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의 얼굴이 결심으로 굳어졌다.
"노론, 조정을 지배하는 노론 세력이 저하를 제거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 세자는 사상이 너무 개혁적이고, 자기들이 독차지한 권력을 다른 세력에게도 나눠주려 하니까. 그들에게 확실한 증거를 바치면, 그들은 세자를 산 채로 잡아먹으려 할 거야. 전하께서 아들을 버리게 하려면, 전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움직여야 해." - P188

나는 세자의 결백을 바랐다. 그러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세자빈 마마를 위해,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하지만 그 바람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이제 알겠다. - P199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이야. 분노는 꺼뜨릴 수가 없는 감정이거든. 우리가 벌하려는 괴물처럼 변하는 거지. 하지만 정의는 끝을 가져오고, 그게 내가 원하는 바야. 맑은 정신으로 이성적인 생각을 유지해야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어. - P203

내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세 사람 중 하나와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이, 과연 우연일까. - P220

나는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해와 인정을 받고 싶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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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두 번 물을 수 없어 이번에는 시초로 항량과 항우의 신수를 보았다. 항량에게는 아예 군왕의 운세가 없고, 항우에게는 있어도 굵고 짧았다. 오래 주인으로 섬길 만한 신수들이 아니었다. - P79

"항우가 군사께 절하며 뵙습니다. 이제부터 아부라 부르겠습니다."
아부란 아버지에 버금가는 이를 말하니 곧 아버지 다음으로 우러러 모시겠다는 뜻이 된다. 평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항우의 기개에 견주어 보면 엄청난 겸양이요, 공손이었다. - P86

유방을 처음 보았을 때 항우 또한 유방에게서 묘한 힘을 느꼈다. 후리후리한 키에 우뚝 솟은 코와 튀어나온 이마, 길고 멋진 수염 같은 것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특이한 기품이나 유들유들하면서도 꼬이거나 맺힌 데 없는 언행에서 느끼게 되는 알 수 없는 친화력이 그러했다. - P93

항량은 한신을 집극랑으로 주변에 머물게 하였으나 그 재주를 유별나게 여기지는 않았다. - P105

항우, 과연 그대는 모든 점에서 나를 뛰어넘는 엄청난 기력의 사람이다. 그러나 한바탕의 전투에서는 언제나 이기겠지만, 천하를 다투는 큰 싸움에서는 아마도 끝내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 P129

저 유방이란 사람은 마음이 너무 무르고 아녀자같은 잔정에 치우친다. 저 사람은 세상이 잘 다스려질 때면 너그러운 재상 노릇쯤은 할 수도 있겠지만, 피투성이 싸움으로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제 고을도 지켜 내기 어려운 용렬한 장수가 될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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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인 동생에게는, 내게는 결코 열리지 않는 문이 열렸다. 여자라는 지위가 내 옷을 다 벗겨 벌거숭이로 만든 반면, 남자라는 지위는 동생을 보호해주었다. - P147

"만일 네가 수사를 계속한다면 이것만큼은 기억해라.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이 걸을 길을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후회를 안고 살아가지 말거라." - P158

"우리 어머니는 늘 ‘공(公)‘을 강조하셨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어진의 나직한 목소리가 왠지 멀게 느껴졌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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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하늘이 장군을 크게 쓰실 뜻인 듯합니다. 일전에는 몇 백 년 전설만으로 떠돌던 보검 간장을 찾아 내려 주시더니 어제는 또 용마 오추까지 보내셨군요. 진심으로 경하드립니다!" - P32

항우를 따르는 8천 강동병도 그 시절의 다른 봉기군들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정병이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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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기에 따라 스스로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으며, 굽힐 줄도 알고 젖힐 줄도 아는 위인이로구나. 조고는 그런 장함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재빨리 그의 사람됨을 가늠해 보았다. - P237

이와 같은 난세에 의심하기로 한다면 누군들 믿을 수 있겠소? - P278

유방의 첫인상이 준 그와 같은 느낌은 먼저 장량에게 무릎이나 모자람, 허약 같은 것으로 읽혔다. 이 사람은 뭔가가 실제보다 턱없이 부풀어 올라 있다. 용케 버티고 있지만 곧 파탄이 드러나고 허물어져 내릴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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