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노는, 수도원의 많은 수도사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베렝가리오는 아델모에 대해 참으로 입에 담기 민망한 정욕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 P259

아델모가 이러한 지경에 이를 즈음 베노는 아델모와 베렝가리오의 대화를 엿듣는다. 아델모가 베렝가리오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자 베렝가리오는,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자기 요구도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베렝가리오가 장서관의 사서 조수였으니, 아델모가 베렝가리오에게 무엇을 부탁했는지는 자명해진다. - P260

어쨌든 우리에게는 할 일이 있다. 무엇이냐? 우리는 야밤에 장서관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등잔이 필요하다. 등잔은 네가 구하거라. 저녁때 주방에 들어가거든 벽에 걸린 놈으로 하나 챙겨 법의 속에 숨겨 두어라.」
「훔치라는 말씀이신지요?」
「주님의 영광에 의지해서 잠시 빌어 놓으라는 것이다.」
「그러겠습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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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말을 요약하면, 최근에 기묘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은 두 수도사가 베렝가리오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는군 - P214

윌리엄 수도사는 틈날 때마다, 비록 자기가 종교 재판과 이단 심판의 조사관으로 있었지만 고문만은 되도록 피하는 주의였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 그러나 베렝가리오가 윌리엄 수도사가 그런 분이었다는 걸 알 리 없었다. 말하자면 베렝가리오는 윌리엄 수도사를 오해한 것이었다. 아니, 윌리엄 수도사 자신이 베렝가리오로 하여금 자신을 오해하게 만든 셈이었다. - P217

내 죄목인즉 내 허영심, 내 육체를 쾌락의 거처로 믿은 허물,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한 죄, 내 상상 속에 둥지를 틀고 있던 괴이한 형상을 즐겼다는 것이다. - P219

「왜 그렇게 불렀는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그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두렵습니다. 수도사님, 수도사님께 고백하고 싶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악마가 제 오장육부를 파먹고 있습니다.」
윌리엄 수도사는 베렝가리오를 떠밀었다가 다시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 된다. 베렝가리오. 나에게 고해를 청하지 말라. 네입을 여는 것으로 내 입을 봉하려 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어떤 방법을 쓰든 네 입을 열게 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 P220

아이마로는 이 전통을 되찾고 싶은 것이야. 성도들의 삶의 모습이 바뀌었으니, 수도원이 옛날의 전통을 찾는 길은(즉 그때의 영광, 그때의 권세를 다시 누리는 길은)수도원이 성도의 이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함께 변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날 이곳의 성도들을 지배하는 것은 무서운 무기도 장엄한 의식도 아닌, 바로 돈의 힘이기 때문에 아이마로는 수도원 건물 전부와 장서관까지 공장, 즉 돈을 버는 공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것이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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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북쪽 문밖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불목하니들이 어째서 저희 일이나 하지 않고 이 거룩한 명상을 훼방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했다. 돌연, 돼지치기 셋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어들어왔다. 그들은 수도원장에게 다가가 무어라고 속삭였다. 원장은, 처음에는 성무를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듯 조용히 손짓으로 그들을 물리치려했다. 그러나 다른 불목하니들도 교회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밖에서는 누군가가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죽었다! 죽었다! 수도사님이었어. 신발 봤지?’ - P197

교회 뒤 담벽 앞에는 전날부터 돼지 피를 채운 커다란 항아리가 놓여 있었는데, 그 항아리 위로 이상한 물체가 불쑥 솟아 있었다. 흡사 재를 쫓으려고, 넝마를 주렁주렁 단 막대기를 두 개 세워 놓은 것 같았다.
막대기가 아닌, 사람의 다리, 머리를 항아리의 돼지 피에다 박고 거꾸로 선 사람의 다리였다. - P198

베난티오는, 자기가 아는 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이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우리 삶에 바람직한 것일 수 있으며 진리의 도구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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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베르티노는, 자기손으로 화형대로 보낸 이단자들과 똑같은 자가 될 수도 있었고, 신성 로마 교회의 추기경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이단자의 악덕과 추기경의 악덕 또한 고루 갖춘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나는 우베르티노와 노닥거리면서 지옥이 다른 각도에서 본 천국이라는 인상을 받았구나. - P134

나는, 그 많은 수도사들이 읽고 쓰는 일에 세월을 보내는 수도원 문서 사자실에도 아직 그 물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지혜로 말하자면 세계를 찜 쪄 먹을 만한, 내로라 하는 사람들조차 감히 질문할 엄두도 내지 못할 그런 어마어마한 물건을 가진 분 옆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 P150

「본 장서관의 역사는 아주 깁니다. 따라서 서책은 모두 장서관이 이를 구득(求得)한 순서로 서명 목록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장서관에 들어온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럼 찾기가 몹시 까다롭겠군요?」 - P152

「장서관 사서 수도사는, 서명을 모조리 암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서책이 언제 이 장서관으로 들어왔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수도사들은 사서의 기억력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지요.」 - P152

공부한다는 수도사들이 책보다는 대리석 부조를 더욱 탐하고, 하느님 율법보다는 사람이 한 일을 더욱 상찬하니, 이 어찌 부끄럽지 않으리요, 이 허울만 좋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도대체 어쩌지요? - P161

아델모가 죽기 이틀 전에 수도사님께서는 바로 이 문서 사자실에서 있었던 토론회에 자리를 함께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델모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형상에 몰두하는 자기 예술을 변호하여, 형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고 했습니다. 즉, 자기 예술로써 천상적인 것들을 드러내 보인다고 했던 것입니다. - P162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베렝가리오가 베난티오에게 적의에 찬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았다. 베렝가리오의 그런 눈길을 베난티오가 조용하면서도 상당히 전투적인 눈길로 맞는 것도 나는 보았다. - P165

사부님의 대담 무쌍한 말투가 니콜라의 마음을 아주 편하게 만들어 놓았던 모양이었다. 니콜라는 윌리엄 수도사에게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은근하게 수작을 걸었다. <어르신과 나는, 같은 종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서로를 넉넉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턱으로 본관을 가리키면서 속삭였다.
「저기 말씀인데요……… 저기에서는.... 학문의 비밀이 마법의 보호를 받고 있답니다.」 - P176

소문에 따르면, 어떤 수도사가 말라키아에게 서책을 부탁했다가 그만 거절당했답니다. 이 수도사는 그 서책을 훔쳐보려고 말라키아 몰래 야밤에 장서관으로 숨어 들어갔다가 뱀 머리 없는 사람, 머리가 둘인 사람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 수도사가 어찌어찌 해서 그 미궁을 헤어 나왔을 때는 제정신이 아니더라지요, 아마? - P176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수도원은 야간의 장서관 출입을 바라지 않는 반면에 수도사들은 끊임없이 침입을 시도해 왔고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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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관 원고를 아름다운 장식으로 꾸미던 젊지만 유능한 채식장인 수도사인 오트란토 사람 아델모가 어느날 본관 옆 벼랑 아래에서 염소치기에 의해 시체로 발견되었다. - P69

수도원장은 무엇인가를 알고 있었으나 고해 성사에서 알아낸 것이어서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원장은 아델모 수도사의 비극적인 최후와 관련된 이야기를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었음이 분명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는 윌리엄 수도사에게, 고해자를 보호하는 지엄한 계율을 지키는 범위 안에 서 비밀을 밝혀 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것이었다. - P74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이 수도원 안에서는 어디든 나다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관 맨 위층, 그러니까 장서관은 안됩니다.」 - P75

장인(匠人)은 이들의 형상을 빚되 상호 균형에 어찌나 충실했던지, 분명히 서로 달라 보이는데도 다른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요컨대, 형상의 다양성을 하나로 통일시키되 통일된 분위기 속에서 다양성을 부여하고 각양 각색이되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의 질서 안에 특이한 형태로 통일되어 있었던 것인데, 갖가지 부드러운 색채로 표현된 부분을 조화시키고 서로가 내는 갖가지 다른 소리를 협화시키는 솜씨는 가히 신묘에 가까웠다. - P89

우베르티노는 교황에 대항하여 친구의 추억을 지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서슬에 기가 죽은 요한 22세는 다른 사람들을 매도하는 데는 망설이지 않으면서도 우베르티노의 이름만은 차마 입에 올리지 못했다. 뿐인가. 교황은 그에게 자구책을 세워 주는 뜻에서 처음에는 좋은 말로 달래어 보다가 급기야는 끌뤼니 수도원으로 들어갈 것을 명했다. - P111

윌리엄, 그대도 거기에 있었지 아마? 그대가 내 성사를 도울 수도 있었네만………….」
「그렇지만 당신이 도와 달라던 그 성사라는 게 벤티벵가, 야코모, 지오반누치오를 화형주에 매다는 일이 아니었던가요? 세상에, 도울 일이 따로 있지.……….」
「이자들이 키아라의 추억에다 때를 묻히지 않았던가? 그대는 이런 자를 능히 화형주에 매달 수 있는 종교 재판의 조사관이었고・・・・・・・」 - P117

고문을 당하면, 조사관이 알고 싶어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사관을 기쁘게 할 만한 것까지 모조리 말하게 됩니다. 고문당하는 자와 고문하는 자 사이에 어떤 유대(이거야말로 악마적인 유대가 아니겠어요)가 생겨나기 때문이지요. - P123

내게는 사악한 자들의 약점을 조사해 낼 용기가 없었던 거예요. 알고 보니 사악한 자들의 약점은 도덕 높은 분들의 약점과 같더란 말입니다. - P124

「암, 욕망이지. 죽은 젊은이에게는 뭐라고 할까…….. 여성적인. 그래서 악마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네. 그 친구의 눈은 인쿠부스를 기다리는 처녀의 눈같았다네. 지적 허영. 이 수도원 안에서는, 지혜의 환상을 겨냥한 언어에 대한 허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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