 그 기준을 깨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무서운 사람이다. 빨리 읽어서는 알아채지 못하는 구절을 만난다. 천천히 읽는 사람은 시간이 더디걸리더라도 그 구절의 참뜻을 이해하고서야 넘어간다. 난, 그렇지 않다. 대충 넘어간다. 전형적인 다독형의 사람이다. 책 많이 읽는다고 누가 칭찬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천천히 읽고 싶다.

 

숨을 깊게 쉬자. 책을 여유있게 바라보자. 책은 적이 아니다. 공격 대상이 아니다. 친근하게 바라보자. 저자의 노력에 값어치를 하자. 저자는 책 한 권 쓰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생했을텐데 그것도 모르고 단 몇 시간에 읽어 해치우려고 했으니. 몸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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