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천하영웅들께서 모처럼 왕림하시어 실로 저희 소림파의 영광이요 크나큰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저희 방장 사형께서 급작스런 병환으로 여러 준현들을 뵙지 못하게 되어 노납에게 명하여 정중히 사과드리라 하셨으니, 이 점 널리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 P137

강호 인물 사이에 전해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무림에 추앙을 받는 삼대 세력으로 명교, 개방, 소림파‘ 를 손꼽는다고. 교파 중의 우두머리는 명교요, 천하 방회 가운데 어른은 개방이며 그리고 무학의 문파로는 소림을 으뜸으로 쳤다. 명교가 스무 살 남짓한 청년 장무기를 교주로 모셔 앉혔을 때만 해도 무림계 인사들은 세상 오래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을 다 본다고 혀를 찼는데, 이번에는 개방마저 철부지 어린 소녀를 방주로 추대할 줄이야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 P145

"삼가 명교 장교주님의 호령을 받들어 우리 개방 제자는 끓는 물,
타는 불더미 속에라도 거침없이 뛰어들겠습니다!"
구호를 외치듯 입 맞춰 지르는 함성에, 군웅들은 모두 대경실색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개방이 언제부터 명교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사당(死黨)이 되었단 말이냐? - P147

"주장문, 장무기가 사죄하러 왔소."
말끝이 떨어지기도 전에 아미파의 여제자 10여 명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하나같이 버들잎 같은 눈썹들을 곤두세우고 얼굴에 온통 분노한 기색이 서리처럼 맺혀 있었다. 그러나 주지약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몸을 약간 틀어 답례했다.
"장교주님의 지나치신 예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장교주께서도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평정한 얼굴빛에 기쁨이라든가 노여움, 슬픔이나 즐거움의 그림자라곤 찾아볼 길이 없었다. - P157

"우리 같은 무림계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강호를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면서, 하루하루 칼날의 피를 핥으면서 보내왔소. 이날 이때껏 살아오는 동안 여러분 가운데 손에 몇 사람의 목숨을 매달고 다니지 않은 분이 과연 몇이나 되겠소? 무공 실력이 강한 자는 몇 사람 더죽이고 배운 게 변변치 못한 약자는 남의 손에 목숨을 바쳐야 했소. 만약 사람을 하나씩 해칠 때마다 제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면.…흐흐흐, 지금 이 광장 안에 계신 몇천 명의 영웅호한 가운데 목숨이 붙어 있을 분은 아마도 손가락으로나 꼽을까, 몇몇 남지 않을 것이외다. 하씨 성을 가진 노영웅께 한마디 물읍시다.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단 한차례도 살인을 저지른 적이 없으셨소이까?"" - P164

주지약이 싸느랗게 웃었다.
"장교주, 예전에 당신은 흐리멍텅해서 그렇지 호남아다운 맛은 제법 있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야비하고 질투가 많은 소인배였군요. 사내대장부라면 자신이 저지른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법, 막칠협은 당신이 죽였는데 어째서 내 남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거죠?"
"뭣이, 뭐라고 했소? 나더러 일곱째 사숙을 죽였다고 했소? 세상에 그런 억지가 어디 있단 말이오?" - P209

은리정은 보면 볼수록 분통이 치밀어 버럭 고함쳐 꾸짖었다.
"송청서! 이 배은망덕한 놈아,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구나! 무당파를 배반하고 뛰쳐나간 놈이 무당파의 무공으로 치사하게 목숨을 건져보고 싶으냐? 제 아비도 필요 없다고 저버린 불효자 놈이, 아비가 손수 가르쳐준 무공이 필요하기는 한 게냐? 천하에 비열한놈 같으니!"
사숙에게 호통을 들은 송청서가 얼굴이 벌개져서 마주 고함을 질렀다. - P237

장무기는 볼수록 기가 막혀 입이 절로 벌어졌다. 주지약의 채찍쓰는 수준이 소림사의 도액, 도난, 도겁 세 고승에 비해 높다고는 할수 없으나, 수법 하나만큼은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처음에 그는 아미파에 또 다른 사악한 무공이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 주지약의 유령 같은 동작이나 솜씨가 멸절사태와는 전혀 딴판임을 깨달았을 때 가슴속에 무언가 형언하기 어려운 공포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범요 역시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곁에서 중얼거렸다.
"저것은 귀신이지, 사람이 아니야!"
그 한마디가 장무기의 심사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 P257

"좋소이다. 이 대결장에 나서서 겨루실 분이 없는 바에야, 우리는 영웅대회에서 미리 약정한 대로 금모사왕 사손을 아미파 장문 송부인께 넘겨드려 그분의 처분에 맡기도록 하겠소이다. 도룡도가 현재 어느 분 수중에 있는지 모르나 이 자리에 내놓으셔서 송부인이 거두어 보관하도록 합시다. 이것은 영웅 여러분 모두가 공식적으로 결정한 일이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소이다." - P269

"나도 알고 있어. 흥! 구음백골조(九陰白骨水), 백망편(白麟範)이라? 그따위가 천하에서 제일 강한 무공이라곤 할 수 없지."
뭇 사람들은 그녀가 산봉우리에 올라섰을 때의 위풍과 기세, 또 아리따운 용모와 표일한 자태에 눈길을 쏟고 있었기에 그녀가 코웃음치는 소리마저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군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찔끔 놀라 동료들끼리 서로 마주 바라보았다. 그중에서도 나이 지긋한 연장자들은 생각이 한결같았다.
아미파의 주장문 부부가 쓰던 다섯 손가락 조법이 설마 했더니 역시 일백여 년 전 강호에 악명 떨치던 구음백골조였단 말인가? 주장문이 오늘도 꺼내든 저 기다란 채찍이란 게 백망편이었던가?‘ - P291

주지약의 다섯 손가락은 어쩔 속셈인지 사손의 머리 위에 수직으로 들린 채 멈추더니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그녀는 곁눈질로 장무기 쪽을 차갑게 흘겨보면서 비웃음을 던졌다.
"장무기, 그날 호주성 혼례식장에서 날 버리고 도망쳤을 때, 오늘같은 날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겠지?" - P311

"이렇게 다짐하거라. 소녀 주지약은 하늘에 맹세하노니, 오늘 이후 마교 교주 장무기에게 절대로 마음을 두고 사랑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그자와 혼인해서 부부로 맺어질 경우, 나를 낳아주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지하에서 유골조차 평온함을 얻지 못할 것이며, 내 스승 멸절사태는 죽어서 반드시 원귀가 되어 내 평생을 두고 밤낮없이 불안하게 만들 것입니다. 내가 만약 그자하고 자식을 낳게 된다면 아들은 대대로 비천한 노예가 될 것이요, 딸은 세세에 창녀 갈보가 될 것입니다. 자, 이렇게 내가 말한 대로 맹세하거라!" - P327

"큰아버님, 저 사람은 성곤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손은 장무기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여전히 추접스런 노승 앞에 버텨선 채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성곤, 네놈이 모습은 바꿨어도 목소리만큼은 바꾸지 못했구나. 헛기침 소리를 들었을 때, 난 벌써 네가 누군지 알아보았으니까!" - P349

눈부시게 비쳐 내리는 햇빛 아래, 광명세계로 돌아온 이들 두 사람은 마주 선 채로 움직일 줄 몰랐다. 초원벽력수 성곤과 금모사왕 사손, 옛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의 눈에서 시뻘건 피가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 P369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똑같은 수법으로 똑같은 부위를 공격했다.
그리고 타격을 받아 생긴 상처 또한 같았다. 그러나 피아 쌍방 간의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사손은 애당초 장님이었으므로 앞 못보는 두 눈에 성곤의 손가락이 꽂혀봤자 기껏해야 살갖 근육의 손상을 입는 것에 불과했으나, 성곤은 이제 난생처음으로 진짜 소경이되어버린 것이다. 앞 못 보는 성곤이 허겁지겁 양손을 허우적거리면 - P370

"성곤, 네놈은 내 일가족을 몰살했다. 오늘 네놈의 두 눈을 빼앗고 무공마저 전폐시켰으니, 이것으로 빚은 다 갚았다. 사부님, 내 일신의 무공은 오로지 당신께서 가르쳐주신 것, 이제 내 스스로 남김없이 모조리 흩어버려 당신깨 돌려드렸소. 이제부터 그대와 나 사이에는 은혜도 원한도 없거니와, 그대는 영원히 나를 볼 수 없을 테고, 나 또한 영원히 그대를 보지 못할 거요." - P372

종남산 뒤편 골짜기에,
활사인의 고묘 있다네,
신조협려 내외분께선
강호에 자취를 끊으셨네! - P380

‘내가 송청서의 아내라고 자칭한 것은 임시방편으로 둘러댄 말이다. 그것은 강무기란 놈의 화를 돋우어 심신이 흐트러지게 하기 위해서였지. 그놈은 무공 실력이 워낙 뛰어나 본 장문으로서도 확실히 따르지 못하겠기에 그런 술수라도 부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아미파의 명성을 위해서라면 나 한 사람의 명예 따위야 대수로울 게 뭐 있겠느냐!’ - P477

장무기의 마음은 단순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이것저것 더 생각해보고 싶지 않았다. 무공 실력은 최강자였으나 성격이 워낙 우유부단하여 세상만사가 눈앞에 닥칠 때마다 그저 자연의 순리대로만 따를 뿐이었다. 어쩌다 부득이한 경우가 생길 때면 남의 뜻을 거역하고 싶지 않아 차라리 자신의 견해를 버릴망정 남의 뜻대로 따르는 고지식한 일면도 갖추었다. 과단성이 부족하니 다른 사람의 권유에 모든 것을 떠맡기는 경우도 허다했다. - P505

양과는 절대 주도적으로 행동해온 성격의 소유자다. 곽정은 매사 대국적인 측면에서 나름대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처신했을 뿐, 그밖의 사소한 일들은 황용에게 밀어붙이곤 했다. 반면, 장무기는 한평생을 두고두고 시종일관 남의 영향을 받고 환경의 지배를 받아 그 속박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 P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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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원진이 곤륜파 고수 두 명과 싸워가며 쫓기듯이 급속도로 산봉우리 위에 올라왔다. 그는 하태충 부부가 상처를 입고 땅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당장 한칼에 한 사람씩 찔러 죽였다. 곤륜파 장문 철금선생 하태충과 남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태상장문(太上掌門)’ 여왕으로 군림하던 그 아내 반숙한은 원진의 칼날 아래 이렇듯 속절없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 P23

그들은 장무기가 방금 그 삼초 구식의 공세를 푸는 데 평생토록 쌓아두었던 혼신의 기력을 모조리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지금 소나무 가장귀에 의지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흔들리는진동에 힘입어 남모르게 단전에 뒤죽박죽 헝클어진 체내의 진기를 고르느라 무진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도 알 턱이 없다. - P35

장무기의 입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자기가 조민을 받아들이기로 허락한 이상, 지난날 그녀가 저지른 모든 잘못은 장무기 자신이 도맡아야 했다. 순간, 아버지 장취산이 사랑하는 아내의 옛날 업보 때문에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심정을 뼛속 깊이 이해할 수가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양교주와 양부 사손의 원한 역시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도겁선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떠메지 않는다면 누가 감당한단 말인가? - P39

"큰아버님, 제가 왔습니다! 양아들 무기가 이제야 구해드리러 왔습니다. 큰아버님, 나오실 수 있습니까?"
땅속에서 사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못 나간다. 얘야, 어서 이곳을 떠나거라!" - P56

도액선사가 담담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장교주는 너무 겸사하실 필요 없소이다. 귀교에 장교주와 백중지세로 맞먹는 무공을 지닌 분이 더 계시다면, 두 분이 손을 맞잡고 나서기만 해도 우리 세 늙은 대머리들을 너끈히 죽일 수 있을 것이외다. 하지만 노납의 짐작이 틀림없다면, 현재 이 세상에 장교주와 같은 불세출의 고수는 다시 없으리라 보오. 그러니 몇 분쯤 더 가서해서 한꺼번에 덤비는 게 좋을 듯싶소." - P86

"양좌사, 은형, 그리고 무기야. 나 사손의 두 손은 온통 더러운 피로 물들어 있다. 진작 죽었어도 여한이 없을 몸이다. 오늘 그대들이 날 구하러 왔다 하나, 소림사 세 분 고승들과 싸우다가 만일 쌍방 간에 사상자가 더 생긴다면 이 사손의 죄만 가중될 뿐이다. 무기야, 어서 빨리 본교 형제들을 거느리고 소림사에서 물러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서 경맥을 끊고 자결하고 말 것이다." - P105

주원장도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교주님,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조정 관부에 반역을 저지르는 큰일입니다. 교주께서 저 군주마마를 철석같이 믿고 계시지만, 수천수만 명의 우리 형제들은 믿지 못합니다. 설마 저 군주마마께서 우리 일이 막바지 고비에 직면했을 때도 과연대의멸친하는 각오로 자기 부모 형제들의 목에 칼날을 얹을 수 있겠습니까?"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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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장로가 듣다못해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개방 원로로서 그의 수치심이 발동한 것이다.
"진장로, 주낭자를 놓아주시오! 우리 개방의 이 많은 제자들이 외부 사람 앞에서 꼭 이런 추태를 보여야겠소?"
전공장로에게 질책을 받고서도 진우량은 막무가내로 듣지 않았다.
"하하! 모르시는 말씀을, 대장부는 지혜로 싸울 것이지 뚝심만으로 싸우지 않는 법이외다. 장무기! 아직도 굴복하지 않을 테냐?" - P249

개방 제자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장무기는 어느새 양다리로 싸움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개방 방주 사화룡의 어깨 위에 떡 걸터앉은 자세로 목말타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오른손바닥은 사화룡의 정수리에 얹히고 왼손은 뒷덜미 경맥을 움켜잡고 있었다. - P250

노랫가락이 유창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또 한 여자가 문턱을 넘어 들어섰다. 담황색 얇은 경삼을 걸친 그녀는 한 손으로 열두세 살가량 어린 소녀의 손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녀는 대문 앞을 가로막은 개방 제자들을 헤치면서 느린 걸음걸이로 천천히 앞마당 한가운데까지 들어왔다. 나이는 어림잡아 스물 일고여덟쯤 들었을까, 가냘픈 몸매에 용모는 아리땁기 그지없으나 얼굴에 핏기라곤한 점도 없이 너무나 창백했다. - P253

개방 사람들은 백의 처녀, 흑의 처녀, 담황색 얇은 경삼을 걸친 미녀, 못생긴 어린 소녀에 대해선 일체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오직 소녀의 수중에 들린 청죽봉(靑竹棒)만을 의식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것은 통째로 투명한 벽록(碧綠)의 빛깔을 띠고 반들반들 매끄러운 정광(晶光)이 감도는 대지팡이였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을 두고 몇 사람의 손때에 길들여졌는지 모를 정도로 고색창연한 윤기가 배어 있었다. 장무기가 보기에 그것 이외에 또 다른 특징은 없어 보였다. - P254

"아이고, 나 죽네! 사람 살려! 내가 한 일이 아니오! 나 혼자 한 짓이 아니란 말이야……! 진장로 …… 진장로가 시켰어..…"
가짜 방주는 얼굴이 됫박만큼이나 퉁퉁 부어오른 채 필사적으로 장봉용두의 손바닥을 도리질해 피하면서 고래고래 아우성쳤다. - P271

그는 방주로 있을 때 역대로 전해 내려온 스물여덟 초식의 항룡이십팔장 가운데 번거롭거나 별로 쓸모가 없는 부분을 과감히 줄여버리고 또 비슷한 초식을 융화시켜 항룡십팔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개방을 떠난 후 자신과 의형제를 맺은 대리국 왕세자 단예(段譽)와 소림사 승려 출신의 허죽(虛竹)을 사귀게 되면서, 이 절기를 나중에 영취궁(靈營宮) 주인이 된 허죽 선사에게 물려주어 대대로 전승하게 했다. 소봉이 비참하게 죽은 이후, 마음씨 너그럽고 착한 허죽은 이 절기를 또다시 개방 측에게 전해주었다. - P274

장무기와 개방 원로들의 부름은 허망하게도 텅 빈 하늘에 울리다가 이내 흩어졌다. 양소저, 담황색 경삼 차림의 미녀, 핏기 한 점 내비치지 않는 창백한 얼굴빛…… 지금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신조대협 양과와 고묘파 전인 소용녀 부부의 혈육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아는 이가 없다. 혹시 무당파 장문인 장삼봉이 여기 있었더라면 백년 전 소년 장군보 시절의 일을 기억으로 더듬어 추측해보기나 했을까. - P283

"조낭자, 솔직히 말해서 난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소. 또 당신과 다시 만나지 말았어야 했고…… 내 마음속에 임자가 따로 있는 만큼 두 번 다시 당신의 번뇌를 불러일으키지 말아야 했소. 소민군주, 당신은 금지옥엽이오. 앞으로 이 장무기 같은 강호의 떠돌이는 잊어버리시오." - P337

이 무렵 양불회도 이미 은리정과 결혼한 몸으로 하객들을 따라서 함께 호주성에 왔다. 오랜 만에 양불회를 만난 장무기는 반가움에 싱글벙글 웃으면서 문안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여섯째 숙모님!‘ 하고 불러대어 양불회의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어 놓았다. 둘이서 맞잡은 손길에는 아주 오랜 옛날 철부지 오누이 시절 온갖 풍진을 함께 겪어가며 하염없이 서로 의지하고 아득히 머나먼 서역 땅으로 향하던 추억, 그리고 둘만이 아는 기쁨과 서글픔의 감회가 한꺼번에 묻어나 있었다. - P351

장무기와 주지약이 붉은 융단 깔린 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리려는 찰나, 돌연 대문 바깥에서 야무지게 호통 치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뒤미처 푸른 옷 그림자가 번뜩 움직였는가 싶더니, 어느 틈에 청색 옷차림의 처녀 하나가 빙글빙글 웃으며 대청 앞뜰에 들어섰다. 조민이었다. - P354

그러고는 두세 걸음 장무기 앞으로 더 나서더니 키가 작은 탓인지 발뒤꿈치를 들고 귓전에 가볍게 속삭였다.
"두 번째 요구사항은, 오늘 당신이 주소저와 혼례식을 올리지 말라는 겁니다."
"뭐라고?"
장무기는 일순 멍해졌다. 머릿속이 띵하도록 충격을 받아 제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조민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지금 올리고 있는 결혼식을 하지 말라는 게 두 번째 요구조건이에요. 마지막 세 번째 것은 이후에 생각나면 다시 말씀드리죠." - P359

장무기가 이제 막 대문 곁까지 뒤쫓았을 때였다. 돌연 눈앞에서 붉은 빛 그림자가 번뜩하더니 웬 사람이 조민의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그 다음 찰나, 붉은 소맷자락 밑에서 뻗어나온 다섯 손가락이 번쩍 치켜 들리기가 무섭게 조민의 정수리를 겨냥하고 내리꽂혔다. 그야말로 토끼가 뛰면 새매가 곤두박질쳐 덮친다더니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잽싸게 공격을 가한 것이다. 공격자는 오늘 경사스런 날의 주인공 신부, 바로 주지약의 솜씨였다. - P362

신부 주지약의 섬섬옥수가 얼굴을 가린 붉은 면사포를 확 뜯어내더니 그 자리에서 발기 발기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뭇 사람들 앞에 목청껏 낭랑하게 소리쳤다.
"여러분께서 친히 보신 바처럼, 저 사람이 날 저버렸을 뿐 내가 저사람을 저버린 것이 아닙니다. 오늘 이후로 나 주지약은 장씨 성의 남자와 맺은 인연을 모두 끊고 의절하겠습니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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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결국 조낭자가 저지른 일이란 말인가? 어젯밤 일행이 먹는 음식에 독을 타서 모조리 실신시켜 이 황량한 무인도에 내버려두고 자기 혼자 페르시아인의 배에 올라 선원들을 협박해서 훌쩍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나를 따돌려 이런 섬에 쫓아내놓고 무림지존 도룡도와 의천보검을 송두리째 가져다 마음 놓고 명교 세력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 - P25

거미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느덧 입술 언저리에 실낱같은 미소가 감돌았다. 장무기의 팔목을 잡았던 손이 슬며시 풀리더니 스르르 두 눈이 감겼다. 그러고는 마침내 숨이 멎었다. 장무기가 숨결과 심장박동을 더듬어보았으나 모두 잡히지 않았다. 거미 아리는 기어코 한 많은 세상을 하직한 것이다. - P36

사랑하는 아내 거미 은리의 무덤

그런 뒤 그 아래에 또 글자를 새겼다.

삼가 장무기 세움 - P38

"지약, 그대는 나의 아내요. 지난날 내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방황했던 것은 사실이오. 그저 당신이 탓하지 않기만 바랄 따름이오. 이제 오늘부터 그대에 대한 내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을 거요. 그대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다 하더라도 단 한마디 심한 말로도 책망하지않을 것이오."
"무기 오라버니, 당신은 사내대장부예요. 오늘 저녁 제게 하신 말씀, 꼭 기억해두세요." - P50

심마니들패거리와 헤어지고 났을 때 주지약이 불쑥 물었다.
"양부님, 저 사람들마저 모조리 죽여 입막음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듣고 장무기가 버럭 고함쳐 꾸짖었다.
"지약, 무슨 소릴 하는 거요! 저 심마니들은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죽여서 입을 봉한단 말이오? 설마 우리와 마주치는 사람마다 모조리 죽여 없앨 작정이오? 그래야 당신 마음이 놓이겠소?"
주지약은 군색한 나머지 얼굴빛이 온통 새빨개졌다. - P71

장무기는 그제야 확연히 깨달았다. 옳거니, 오늘 이곳에서 개방의회합이 열리게 된 모양이구나! 그러기에 술집 주인은 자기네 일행셋도 개방의 제자들인 줄 알고 돈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고개 - P74

사화룡이 가운데 놓인 부들방석에 좌정하자, 제자들도 질서정연하게 땅바닥에 자리 잡고 앉았다. 사화룡은 대뜸 장발용두를 돌아보고 분부를 내렸다.
"옹씨(翁氏) 아우님, 우선 자네가 금모사왕과 도룡도에 대한 일부터 여기 있는 모든 형제들에게 설명해줘야겠네."
장무기는 개방 방주의 입에서 금모사왕과 도룡도 라는 말이 나오자 가슴이 마구 요동쳤다. 오늘 개방의 모임은 역시 양부가 우려했던 대로 금모사왕 사손과 도룡도, 그리고 명교에 관한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온 신경을 두 귀에 집중시켰다. - P85

사화룡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참 좋은 일이군. 송청서를 우리 개방에 받아들여 임시로 육대 제자의 지위에 앉히겠다. 그대는 팔대 장로 진우량의 통솔 아래 들어가 그 지휘를 받도록 하라. 이제부터는 모름지기 개방의 규칙을 엄수하고 본방을 위해 힘써야 한다. 그대가 비록 육대 제자이긴 하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전례를 깨고 대사를 의논하는 데 참여시키겠다."
송청서는 두 눈에 분함과 원망이 가득 서렸으나 울분을 억누른 채 사화룡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 P95

"그렇다네. 자, 그럼 이제 슬슬 얘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장발용두 형님은 오독실심산(五毒失心散)을 얼마쯤 조제해서 송씨 아우에게 넘겨주십시오. 송씨 아우는 그 약을 가지고 무당산으로 돌아가 은밀히 장진인과 무당 육협이 드실 음식에 섞어 넣으시게. 우리는 무당산 아래 잠복해 있다가 일이 성사되었다는 송씨 아우의 신호를 받는 즉시 올라가서 장삼봉 진인 이하 여러분을 일거에 사로잡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을 인질로 삼아 협박한다면 효성이 유별나게 지극한 장무기란 놈이 우리 개방의 호령대로 따르지 않고 배겨나겠습니까?" - P128

"하극상이라, 그것이 우리 무림인들에게 가장 큰 금기인 줄은 자네가 구차스레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네. 그런데 막칠협은 송씨 아우님과 어떻게 되는 사이더라? 막칠협의 항렬이 높은지, 아니면 송씨 아우님의 항렬이 높은지 조금 아리송하구먼, 그것부터 분명히 말씀해주시지 않겠나?" - P131

"어디 내가 짐작으로 맞혀볼까요? 당신은 지금 내가 현명이로를이 객점에 보내 사대협과 당신 애지중지하는 주소저를 해치지 않았을까 겁이 나서 그러는 거죠? 어때요, 이래도 내 말을 안 믿으시겠어요?"
이 말로 조민은 장무기가 마음속으로 가장 두려워하고 있던 것을 건드린 셈이었다. 그는 두 번 생각해볼 것도 없이 발길질로 문짝을 걷어차기가 무섭게 안으로 뛰어들었다.
"당신……. 당신이 정말….."
어느새 이마에 힘줄이 시퍼렇게 돋아나고 다그쳐 묻는 목소리가 떨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P154

장송계가 무거운 입으로 천천히 되물었다.
"큰형님은 지금 무기 녀석이 일곱째한테 독수를 쓰지 않았을까, 그걸 걱정하고 계시는 겁니까?"
송원교의 대꾸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장무기는 비록 대사백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어도 그가 머리를 천천히 끄덕이고 있음을 짐작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 P165

동굴 어귀 쪽에서 꺾여 들어오는 흐릿한 빛살을 통해 그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 시체의 주인이 바로 일곱째 사숙 막성곡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두말없이 막내 사숙의 시체를 안아들고 뚜벅뚜벅 동굴 바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놀랍고 당황한 나머지 송원교 일행에게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린 것이다. 불빛이 점차 강해지면서 시체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일곱째 사숙 막성곡이 틀림없었다. - P167

느닷없는 변괴에 장무기는 그만 혼비백산을 하고 말았다. 방금 혈도를 찍은 손길이 그다지 무거운 것도 아니어서 경상조차 입힐 만한 것이 아니었는데 어째서 넷째 사백의 숨이 끊어질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자기가 모르는 고질병이 있어서 별안간 타격을 입고 발작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돋아났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길로 황급히 넷째 사백의 콧김부터 더듬었다. 그 순간, 돌연 장송계의 왼손이 슬그머니 뻗어오더니 장무기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을 홱 잡아채어 벗겨버렸다. 두 사람은 서로 빤히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송계가 입을열었다.
"잘한다, 무기…….… 이제 봤더니…… 이제 봤더니 너였구나. 우리가 그토록 널 위해 주었는데, 이럴 수가….…!" - P183

이제 할 일은 땅에 떨어진 장검을 집어들고 자신의 목젖에 대고 쓰윽 그어버리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서슬 푸른 칼날이 목덜미에 막 닿는 찰나 조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무기! 사내대장부가 한때 억울한 일을 좀 당했기로서니 그걸 참지 못하고 죽으려는 거야? 하늘 아래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어. 당신은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더라도 막칠협을 죽인 진범을 찾아내 반드시 복수를 해야만 한다구. 그래야만 무당파 여러 협사 어른들이 당신에게 쏟은 극진한 사랑이 헛되지 않게 된단 말이에요!" - P184

그러자 조민의 입에서 차가운 반문이 연거푸 터져나왔다.
"막칠협을 당신이 죽였나요? 어째서 당신의 사백과 사숙 네 분이 당신을 범인으로 단정했죠? 은리 아가씨를 내가 죽였나요? 어째서 당신은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몰아세우죠? 설마 당신이 남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것은 괜찮아도, 남이 당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것은 용납 못하겠다. 그런 얘기는 아니겠죠?"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몇 마디가 청천벽력과도 같이 장무기의 고막을 뚫고 들어갔다. 너무나 큰 충격에 그는 할 말을 잃은 채 퀭한 눈망울로 허공을 쳐다보았다. 지금 이 시각에 몸소 겪어보고 나서야 세상일이란 게 이따금은 헤아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그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조낭자 …… 혹시 이 여인도 나처럼 억울한 누명을 썼단 말인가? - P186

"그렇지요. 이 친구는 제 손으로 일곱째 사숙 되는 막성곡을 살해한 자인데, 무당파 본문제자들이 죽이지 않고 그냥 내버려둘 리 있겠습니까? 이런 불충불효하고 의리 없는 패륜아, 반역도의 더러운 피를, 우리같이 의협의 길을 걷는 사람의 칼날에 묻힐 수야 없는 노릇이지요."
바위더미 뒤편에서, 장무기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이 말에 대경실색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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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무기는 대답 대신 그를 선실 한가운데 의자에 모셔 앉힌 다음, 조용히 무릎 꿇고 엎드려 큰절부터 올렸다. 인사말을 하려니 울음이 먼저 터져나왔다.
"큰아버님, 불초 무기가 문안인사 드립니다. 하루 한시라도 조속히 모셔왔어야 할 것을, 제가 불효하여 큰아버님께 너무나 많은 신산고초를 겪게 해드렸습니다!"
이 말을 듣고 사손은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대…… 그대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큰아버님, 제가 바로 장무기, 아니 사무기(謝無忌)입니다!"
그러나 천만뜻밖의 말에 충격을 받은 사손이 좀처럼 믿어주려 하지 않았다.
"네가…… 네가 누구라고? 다시 말해봐라…" - P345

"명교 교주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호호, 어르신 앞에 이젠 말씀드려야겠군요. 당신의 보배 같은 수양아드님이 바로 천하에 당당하신 명교 교주님이랍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수양아드님의 부하가 되는 셈이죠."
그러나 사손은 믿지도 못하고 안 믿을 수도 없어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조민은 장무기가 어떻게 해서 명교 교주의 자리에 추대되었는지 간략하게나마 설명해주었다. - P404

"방금 사씨 어른께서 내건 두 번째 조건이 문제였어요. 저 사람들더러 ‘성녀 다이치스‘를 석방하라고 요구하셨지 않아요? 비록 호의적으로 하신 말씀이지만, 지혜 보수왕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죠. 만일 저들더러 금화파파를 석방하라고 요구하셨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겁니다. 어르신께선 물체를 보지 못하시니까 금화파파의 변장술이 얼마나 감쪽같았는지, 또 그래서 어느 누구도 속여넘길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실 수밖에 없었죠. 조낭자, 당신은 그 총명한 두뇌로 뻔히 알 수 있었고 똑똑히 볼 수 있었으면서도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한 거예요?" - P420

"교주 오라버니, 제가 시중들 테니 옷 갈아입으세요."
장무기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콧매가 시큰해지면서 쓰라린 심사가 전신을 찌르르하니 훑고 내려갔다.
"너는 이미 총교 교주가 된 몸 아니냐. 나는 네 밑에 속한 사람인데 어쩌자고 이런 일을 또 하려는 거냐?"
"교주 오라버니, 이게 마지막이에요. 오늘 이후 우리 두 사람은 동서로 천리만리 아득한 곳에 떨어져 두 번 다시 만나볼 날이 없을 거예요. 제가 당신의 시중을 더 들어드리고 싶어도 할 수 없고요." - P459

"제가 여러분을 무사히 중원 땅에 돌려보내도록 여기 사람들에게 지시해놓았어요. 이제 우리 여기서 작별해야겠네요. 아소의 몸은 비록 페르시아에 가 있겠지만 날마다 장교주님께서 복체 강녕(福體康寧)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순조롭게 성사되기를 축원드릴 겁니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또다시 울음이 섞여 나왔다. - P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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