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유명 매운갈비집. 처음엔 고기만 골라 먹었다가 양념에 밥을 쓱쓱 비벼 씨뻘건 양념밥 한 그릇을 비웠더니 뱃속이 화르르~~
갈비집 가는 길엔 날이 추워 자라 목에 발 동동 구르며 갔었는데 밥 먹고 나오는 길은 한결 따듯하다. 비닐 뜯은 핫팩이 된 내 몸 ㅋㅋㅋ 이라고 착각을 하고는 걸어보자 결심. 이는 곧 객기라는 걸 깨닫는 시간은 고작 오분 남짓.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발은 얼고 다시 자라 목으로 잔걸음 총총.... 눈물이 찔끔 나올 추위에 짜빠질까 말까 라스트 갓 파더식 개그를 하며 집으로 집으로.

상계역 내려서 지름길 아파트 사잇길로 막판 스퍼트. 짧은 숨 바삐 쉬어 가면서 빙판길 피해가면서 뛰며걸어 가는데 유리병 깨지는 소리에 움찔했다. 이어 들리는 욕소리 복날 두리려 맞는 소리 퍽퍽! 쎄게도 때리네, 사람이 센드백인 줄 아고 때리는거 보니 여럿이 하나 때리고 있음을 감지. 골목을 돌아 폭행 현장 길로 가면서 흘끔 쳐다보니 고삐리(추정) 셋이서 눈 밭에 누운 시체 같은 놈을 걷어차고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여인은 무서워 울고.... 나는 현장 확인후  안전거리 확보차 한 블럭 더 가서 112 신고.
"여기 상계5동...... 여럿이서 한 사람을 폭행하니까 빨리 와 주세요." 

'보니까 고삐리던데...' 아무래도 별로 무섭지는 않고 궁금도 하고 여자애도 걱정되고... 누워있는 애도... 나라도 가야 그만 맞을 것 같고... 경찰 금방 오겠지 뭐~. 

잠바 주머니에 양 손 푹 질러 넣은채 누워있는(죽었냐?) 놈을 내려다보았다. 때린 놈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친구니까 그냥 가라며 하고, 여자애는 그제서야 누워있는 남자친구(추정)옆에 가보는데, 가자마자 눈밭에 주저 않아 또 울기 시작한다. 때린 놈 또 하나는 내게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하는 소리인지(오가는 사람도 좀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며 "신고해~ 나도 많이 맞았어" 하며 소리를 지른다.(응 신고했어~) 

 
이노무 자식들, 어제는 추워서(응? ) 내가 아무 말 안했지만
' 짜식들이 친구를  왜 때려. 때리는거도 습관이야. 경찰서 가서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눈물 질질 짤 놈들이.....' 

참! 경찰은 천천히(ㅡ,.ㅡ) 잘 왔다.
나는 간곡하고 친절하게 갈 길 가시라,는 학생의 충고대로 갈 길(경찰 마중)갔다. 큰 길가에서 만난 경찰에게 어서 가보라고 말한 뒤 멀리서 경찰과 폭력학생과의 미팅을 확인하고 귀가.
  
-어제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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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1-1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고한 차좋아님에게 추천.

저도 일전에 여자애들 여러명이서 한명을 둘러싸고 때릴 폼을 잡길래 무서워서 참견은 못하고 골목을 돌아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했어요. 내가 신고하는거 보이면 괜히 보복할까봐 나 못보게 하고.....
아, 그 여자친구 진짜 무서웠겠어요. 어떡해..ㅠㅠ

차좋아 2011-01-14 08:14   좋아요 0 | URL
'골목을 돌아....' 잘하셨어요 정말 잘했어요.

그러게요 쫌 딱하던데요. 그런일 좀 안 일어 났으면 좋으련만......

치니 2011-01-13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실제 차좋아님에게 일어났군요. 용감한 시민 어른이셨네요. 저라면 어땠을까, 후 - 무서워서 일단 그 근처에 가서 들여다보질 못했을 듯. 소리만으로도요. 하지만 신고는 어찌 저찌 했을 거는 같네요.

차좋아 2011-01-14 08:21   좋아요 0 | URL
종종 일어나는 걸요. 나 아니면 아무도 나서지 않겠다 싶을 때 그럴때는 '좋은일 하는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참견을 해요. 물론 앞 뒤 재 가면서요.ㅎ

심한 폭행이었고 여자친구도 있었으니 결국 경찰에 가면 전말이 밝혀 지겠지만 아무도 신고 안하면 '세상이 그렇구나,' 생각할테니까.... 때린 애들도 맞은 애도 여자애도요. 그리고 이웃한 가게의 상인들도.


양철나무꾼 2011-01-1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계동도 무서운 동네군요.
연신내도 무서운 동네인데...

눈도 오시고 길도 미끄러운 데, 경찰님들 천천히 다니셔야겠죠~^^
차좋아 님,쫌 멋진걸요~

차좋아 2011-01-14 09:00   좋아요 0 | URL
연신내 사시는군요~ 연신내에서 상계동가지 걸어 와 본적이 있는데 ㅋㅋ 그때 생각이 나네요. 막차를 놓쳐 걸었는데 새벽에 도착했었어요. 결국 끝까지 오지도 못하고 미아 삼거리에서 새벽 지하철을 탔었던 20살의 추억 ㅋ

경찰님들 수고가 많으시죠^^ 욕도 많이 먹고...
경찰을 미워하는 건 개인적 감정인데 딱 걸렸네요 ㅎㅎ


굿바이 2011-01-1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신고한거 참 잘했다고 마구 칭찬해주고 싶소!!!!!

나는, 가끔, 킬빌의 여주인공처럼, 노란 츄리닝 입고, 핫토리 한조의 칼은 아니더라도 30센치 자라도 들고 이런 친구들 엄청나게 응징해주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신고밖에 없어서 늘 짜증나고 창피하다는.
스무살이 넘어서 여중생들에게 시계를 뺏겨 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 참.....ㅠㅠ

차좋아 2011-01-14 12:06   좋아요 0 | URL
할 수 있는거만 하면 되죠 뭐...
저도 어릴 때 처음 보는 형아가 시계 빌려달라고 하길래 빌려 줬느데 소식이 없네요 ㅋㅋ

칭찬 해줘서 이 페이퍼가 부끄러워졌어요.ㅋㅋㅋㅋ 그냥 그렇구나 봐주셔요.

같은하늘 2011-01-27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좋아님 글이 참으로 재미나요.ㅋㅋ
그런데 이게 웃을 일이 아닌거잖아요? ㅜㅜ
아들만 둘을 키우는 저는 이런 이야기보면 마음이 쿵~~해요.
요즘 애들 무서워서 신고도 마음놓고 하기 힘든데 그래도 큰 맘 먹으셨네요.^^

차좋아 2011-01-28 12:28   좋아요 0 | URL
일상의 별 일이라 여겨 대강 끄적여 놓은건데... 빨리 다른 페이퍼를 써서 덮어야겠어요ㅎㅎㅎ 벌써 오래전일이 제일 위에 있으니 좀 뻘쭘합니다.ㅋ
저도 아이들이 둘인데 저런 일이 많은 세상이니 참 걱정이에요. 우리 아이는 좀 좋은 세상에서 안전하기를 바라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 같아요^^

동우 2011-01-28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부끄러우려고 합니다.
나이 먹으니 젊은 놈(?하하)들이 무섭습니다. 하하
젊어서도 그랬겠지만.
그래도, 저 위 굿바이님처럼 중학생들에게 시계를 뺏겨 본 경험따위는 없겠지요.
명색이 남자인데..하하

차좋아 2011-01-31 02:03   좋아요 0 | URL
앞 뒤 안재고 흥분하는 망나니 같은 놈들이 있어서...
저도 종종 맞고 뺏기고 다녔었어요 ㅋㅋㅋ 때리면 맞고 뺏으면 뺏기고 그랬던것 같아요. 어려서는 그랬었어요 ㅎㅎㅎ 법의 보호가 필요했었던 착한소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