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보던 강호 호걸들은 종만구가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종만구가 단예 앞으로 달려가 그가 안고 있던 여인을 가로채는 모습을 본 것이다. 사람들은 그때 비로소 그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지만 나이가 목완청보다 어린 데다 몸매 역시 비교적 가냘프고 앳된 얼굴이 목완청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바로 종만구의 친딸인 종영이었다. - P243

"도대체 나한테 사모가 몇이나 있는 게냐?"
"더는 묻지 마라, 목완청은 대사모이고 저 아가씨는 소사모니까. 소사모를 모셔오지 못한다면 네 체면은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여기 있는 수많은 호한이 똑똑히 보고 있다. 네가 넷째 악인인 운중학조차 당해내지 못한다면 다섯째 악인으로 강등되는 것이다. 아니, 여섯째 악인이 될 수도 있지." - P253

보보가 날 기다리다 결국 오지 않자 "아이한테 아비가 없을 수 없다"고 한것이다. 더구나 "어쩔 수가 없어 시집을 갔다"면 이미 회임을 했던 까닭에 시집을 가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는 없었다는 거야. 그렇다면 종영 그 아이는 내 딸이라는 말인데… 맞아! 바로 그때였어. 16년 전 봄 보보와 두 달을 함께 지내다 종영 그 아이가 생긴 거로구나….‘ - P257

단정순과 고승태는 서로를 마주 보고 같은 생각에 잠겼다.
‘북교봉北喬 남모용南慕容이라 했는데 복우파가 고소모용씨와 원한을 맺게 됐다면 원수를 갚기는 힘들겠구나.‘ - P262

황미대사가 탄식을 하며 말했다.
"신계사 방장 오엽대사가 흉수를 고소모용씨로 추측한 것은 괜히 한 말이 아닐 것이오. 단 현제, 세간에는 고소모용씨를 대변하는 말이 있소이다. 바로 ‘상대가 쓴 방법을 상대에게 펼친다.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시오?" - P271

그날 오후, 보정제가 황궁 내 선방禪房에서 불경을 외고 있던 중 태감 하나가 들어와 다급하게 고했다.
"황태제부의 첨사가 전갈을 전해왔사옵니다. 황태제 세자가 갑작스레 사기邪氣에 드신 것 같다며 태의太醫를 불러 진료 중이라 하옵니다."
보정제는 단예가 연경태자가 쓴 약에 중독된 후 깨끗이 해독되지 못했을 것이라 염려한 나머지 태감 두 명을 보내 살펴보고 오도록 지시했다. 반 시진쯤 후 태감 둘이 돌아와 고했다.
"황태제 세자의 병세가 가볍지 않은 듯하옵니다.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고 있사옵니다."
크게 놀란 보정제는 곧바로 진남왕부로 병문안을 갔다. - P328

본인대사가 말했다.
"《육맥신검경은 본사의 사보寺寶이며 대리단씨 무학의 최고 법요法要라 할 수 있소. 정명, 우리 대리단씨 가문의 최고 무학은 천룡사에 있소. 그대는 속인이기에 단씨의 후손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가진 수많은 무학의 비밀을 공개해줄 수가 없소."
.
.
"본사가 《육맥신검경》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명과 정순 형제도 모르는데 고소모용씨가 어찌 알았는지 모르겠군요." - P344

단예는 앞서 무량검 일곱 제자의 모든 내력을 흡입했고 후에 단연경과 황미대사, 섭이랑, 남해악신, 운중학, 종만구, 최백천 등 고수들의 일부 내력을 흡입한 바 있는 데다 이날은 다시 보정제와 본관, 본상, 본인, 본참 등 단씨 5대 고수들의 일부 내력을 흡입했던 터라 체내 진기의 심후함과 내력의 고강한 정도가 고금을 망라해 천하에서 유일무이할 정도였다. - P355

대륜명왕이 말했다.
"실례 좀 하겠소이다."
그는 법당 안으로 걸음을 옮겨 고영대사를 향해 몸을 굽혀 합장하며 말했다.
"토번국의 후배 구마지가 선배 대사를 뵈옵니다. 유상무상有相無相,
쌍수고영雙樹枯榮, 남북서동南北西東, 비가비공非限非空입니다!" - P361

"피육!"
순간 강렬한 소리와 함께 무게감 넘치는 내경이 구마지를 향해 찔러갔다. 구마지가 흠칫 놀라며 다급하게 화염도를 펼쳐내 막았다.
단예의 이 출수는 구마지뿐만 아니라 고영, 본진 등 다른 이들마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이를 가장 기이하게 생각한 사람은 바로 보정제와 단예 자신이었다. - P395

단예는 몇 번의 검을 날리고 난 후 긴박한 상황에서 원기를 북돋아 출지를 하면 내경의 진기가 격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그게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가 중지를 가볍게 튕기자 곧바로 중충검법이 펼쳐졌다. 찰나의 순간에 조금 전 도보에서 봤던 6로의 검법이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올라 열 손가락을 이리저리 마구 튕기며 끊임없이 펼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구마지는 깜짝 놀라 인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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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순은 목완청의 처량한 안색을 보자 마치 18년 전 진홍면이 갑작스럽게 비보를 접했던 모습이 떠올라 쓰라린 마음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불쑥 말을 내뱉었다.
"넌 예아와 혼인을 할 수도 죽일 수도 없다."
"왜죠?"
"그건… 그건… 그건 단예가 네 친오라버니이기 때문이야." - P105

단정순이 말했다.
"황형, 예아가 저자들한테 납치됐습니다."
보정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천후한테 이미 들었네. 순 아우! 우리 단씨 자손이 남의 수중에 들어갔다면 아우 부부와 백부인 내가 구하러 가면 될 것이네. 굳이 인질까지 잡아둘 일은 없지." - P124

또 한참을 자세히 살피자 시신의 두 눈에는 생기가 넘쳐흐르고 얼굴에도 혈색이 감돌고 있는 것처럼 보여 코 밑에 손을 가져다 대봤지만 숨을 쉬는 것 같기도 하고 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이번에는 볼을 더듬어 봤지만 차가웠다 뜨거웠다를 반복했고, 아예 가슴을 더듬자 심장이 멈춘 것 같기도 하고 뛰는 것 같기도 했다. 목완청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어 혼자 중얼거렸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 죽은 사람 같은데 살아 있는 사람 같고,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하자니 또 죽은 사람 같잖아."
느닷없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살아 있는 사람이다."
목완청이 깜짝 놀라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등 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 P131

목완청이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귀신을 두려워한다고 했는데? 난 하늘은 물론 땅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 가지 사실만은 두려워하겠지."
"흥! 난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두려워한다. 훌륭한 낭군이 갑자기 친오라버니로 변한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지."
목완청은 그 목소리가 한 이 말에 마치 몽둥이로 머리를 한 대 맞은듯 두 다리에 맥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 P133

단예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괴성을 질러댔다. 그때 갑자기 단전 안에서 한 줄기 뜨거운 열기가 급속도로 상승하더니 삽시간에 혈맥이 팽창하면서 제어할 수 없는 정욕이 솟구쳐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자신의 품에 안긴 낭자의 미세한 숨소리와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자 정신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게 됐다. - P148

"네가 죽든 말든 난 상관하지 않겠다. 네가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한다면 난 너희 두 사람 시신을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알몸뚱이로 만들어, 대리단씨 단정명의 조카와 조카딸이자 단정순의 아들과 딸이 사사로이 근친상간을 하다 남에게 발각돼 수치심에 자결하게 됐다는 글을 써 붙여놓을 것이다. 그리고 너희 두 사람 시신을 소금에 절여 우선 대리성 저잣거리에 사흘간 걸어두고, 다시 변량, 낙양, 임안, 광주 등 도처에 들고 가 온 백성들에게 공개할 것이다." - P155

"잠깐! 우리 남매가 죽어버린다면 저 악독한 저가 우릴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오. 저자는 악랄하기가 이를 데 없소. 아기를 가지고 노는 섭이랑이나 심장을 파내는 남해악신보다 훨씬 더 악독하단 말이오. 저자가 누군지 모르겠소?"
그때 그 청포객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이 그래도 보는 눈은 있구나. 노부가 바로 사대악인의 우두머리인 악관만영이시다!" - P156

보정제가 단정순을 향해 말했다.
"순 아우, 그자가 누구인지 알겠나?"
단정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습니다. 혹시 천룡사 내 승려 중 누군가가 환속해서 변장을 한 게 아닐까요?"
보정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바로 연경태자延慶太子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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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도사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다 갑자기 작은 독전이 날아오자 안색이 확 변했다. 곧 불진을 휘둘러 독전 두 발을 휘감고는 강경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수라도 진흥면이 너랑 무슨 관계더냐?"
"수라도 진홍면이라니 무슨 말이냐?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
어서 단랑이나 놓아줘라!" - P40

자포를 입은 그 사람은 각진 얼굴에 용맹무쌍한 기색을 지녔으며 짙은 눈썹, 큰 눈과 함께 왕의 형상에 걸맞은 위엄이 서려 있었다. 아들이 무탈하게 귀환하는 것을 본 그는 노기를 띤 모습이었지만 기쁨이 더 커 보였다. 목완청이 생각했다.
‘다행히 단랑의 모습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닮았어. 단랑이 저렇게 흉악한 얼굴을 닮았다면 아마 내가 싫어했을 거야.‘ - P53

보정제는 어린 시절 부황과 모후로부터 칭찬을 들어본 이후로 10여년 동안 자신을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예의를 갖추고 두려워하기만 했을 뿐, 자신을 ‘좋은 분‘이라고 칭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처럼 세상물정을 모르는 목완청이 자신에게 찬사를 보내자 더욱 기분이 좋았다. - P65

대경실색한 남해악신은 재빨리 내력을 운용해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내력이 단중혈에서 빠른 속도로 흘러나가며 전신의 기운마저 빠져버리자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단예는 남해악신의 몸을 거꾸로 들어올려 머리가 밑으로, 발이 위로 가도록 만들어 냅다 꽂아버렸다. 그러자 남해악신의 번들거리는 머리통이 땅바닥에 부딪혔다. 다행히 화청에는 융단이 깔려 있어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가 이어타정鯉魚打挺 초식으로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왼손으로 단예를 잡아채려 했다. - P76

"이건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사부로 모시면 모셨지 이 악노이가 염병할 후레자식은 되지 않는다."
이 말을 하면서 갑자기 바닥에 꿇어앉았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는 단예를 향해 절을 여덟 번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사부님, 제자 악노이가 절을 올립니다." - P84

목완청이 말했다.
"어머님이 정말 도백봉이에요?"
옥허산인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요!"
목완청이 소리쳤다.
"사부님의 은혜는 하해와도 같으니 그 명을 어찌 거역하랴!"
이 말을 마치고 대뜸 오른손을 휘둘러 도백봉의 가슴을 향해 독전 두 발을 발사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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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단예! 내 이름은 종영 저 계집애한테 들을 것 없어. 내가 직접 말해줄게. 내 이름은 목완청이야."
"아… 수목처럼 아름다우며 맑고 투명한 눈빛을 지닌 고결한 여인이라는 뜻이로군요. 성도 예쁘지만 이름도 매우 아름다운 것 같소." - P235

어릴 때부터 고승에게 불도를 수학하면서 무예를 멀리했던 단예가 아니었던가? 난생처음 사람을 죽인 셈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라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고 말았다. - P257

"도망은 못 간다! 이 몸께선 남해악신이시다. 무공이 천하에서 제… 하하! 너희 같은 풋내기들도 아마 내 명성은 들어서 알고 있을 테지. 안 그래?" - P269

"맞아요, 어르신은 더 이상 악할 수 없는 천하의 대악인이십니다. 어떤 이들은 어르신을 악노이라고 하던데 제가 볼 때 첫째를 뜻하는 대자를 써서 악노대라고 칭해야 옳지요. 악노대 어르신이 목을 비틀어 꺾어버리는데 그런 자들이 어찌 목숨을 부지하겠습니까?"
남해악신은 얼마나 기쁜지 그의 두 어깨를 계속 흔들어대며 껄껄대고 웃었다.
"맞다, 맞아! 아주 총명한 녀석이로다. 내가 더 이상 악할 수 없는 천하의 대악인이란 걸 알다니 말이야. 악노대까지는 몰라도 악노이는 틀림없지." - P275

"좋아! 삼패 그 녀석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테니 나라도 대신 네 얼굴을 봐야겠다. 도대체 추한 몰골의 못난이인지 아니면 선녀 같은 미인인지 말이야."
목완청은 그 말에 이만저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과거 사부 앞에서 한 극한의 맹세에 따르자면 남해악신이 자신의 면막을 강제로 벗겼을 때 저자를 당장 죽일 수도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저자와 혼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아닌가? - P279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어르신은 목 낭자를 공격하지 않았는데 목낭자가 어르신한테 화살을 봤으니 이는 반격이 아니라 선수를 날린 겁니다. 만약 어르신이 먼저 공격을 했다면 목 낭자가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는 절대 반격을 해서 막아낼 힘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녀는 선수를 날릴 힘은 있어도 반격할 힘이 없으니까요. 어르신이 목 낭자를 죽인다면 그건 어르신 규칙을 고치는 셈이 되고 규칙을 고치면 어르신은 염병할 후레자식이 되는 겁니다." - P282

목완청이 단예를 향해 손짓을 했다.
"이리 와요!"
단예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녀 옆으로 다가가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목완청은 단예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남해악신과 등을 진 채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제 당신은 이 세상에서 내 얼굴을 본 첫 남자예요!" - P284

단예는 목완청 곁으로 돌아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낭자의 기지 덕분에 저런 대악인을 속일 수 있었소."
"속이다니 뭘요?"
"그… 낭자가 말했지 않소? 낭자 얼굴을 처음 본 남자가 바로 낭자의… 낭자의…."
"누가 속였다 그래요? 내가 한 굳은 맹세를 어찌 헤아리지 못하는거죠? 오늘 이후로 당신은 내 낭군이에요. 하지만 저 악인을 사부로 모시는 건 절대 안 돼요. 그자의 무공을 배워오면 내 목을 비틀 것 아니에요?" - P292

"당신 어머니가 오신 건가요?"
남해악신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무슨 어머니? 헛소리하지 마라! 저년은 사대악인 중 하나인 무악부작無惡不作 섭이랑葉二娘이다. 우리 ‘악‘ 자를 쓰는 넷 중에서 열이 두 번째인 천하 제2의 악인이지."
"그럼 첫째 악인의 별호가 뭐죠? 넷째는 또 뭐고요?"
남해악신은 험악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질문 좀 작작 할 수 없어? 노부는 너랑 얘기하고 싶지 않다."
갑자기 가냘픈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대는 악관만영이고 넷째는 궁흉극악이라고 하지." - P315

목완청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겁에 질려 부르르 떨며 생각했다.
‘저 여자는 아이가 초주검이 될 때까지 데리고 놀다가 다시 생면부지의 사람한테 보내 아이 부모를 평생 상심하도록 만드는 거야. 그렇게 아무 이유도 없는 악행을 저지른다는 것을 보면 남해악신보다 서열이 위에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 P318

우리 사대악인이 이번에 모이는 게 무엇 때문이오? 설마 그 쓰잘머리 없는 종만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거요? 그 인간은 나한테 자기 마누라나 딸자식 한번 보내서 같이 자보라고 한 적도 없단 말이오. 대리 황부皇府와 뼈에 사무친 원한이 있는 큰형님이 우릴 불러힘을 합쳐 공격하자고 해서 모인 것 아니오? - P324

무량검 제자 일곱 명의 내력이 이미 자신의 체내로 모조리 흡입되어 버렸으며 이들 모두 폐인이되어 버렸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단예는 재빠른 걸음으로 후원으로 내달렸다. - P399

단예는 속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생각했다.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이 담비는 종 낭자가 길렀기 때문에 그녀 말만 듣는 거였어. 내가 부는 휘파람은 제대로 하는 게 아니었어. 이…이제 어쩌면 좋지?‘ - P403

스슥 하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 지네는 정말 아무 거리낌 없이 그의 혓바닥 위로 기어올라갔다. 단예는 너무 놀라 몇 번이나 혼절하는 듯했고 목구멍과 식도가 위에서 아래로 까칠까칠하고 간지럽게 느껴졌다. 지네가 그의 배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지네를 쫓던 망고주합마저 갑자기 훌쩍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그의 혓바닥 위로 훌쩍 올라갔다. 순간 목구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망고주합이 그의 배 속으로 들어간 지네를 쫓아들어간 것이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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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런 빛이 번뜩이며 청강검靑銅劍 한 자루가 휙 솟구쳐올라 중년사내의 왼쪽 어깨를 향해 찔러나갔다. 검을 든 소년은 자신의 이 검초劍招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손목을 꺾어 날카로운 검끝을 비스듬히 휘두르며 사내의 오른쪽 목을 베어가고 있었다. 중년 사내가 검을 곧추세워 소년의 검을 막았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검이 격렬하게 부딪치자윙윙거리는 진동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부딪친 양날에서는 섬광이 난무하며 순식간에 삼초三招가 오가기에 이르렀다. - P30

이때, 갑자기 중년사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맹렬한 기세로 장검을 휘두르다 순간 몸을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자 서편의 빈객들 중 청삼을 입은 한 청년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풋 하며 실소를 내뱉고 말았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행동이 결례임을 알았는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 P31

"단 형께선 존명이 어찌 되는지 모르겠소? 어느 분 문하에 계시오?"
그는 수려한 용모를 지닌 이 청년이 일개 서생처럼 보일 뿐 무공이 출중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단씨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재하 이름은 외자인 예라고 하며 무예라고는 배워본 적이 없소. 남이 자빠지는 걸 보면 그게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소?"
공경의 의미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의 말투를 듣자 좌자목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 P35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 아무 거리낌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단예를 보고 필시 출중한 무예를 지니고 있으리라 여겼건만 공광걸이 가볍게 날리는 손찌검 하나 피하지 못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심지어 무공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 P39

‘내 몸에 있는 생사부生死府는 천산동모天山虎 그 노파 외에는 그 누구도 풀 수가 없다. 통천초가 약효는 영험하다 하나 생사부가 발작하는 날에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고 고통만 약간 줄어들 뿐이야 - P60

"낭자의 존성대명을 그 긴 수염 늙은이한테는 말 못해도 나한테는 말해줄 수 있지 않겠소?"
"존성대명은 무슨… 내 성은 종鐘이고 이름은 … 우리 부모님께선 절 영아靈兒라고 불러요. 존성은 있어도 대명은 없고 그냥 아명만 있는 셈이죠. 우리 저 언덕 위에 가서 앉아요. 근데 말이에요. 무량산에는 뭐 하러 온 거예요?" - P66

무례인 줄 알지만 시종 옥상의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넋을 놓고 쳐다봤을까? 그제야 그 눈동자가 흑보석으로 조각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깊은 눈 속에 희미하게 휘돌아 감고 있는 광채가 있음을 느꼈다. 이 옥상이 살아 있는 사람과 거의 흡사하게 보이는 주원인이 바로 생동감 넘치는 그 눈빛이었다. - P130

단예는 절을 하려다가 옥상의 양쪽 신발 안쪽에 수놓아진 글자들을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른쪽 신발 위에 ‘고두천배’로 나에게 공경심을 표해라‘ 그리고 왼쪽 신발에는 ‘내 명에 따른다면 백번 죽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수놓아져 있었다. - P133

"종 부인께 숨겨서는 안 됐지만 조금 전에는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제 이름은 단예라고 합니다. 자는 화예和響이고 대리 사람입니다. 제 엄친의 명휘는 정正 자, 순淳 자십니다."
종만구는 순간 ‘정 자 순 자란 네 글자가 무슨 뜻인지 전혀 생각지 못했지만 이를 들은 종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공자 부친이… 단… 단정순이라고?"
단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종만구가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단정순!" - P164

"단 공자, 사공현한테 가서 내 말을 전하세요. ‘우리 남편은 과거 강호를 주름잡던 견인취살 종만구이며 난 감보보甘寶寶다! 또 내 별호는 그리 듣기 좋지는 않지만 소약차라고 한다. 만일 우리 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부부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처단할 것이니 똑똑히 기억해라!‘ 이렇게 말이에요."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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