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행복교육 - 학생을 살리고 시민을 깨우는 교육의 힘
정석원 지음 / 뜨인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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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덴마크식 교육 뿐만 아니라 덴마크 사회 저변에 깔린 문화, 정치 등 전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핀란드를 넘어 세계에서 행복한 국가 2위로 평가되고 있는 덴마크를 집중하여 들여다 보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 벤치마킹(무상교육, 놀이, 협동조합, 집단지성 등)은 압도적이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덴마크 따라잡기를 하고 있다. 척박했던 덴마크가 세계가 주목하는 교육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저자는 덴마크와 우리를 비교하며 덴마크 교육을 '행복 교육'으로 명명하고 있다.

 

교육 개혁만으로 교육이 바뀌지는 않는다. 교육 문제는 교육 차원을 넘어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아니 교육은 사회 문화 위에 자리잡고 있다. 교육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딛고 있는 사회와 정치가 변화되어야 가능하다. 덴마크식 교육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교육 변화에 앞서 사회와 정치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덴마크 역사를 훑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제2차 세계대전까지 덴마크는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던 패전 국가 중의 한 나라였다. 풀 한포기도 자라기 어려웠던 북쪽 황무지 땅과 400여개의 섬만으로 구성된 국토, 긴 겨울과 짧은 해로 칙칙한 분위기의 덴마크가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던 그 중심에는 덴마크의 국부로 불리우는 교육개혁가 그룬트비가 있었다. 

 

그룬트비의 교육 사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질문하지 않는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평가로 서열을 매기기보다 자신의 좋아하는 일을 찾게 끔 하는 곳이 학교다, 학교는 누구든지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최고의 교육을 지원할 책임이 있고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등등

 

그룬트비의 교육 사상의 영향력을 받은 덴마크 교육은 모든 사람이 부모의 능력이나 재산에 상관없이 평등하고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무상교육을 하며 적절한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 수업에서 찾아야 할 것은 정확한 답이 아니라 호기심과 궁금이며 엉뚱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더 이상 사회적 성공이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다. 직업의 귀천이 있을 수 없고, 부모는 교육비 때문에 등골 휠 이유가 없다. 재정적으로 독립이 가능하기에 자녀들은 부모 눈치 안 보고 진로를 결정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공부를 계속해 가거나 직장을 잡는다.

 

그룬트비의 교육 사상은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끼쳤다. 덴마크 사회에서는 침묵이 금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자신의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다른 의견을 듣는 인내와 포용성을 학교에서 배우고 이것을 바탕으로 공동체 안에서 소통을 이뤄낸다. 불편한 것을 말하고,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용기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 사회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퍼져 있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공동체 의식과 갈등해결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덴마크식 교육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덴마크 학교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점이 몇 가지 있다.

 

교장과 교사는 역할이 다를 뿐, 교육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협력하는 대등한 관계다, 3년동안 고정 담임제로 학생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관찰한 것을 평가하여 부모에게 전달한다, 학교운영의 주체는 교장이 아니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학교를 운영하는 실제적인 주체이며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회에서 선출한 학부모대표, 학생회에서 뽑힌 학생대표, 교사대표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학부모 학부모 대표가 맡는다, 교장과 교감은 발언권은 갖지만 의결권이 없으며 운영위원회에서 주로 간사로 봉사한다. 헉!

 

학교 수업은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진행된다. 자전거수업, 요리수업, 목공예수업 등등. 참고로 덴마크에서는 자동차 수보다 자전거 수가 더 많으며 유명 정치인들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자전거 안전교육부터 기초적인 수리까지 학교에서 수업으로 배우는 것이 당연한거다. 시험이 없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책가방 무게가 더 무거운 우리나라 학생들의 모습을 덴마크 사람들이 보면 '아동학대' 수준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분명 우리나라와 덴마크는 다르다. 좋다고 무작정 따라할 수는 없다. 조급한 마음으로 무작정 따라 잡기 위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정책을 도용하기보다 구성원들의 합의 절차를 통해 우리 실정에 맞게 완급 조절을 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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