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베르티노는, 자기손으로 화형대로 보낸 이단자들과 똑같은 자가 될 수도 있었고, 신성 로마 교회의 추기경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이단자의 악덕과 추기경의 악덕 또한 고루 갖춘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나는 우베르티노와 노닥거리면서 지옥이 다른 각도에서 본 천국이라는 인상을 받았구나. - P134
나는, 그 많은 수도사들이 읽고 쓰는 일에 세월을 보내는 수도원 문서 사자실에도 아직 그 물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지혜로 말하자면 세계를 찜 쪄 먹을 만한, 내로라 하는 사람들조차 감히 질문할 엄두도 내지 못할 그런 어마어마한 물건을 가진 분 옆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 P150
「본 장서관의 역사는 아주 깁니다. 따라서 서책은 모두 장서관이 이를 구득(求得)한 순서로 서명 목록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장서관에 들어온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럼 찾기가 몹시 까다롭겠군요?」 - P152
「장서관 사서 수도사는, 서명을 모조리 암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서책이 언제 이 장서관으로 들어왔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수도사들은 사서의 기억력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지요.」 - P152
공부한다는 수도사들이 책보다는 대리석 부조를 더욱 탐하고, 하느님 율법보다는 사람이 한 일을 더욱 상찬하니, 이 어찌 부끄럽지 않으리요, 이 허울만 좋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도대체 어쩌지요? - P161
아델모가 죽기 이틀 전에 수도사님께서는 바로 이 문서 사자실에서 있었던 토론회에 자리를 함께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델모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형상에 몰두하는 자기 예술을 변호하여, 형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고 했습니다. 즉, 자기 예술로써 천상적인 것들을 드러내 보인다고 했던 것입니다. - P162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베렝가리오가 베난티오에게 적의에 찬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았다. 베렝가리오의 그런 눈길을 베난티오가 조용하면서도 상당히 전투적인 눈길로 맞는 것도 나는 보았다. - P165
사부님의 대담 무쌍한 말투가 니콜라의 마음을 아주 편하게 만들어 놓았던 모양이었다. 니콜라는 윌리엄 수도사에게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은근하게 수작을 걸었다. <어르신과 나는, 같은 종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서로를 넉넉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턱으로 본관을 가리키면서 속삭였다. 「저기 말씀인데요……… 저기에서는.... 학문의 비밀이 마법의 보호를 받고 있답니다.」 - P176
소문에 따르면, 어떤 수도사가 말라키아에게 서책을 부탁했다가 그만 거절당했답니다. 이 수도사는 그 서책을 훔쳐보려고 말라키아 몰래 야밤에 장서관으로 숨어 들어갔다가 뱀 머리 없는 사람, 머리가 둘인 사람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 수도사가 어찌어찌 해서 그 미궁을 헤어 나왔을 때는 제정신이 아니더라지요, 아마? - P176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수도원은 야간의 장서관 출입을 바라지 않는 반면에 수도사들은 끊임없이 침입을 시도해 왔고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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