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두 번 물을 수 없어 이번에는 시초로 항량과 항우의 신수를 보았다. 항량에게는 아예 군왕의 운세가 없고, 항우에게는 있어도 굵고 짧았다. 오래 주인으로 섬길 만한 신수들이 아니었다. - P79
"항우가 군사께 절하며 뵙습니다. 이제부터 아부라 부르겠습니다." 아부란 아버지에 버금가는 이를 말하니 곧 아버지 다음으로 우러러 모시겠다는 뜻이 된다. 평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항우의 기개에 견주어 보면 엄청난 겸양이요, 공손이었다. - P86
유방을 처음 보았을 때 항우 또한 유방에게서 묘한 힘을 느꼈다. 후리후리한 키에 우뚝 솟은 코와 튀어나온 이마, 길고 멋진 수염 같은 것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특이한 기품이나 유들유들하면서도 꼬이거나 맺힌 데 없는 언행에서 느끼게 되는 알 수 없는 친화력이 그러했다. - P93
항량은 한신을 집극랑으로 주변에 머물게 하였으나 그 재주를 유별나게 여기지는 않았다. - P105
항우, 과연 그대는 모든 점에서 나를 뛰어넘는 엄청난 기력의 사람이다. 그러나 한바탕의 전투에서는 언제나 이기겠지만, 천하를 다투는 큰 싸움에서는 아마도 끝내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 P129
저 유방이란 사람은 마음이 너무 무르고 아녀자같은 잔정에 치우친다. 저 사람은 세상이 잘 다스려질 때면 너그러운 재상 노릇쯤은 할 수도 있겠지만, 피투성이 싸움으로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제 고을도 지켜 내기 어려운 용렬한 장수가 될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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