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무기는 대답 대신 그를 선실 한가운데 의자에 모셔 앉힌 다음, 조용히 무릎 꿇고 엎드려 큰절부터 올렸다. 인사말을 하려니 울음이 먼저 터져나왔다.
"큰아버님, 불초 무기가 문안인사 드립니다. 하루 한시라도 조속히 모셔왔어야 할 것을, 제가 불효하여 큰아버님께 너무나 많은 신산고초를 겪게 해드렸습니다!"
이 말을 듣고 사손은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대…… 그대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큰아버님, 제가 바로 장무기, 아니 사무기(謝無忌)입니다!"
그러나 천만뜻밖의 말에 충격을 받은 사손이 좀처럼 믿어주려 하지 않았다.
"네가…… 네가 누구라고? 다시 말해봐라…" - P345

"명교 교주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호호, 어르신 앞에 이젠 말씀드려야겠군요. 당신의 보배 같은 수양아드님이 바로 천하에 당당하신 명교 교주님이랍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수양아드님의 부하가 되는 셈이죠."
그러나 사손은 믿지도 못하고 안 믿을 수도 없어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조민은 장무기가 어떻게 해서 명교 교주의 자리에 추대되었는지 간략하게나마 설명해주었다. - P404

"방금 사씨 어른께서 내건 두 번째 조건이 문제였어요. 저 사람들더러 ‘성녀 다이치스‘를 석방하라고 요구하셨지 않아요? 비록 호의적으로 하신 말씀이지만, 지혜 보수왕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죠. 만일 저들더러 금화파파를 석방하라고 요구하셨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겁니다. 어르신께선 물체를 보지 못하시니까 금화파파의 변장술이 얼마나 감쪽같았는지, 또 그래서 어느 누구도 속여넘길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실 수밖에 없었죠. 조낭자, 당신은 그 총명한 두뇌로 뻔히 알 수 있었고 똑똑히 볼 수 있었으면서도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한 거예요?" - P420

"교주 오라버니, 제가 시중들 테니 옷 갈아입으세요."
장무기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콧매가 시큰해지면서 쓰라린 심사가 전신을 찌르르하니 훑고 내려갔다.
"너는 이미 총교 교주가 된 몸 아니냐. 나는 네 밑에 속한 사람인데 어쩌자고 이런 일을 또 하려는 거냐?"
"교주 오라버니, 이게 마지막이에요. 오늘 이후 우리 두 사람은 동서로 천리만리 아득한 곳에 떨어져 두 번 다시 만나볼 날이 없을 거예요. 제가 당신의 시중을 더 들어드리고 싶어도 할 수 없고요." - P459

"제가 여러분을 무사히 중원 땅에 돌려보내도록 여기 사람들에게 지시해놓았어요. 이제 우리 여기서 작별해야겠네요. 아소의 몸은 비록 페르시아에 가 있겠지만 날마다 장교주님께서 복체 강녕(福體康寧)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순조롭게 성사되기를 축원드릴 겁니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또다시 울음이 섞여 나왔다. - P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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