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관 원고를 아름다운 장식으로 꾸미던 젊지만 유능한 채식장인 수도사인 오트란토 사람 아델모가 어느날 본관 옆 벼랑 아래에서 염소치기에 의해 시체로 발견되었다. - P69
수도원장은 무엇인가를 알고 있었으나 고해 성사에서 알아낸 것이어서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원장은 아델모 수도사의 비극적인 최후와 관련된 이야기를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었음이 분명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는 윌리엄 수도사에게, 고해자를 보호하는 지엄한 계율을 지키는 범위 안에 서 비밀을 밝혀 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것이었다. - P74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이 수도원 안에서는 어디든 나다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관 맨 위층, 그러니까 장서관은 안됩니다.」 - P75
장인(匠人)은 이들의 형상을 빚되 상호 균형에 어찌나 충실했던지, 분명히 서로 달라 보이는데도 다른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요컨대, 형상의 다양성을 하나로 통일시키되 통일된 분위기 속에서 다양성을 부여하고 각양 각색이되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의 질서 안에 특이한 형태로 통일되어 있었던 것인데, 갖가지 부드러운 색채로 표현된 부분을 조화시키고 서로가 내는 갖가지 다른 소리를 협화시키는 솜씨는 가히 신묘에 가까웠다. - P89
우베르티노는 교황에 대항하여 친구의 추억을 지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서슬에 기가 죽은 요한 22세는 다른 사람들을 매도하는 데는 망설이지 않으면서도 우베르티노의 이름만은 차마 입에 올리지 못했다. 뿐인가. 교황은 그에게 자구책을 세워 주는 뜻에서 처음에는 좋은 말로 달래어 보다가 급기야는 끌뤼니 수도원으로 들어갈 것을 명했다. - P111
윌리엄, 그대도 거기에 있었지 아마? 그대가 내 성사를 도울 수도 있었네만………….」 「그렇지만 당신이 도와 달라던 그 성사라는 게 벤티벵가, 야코모, 지오반누치오를 화형주에 매다는 일이 아니었던가요? 세상에, 도울 일이 따로 있지.……….」 「이자들이 키아라의 추억에다 때를 묻히지 않았던가? 그대는 이런 자를 능히 화형주에 매달 수 있는 종교 재판의 조사관이었고・・・・・・・」 - P117
고문을 당하면, 조사관이 알고 싶어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사관을 기쁘게 할 만한 것까지 모조리 말하게 됩니다. 고문당하는 자와 고문하는 자 사이에 어떤 유대(이거야말로 악마적인 유대가 아니겠어요)가 생겨나기 때문이지요. - P123
내게는 사악한 자들의 약점을 조사해 낼 용기가 없었던 거예요. 알고 보니 사악한 자들의 약점은 도덕 높은 분들의 약점과 같더란 말입니다. - P124
「암, 욕망이지. 죽은 젊은이에게는 뭐라고 할까…….. 여성적인. 그래서 악마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네. 그 친구의 눈은 인쿠부스를 기다리는 처녀의 눈같았다네. 지적 허영. 이 수도원 안에서는, 지혜의 환상을 겨냥한 언어에 대한 허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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