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래에서 날아온 로봇
미래를 다루는 미디어는 참 많다. 어떤 영화는 행복한 유토피아를 그린다. 그리고 어떤 소설은 끔찍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다. '오리진,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이하 오리진)'은? 기본적으로 오리진에서 보는 미래는 유토피아이면서 디스토피아이다.
마음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을 원해서 만들었고 사람들은 먹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
공부를 대신 해 주는 로봇을 원했고, 사람들은 공부를 멀리하게 되었다.
출근을 대신해 주는 로봇을 원했고, 사람들은 일하지 않게 되었다.
아프지 않기를 원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몸에서 떠나 버렸다.
영원히 살기를 원했고,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떠났다.
인류는 모든 것을 이룬 유토피아에 사는 것 같았지만 모든 것을 이룬 덕분에 모든 것에서 관심이 사라졌고, 멸종의 위기에 빠져 버린 디스토피아가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미래에서 뜨거웠던 21세기를 배우기 위해서 로봇이 하나 왔다.

 

미래에서 날아온 로봇 봉투.

 

믿을 수 있는 만화가 윤태호와 대중과학계의 스타 이정모의 합작품
이런 작품이 하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많이 했었다. 그동안 발간되었던 교양만화들을 보면 서사가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아서 사실상 그림을 그린 교과서나 다름없을 때가 많았다. 아이들의 학습만화는 본 적이 없어서 좋은 책이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어른들을 위한 교양만화는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미생을 그린 스타 만화가 윤태호와 나름 과학을 소개하는데 유명한 이정모 관장의 합작품이라고 하니 관심이 끌렸다. 도대체 어떻게 지식을 전달할 것인지.. 과연 즐겁게 읽는 사이에 지식을 습득하고 호기심을 갖게 할 것인지 궁금했다. 아이디어는 정말 좋아 보인다.

 

윤태호 작가. 대표작은 이끼와 미생.

 

설정으로 시작한 첫 권.. 그리고 첫 번째 주제
첫 권은 시리즈의 전체를 설명하는 설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장대한 스토리의 원인인 봉투가 미래에서 날아와서 자신을 보낸 주인의 조상인 동구리를 만나고 회사가 진 빚에 쫒기던 동구리가 봉투를 봉황 가족에게 빼앗긴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봉원이를 돌보는 봉황의 아내 나선녀의 모습을 보면서 '보온'에 대해서 학습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단어는 호메오스타시스 Homeostasis, 항상성이다. 이렇게 첫 권의 주제는 보온이다.
처음 볼 때는 일본만화인 도라에몽의 설정이 좀 겹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래의 자손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조상에게 로봇을 보내고, 그 로봇이 조상을 만난 후 함께 산다. 도라에몽에서는 로봇이 조상을 돕지만, 오리진에서는 조상과 함께 살면서 로봇이 조상과의 삶 속에서 해결책을 얻어 가야 한다.

 

 이정모 관장.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본격 어른을 위한 학습만화, 하지만 깊이가 아쉽다
정말 예전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형용모순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인문학이 트렌드인 시대'이다. 그리고 오리진은 이런 시대에 딱 맞게 기획된 '어른을 위한 학습만화'이다. 어차피 지식은 필요하고, 수많은 지식을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습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잘 만들어지면 참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첫 권을 본 바로는 저자의 말처럼 '교양이라고 말하는 단어를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는 의도가 잘 반영됐다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설정을 보여주는 첫 권이라 충분히 다루지 못했을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봉투는 미래에서 온 자기학습능력이 있는 로봇이다. 인간으로 치면 5~6세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만화로서의 재미는?
설정 자체에 좀 무리함이 있어 보이는데, 그건 만화니까 그 속의 세계에서 해결하면 되는 문제니까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이 만화책이라는 걸 생각하면 만화로서의 재미도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를 설정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냄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것은 보이는데, 딱히 인물들이 (아직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통의 학습만화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윤태호라는 작가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것 역시 좀 아쉬운 점이다.

 

 좋겠다.......

 

하지만 기대는 해 보겠다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지만 그 깊이는 예상외로 너무 얕다. 만화이기는 하나 아직 큰 재미는 없다. 내 느낌으로는 아직은 어설픈 조합이다. 하지만 이제 첫 권이니 기대는 해 볼 생각이고 앞으로 2~3권 정도는 더 사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후에 판단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작가가 윤태호이기 때문이다. 몇 권 더 보고 괜찮다 싶으면 계속 살테고, 아니다 싶으면 덮어버리면 되니까.


오리진이 저스툰이라는 웹툰 플랫폼을 통해서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책을 산 이후에 알았다. 그리고 처음 시작부터 100권을 쓸 것을 다짐하고 시작하는 엄청난 프로젝트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이미 다음 권들의 주제가 나와 있다. 에티켓, 돈, 상대성이론, 지도, 노화, 기원전후, 열쇠, 아름다움, 알파벳까지 나와 있다. 아마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인 상대성이론과 지도, 기원전후, 아름다움, 일파벳 정도를 읽어 보면 이 책을 계속 응원하게 될지 그냥 잊어버릴지 판단이 설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학습만화'이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으면서 약간의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이나 지식에 대한 흥미가 필요한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이 읽기에도 무난하다. 독서력이 평균이상이면 초등학교 고학년도 읽을 수는 있을 테지만 어른들의 사정이 좀 나오므로 오히려 그 부분이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추천.
지식을 깊이있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첫 번째 권은 그다지 추천하기 어렵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그다지 깊이있는 지식이나 교양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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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 소설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마
나는 김병수, 살인자다. 그것도 연쇄살인마이다. 아무도 그것을 모른다. 완벽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큰 사고를 겪은 후에 나의 뇌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가족은 단 한 명. 은희는 내 딸이다. 친딸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죽였던 여자의 딸을 데려다 키웠다.
최근 내가 사는 마을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나는 범인이 누군지 안다. 박주태이다. 어느날 은희가 박주태를 데리고 왔다. 내 사위가 될 녀석이라고 한다. 아무도 박주태의 정체를 모른다. 나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은희를 지키려면 오랫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살인을 해야 할 것 같다.
문제가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기억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는다. 주변의 상황이 이해못할 방향으로 흘러 간다. 수첩과 녹음기로 기억을 붙들어 두려고 하지만 불안하다. 오로지 내가 붙잡고 있는 기억은 하나 뿐. 은희를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주태를 죽여야 한다.

 

 주인공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마이다.


과격한 소재.. 긴박한 전개..
소재가 흥미롭다.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기억을 잃고 있어가는 연쇄살인마가 주인공, 김병수이다. 김병수의 생각을 1인칭 시점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김병수가 보는 것만 볼 수 있고, 기억하는 것만 기억할 수 있다. 연쇄살인마, 알츠하이머, 또다른 연쇄살인마, 자신이 살해한 여자의 딸을 입양해서 키우는 등 온갖 과격한 소재는 모두 끌어 모았다. 연쇄살인마가 또다른 연쇄살인마로부터 자신의 딸을 지켜야 한다. 굉장히 긴박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글을 읽는 사람 역시 긴박한 흐름에 금새 동화되어 버린다.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한 문단씩 끊어서 글을 써 놓았기 때문에 호흡이 굉장히 짧다. 기억이 단절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찾은 방법인 것 같다. (김영하의 작품은 처음 읽는 것이라 다른 소설은 어떻게 구성했는지를 잘 모른다.)

 

작가 김영하. 

 

틈틈히 섞여 있는 블랙 유머
김병수는 연쇄살인마였지만 시적 재능이 뛰어나다. 심지어는 시를 가르치는 강사로부터 시를 직접 쓴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시를 쓰는데 재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김병수가 쓴 많은 시들은 사실은 살인의 경험을 통해서 쓴 시이다. 상징이 아니라 실재이다. 게다가 연쇄살인마 주제에 불경을 읽는다. 인간 자체가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거기에 기억의 모순까지 더해진다. 이 부분에서 블랙 유며가 발생한다.

책장에서 괜찮은 시를 발견했다.
감탄하여 읽고 또 읽으며 외우려 애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쓴 시였다.
P. 96


노골적으로 반전을 암시한다
치매, 알츠하이머 혹은 기억상실증. 기억을 소재로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극적인 반전이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딱히 반전이 있다는 점을 숨기려 하고 있지도 않다. 이런 경우 작가는 굉장히 큰 부담감을 갖게 될 것 같은데, 독자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반전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뻔한 반전이라면 읽은 사람이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예상해 본 몇가지 반전이다.
1. 은희는 병수의 정체를 알고 있으며, 병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딸노릇을 하고 있다.
2. 사실은 새로 나타난 연쇄살인범은 병수이며, 살인을 한 후에 그 기억을 잊은 것이다.
3. 박주태와 은희는 사실 병수의 범행을 알고 있으며, 범행의 뒷처리를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메멘토가 연상됐다.


기억이 왜곡되었다고..????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다른 방향으로 결말이 났다. 잊어 버린 기억의 간극을 메우면서 반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작가는 엉뚱하게도 기억이 왜곡되었었다는 것으로 결말을 만들었다. 결말까지 읽은 후에 나는 작가가 독자를 배신했다고 생각했다. 게임의 룰을 어겼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주인공은 기억을 하거나 못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룰을 세워놓았다. 그런데 마지막에 갑자기 기억이 왜곡되었다고 한다. 병수는 조현병 환자가 아니다.
소설을 작가가 창조한 세계라 하더라도 그 세계 속에 만들어 놓은 룰은 지켜야 개연성이 생기는 것인데, 이 책은 전체의 80%와 마지막 20%의 룰이 다르다. 그래서 결말에 대해서는 실망이 크다. 반전이 뒤통수를 치지 못해서가 아니다. 룰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사족
큰 의미는 두지 말고 스릴러 읽듯이 읽으면 된다. 마지막에 작가가 다른 소설에서 쓴 말을 평론가가 인용한 말이 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해당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좀 웃기고 가소롭다. 소설은 작가의 손을 떠나서 독자에게 넘어가는 순간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학술서적도 아닌데 어떻게 잘못 읽을 수 있다는 건지. 무지하고 이해력이 딸리는 독자를 계몽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재미있게 읽고 나서 기분 잡쳤다. 독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평론이 왜 책 말미에 붙어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만약 작가가 독자를 대하는 태도가 항상 이런 식이라면 김영하의 책은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몰입감도 뛰어나다. 호흡이 굉장히 짧고 길이도 짧고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의 자극적인 글에 익숙하고 호흡이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추천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두가지 부분, 결말과 책 속에 있는 평론은 불만스럽다.


TV도 보지 않고,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지도 않고, 그동안 한국소설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에 김영하라는 작가를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조사해 보니 유명한 사람이더라.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인기도 많아졌고, 유명한 문학상도 많이 탔다. 영화가 나오는지도 몰랐는데 검색하다 보니 영화 포스터가 먼저 나온다. 그렇게 대단하고 유명한 소설가라면 이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의 대표작은 아닐 거라고 추측했다. 다른 책을 한 권 정도는 더 읽어 봐야겠다.


감히 말하건대, 이 소설을 어렵지 않게 읽었지만 잘못 읽은 것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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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 SF 소설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마션

The Martian

 

​SF의 신기원을 이루었다고 하니

어렸을 때부터 ​​SF 소설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초등학교 때 아이작 아시모프를 읽었고 학교 도서관에 있었던(별로 많지 않았던) ​SF 소설을 거의 다 읽었던 것 같다. 영화도 ​SF를 좋아하고. 그러니 마션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읽기 전부터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했다. ​SF를 읽을 때는 내부적인 세계관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가, 또한 그것을 개연성 있게 잘 표현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1920. 1. 2. ~ 1992. 4. 6.)

러시아 출신의 미국 SF 소설의 거장​. 로봇공학의 3원칙을 소설 속에서 구현했고, 대표작으로는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있다. 작가인 앤디 위어가 8살 때 아시모프의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

마크 와트니는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로 화성탐사선인 아레스3호에 마지막 대원이다. 화성에서 임무를 하던 중 예상 이상의 모래폭풍으로 귀환명령을 받았지만 사고를 당한다. 다른 대원들은 와트니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탐사선을 타고 떠나 버리고 결국 와트니는 화성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다음 탐사선이 올 때까지는 앞으로 4년. 동료들과 지구의 관제센터에서는 와트니가 죽었다고 알고 있으니, 우선은 살아 남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지구와 연락을 해야 하고 또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화성에 홀로 남은 마크 와트니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앤디 위어​ Andy Weir (1972. 6. 2. ~ ) 2009년에 개인 웹사이트에 소설 마션을 연재했고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자비출판한 후에 2014년에 정식출판을 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엄청난 지식으로 개연성을 얻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일단 작가의 엄청난 지식에 압도된다. ​우주항공에 대한 지식이 워낙 방대해서 작가가 우주공학을 전공한 건 아닌가 하고 이력을 살펴 봤지만 딱히 우주에 대한 지식을 전공할만한 이력은 없었다. 결국 우주공학에 대한 엄청난 매니아인 것 같다. '덕후 중에 최고는 양덕'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엄청난 지식을 소설 속에 쏟아 놓았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 현실감이 엄청나다. 마치 화성에서 실제로 조난을 당해 본 사람인 것처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만들어 놓고 주인공을 마구 굴린다. 게다가 와트니의 공돌이적인 측면도 잘 나타나는데, 삶에 필요한 공기, 물, 식량의 양을 계산해서 조절을 하고 외부활동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움직인다. 물론 그 계산들은 예상외의 사고나 예측을 실패해서 항상 들어 맞는 것은 아니다.

낙천적인 캐릭터,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의 캐릭터 역시 굉장히 사랑스럽다. 처음 시작부터 욕으로 일지를 쓰기 시작한 와트니는 어떤 경우에도 절망하지 않고 위험에 처해도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해서 모든 지혜와 지식을 총동원한다. 읽다 보면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고 주인공이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와트니는 위트도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70년대 드라마를 투덜대면서도 열심히 보고 들을 음악이 디스코밖에 없다는데 절망하기도 한다. 정말 USB에 음악을 담아서 보내 주고 싶을 정도다.

 

마션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화성에 혼자 남아있게 된다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주인공에 비해 너무 평면적인 나머지 인물들

​주인공인 와트니는 정말 멋진 캐릭터인 반면에 나머지 캐릭터들은 너무나도 뻔해서 캐릭터가 잘 살아 있지 못하다. 전 지구인들이 거의 아무런 갈등이 없이 와트니를 구출해 내기 위해 모든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한다. 심지어는 미국과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중국까지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는 조건을 달고 수년간 개발해 놓은 발사체를 미국에 양도하기까지 한다. 와트니의 사랑스러움에 비해서 나머지 인물들은 너무나도 평면적이고 비슷해서 그다지 구별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을 정도이고 그때그때 급조해서 인물들을 집어 넣은 느낌이 난다.(이 소설이 원래 웹사이트에 연재했던 소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리는 아닌 것 같다.)

플롯을 방해하는 지식의 나열, 떨어지는 긴장감

이 책은 우주에 대한 지식으로 개연성을 확보했지만 사실 좀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자세하게 우주선과 화성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사실 좀 읽다 보면 그냥 스윽 지나가게 된다. 너무 많다. 기술에 대한 얘기가 전체의 1/3은 될 것 같은데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은 그냥 휙휙 지나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와트니는 위기를 너무 쉽게 헤쳐 나간다. 물론 소설 속의 주인공은 생고생을 했겠지만 그 고생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위험이 생겨도 한두 페이지면 바로 해결이 되어 버리고 식량을 넣은 우주선이 폭파되니 갑자기 중국에서 지원을 해 준다. 모든 문제의 해결이 너무 쉽게 해결되어서 긴장감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

조금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서 후회할 소설은 아니다. SF매니아라면 추천한다.

​SF를 좋아하지 않아도 읽을만은 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기술적인 설명은 조금 지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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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스포일러가 있으니 스포일러에 민감한 사람은 보지 말 것..

어느날 날아온 유언장 한 장으로 40년 전을 반추하다..

토니 웹스터는 60세가 넘은 이혼한 노인이다. 평범하게 살아 오고 평범하게 이혼하고 평범하게 혼자 살고 있는 노인에게 40년전에 잠깐 사귀었던 여자인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사라 포드 부인으로부터 500파운드의 어정쩡한 금액과 함께 학창시절 친구였던 에이드리언 핀의 일기장이 유산으로 남겨진다. 에이드리언은 토니와 사귀었던 베로니카와 사귀겠다고 토니에게 편지를 보낸 후 얼마후 자살한 친구다. 자신에게 남겨진 에이드리언의 일기를 받고 싶었지만 베로니카는 토니에게 일기장을 건네 주지는 않고 일기의 일부분만 복사햐여 보여 준다. 아무리 귀찮게 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도 일기를 주지 않는다. 대신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썼던 편지를 역시 복사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한 40대 남성을 보여 주고 그 후에 토니는 4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되고 기억을 더듬게 된다.

지적허세와 함께 사랑에 대해 미흡했던 어린 시절..

토니와 이름을 거론할 필요가 없는 두 친구는 지적 허세가 가득한 친구들이다. 어느날 전학 온 에이드리언이 그들의 패거리에 합류하는데 에이드리언은 허세가 아니라 정말 지적인 친구이다. 토니는 회상하는 내내 토니에 대해서 상당히 선망하는 태도를 취한다. 비록 친구이기는 하지만 한차원 높은 친구.. 데미안같은 느낌이 드는 친구이다. 그들은 사실 무슨 말인지 잘 알지도 못할 말들을 지껄이며 (읽는 나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마치 지성인인체 한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 토니는 베로니카와 사귀게 되지만 성관계를 맺지 못해서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베로니카의 집에 한 차례 방문한 뒤 시덥잖은 이유로 헤어지면서 베로니카와 성관계를 갖게 된다. 후에 캠브리지에 다니던 에이드리언은 베로니카와 만나게 되고 토니에게 약간의 미안한 마음으로 허락을 구하는 듯한 편지를 보내고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토니는 쿨하게 받아들이는 내용의 편지를 쓴다. 그리고 얼마 후 에이드리언은 자살하게 되지만 왜 자살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1부는 조작된 기억의 기록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40년 전의 얘기이다. 그리고 2부는 현재의 얘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는 2부의 내용을 먼저 적었다. 실제로 이 책은 시간적으로 보면 2부가 시작하는 부분이 제일 먼저이고 포드 부인이 유언장을 받은 후에 1부의 내용을 회상하고 그 회상 이후에 베로니카로부터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받으려고 노력하면서 과거의 일을 알아가는 토니의 모습의 차례로 되어 있다. 시간의 순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1부의 내용이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회상이기 때문이다.

무려 40년 후에 토니는 유언장 하나로 인해서 과거의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에 대해서 회상을 하게 되고 많은 에피소드를 적게 된다. 회상을 하는 시점이 큰 문제가 되는데 무려 40년전의 일들이다. 1부를 보면 학생과 교사의 대화까지 자세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과연 그 묘사들이 정확한 것일까? 토니는 자신이 쿨하게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의 고나계를 인정하는 편지를 썼다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 편지의 내용은 완전히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완벽한 저주를 퍼붓는 내용의 편지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억이 불명확한 60대 노인의 40년전 기억이 명확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시 말해서 1부는 토니의 상상이 만들어낸 기억일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정말 에이드리언이 지적인 사람이었을까? 에이드리언은 캠브리지에 ​입학한 수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많은 멍청한 사람들이 그저 들입다 공부만 해서 좋은 학교에 가는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베로니카와의 일들 역시 어느 하나 정확한 기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1부의 내용은 순전히 토니의 기억일 뿐이다. 실례로 토니는 그 기억을 어느 누구하고도 비교해서 검증하지 않는다. 친했던 다른 두 친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1부는 2부의 현실상황에 맞추어서 토니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거의 창장해 낸 과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확신이다..​

이 대사는 에이드리언이 역사 교사와 나누는 대화에서 나오는 대사인데 이 책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실제로 토니가 베로니카로부터 얻을 수 있는 문서는 에이드리언의 일기의 일부분과 자신이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사라 포드 부인의 유언장 뿐이다. 그 세가지의 문서를 가지고 정확하지 않은 기억으로 과거를 재현해 낸다. 하지만 그 기억은 완벽하게 조작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혀 진다. 작가인 줄리언 반스는 역사에 대해 굉장히 냉소적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독자에게 '정말 네가 알고 있는 역사가 사실이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실제로 이 책을 다 일고 나서도 도대체 에이드리언이 왜 죽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일기장에는 무슨 내용이 씌여 있는지, 사라 포드 부인이 도대체 왜 토니에게 미안해 하고 있으며 일기장과 500파운드의 유산을 남겨 놓았는지같은 중요한 내용도 알 수 없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위의 물음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비록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가 왜곡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 완전히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왜곡되고 잘못된 역사라도 지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아닌 역사도 역사이다. 물론 '사실로서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훨씬 좋겠지만 이미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그것은 '진실로서의 역사'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사실을 알아내고 싶어하는 역사가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반드시 사실로서의 역사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낚시질밖에 안된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ense Of an Ending'이다.. '결말의 느낌'이라고 기계적으로 번역할 수 있고 그렇게 번역해도 대충 맞겠지만 뉘앙스상으로는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글 제목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너무 서스펜스 소설의 느낌을 주어 마지막 반전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은 책을 읽는 내내 마지막 반전만을 추측하면서 읽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있는 소설상의 재미를 못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1부와 2부의 구조가 거의 완벽하게 겹쳐지는 느낌이라든지 수업시간에 나누는 대화들이 사실은 2부의 내용이라든지, 중간중간 나오는 꼴같잖은 10대의 허세같은 세세한 부분을 지나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 읽고 나니 베스트셀러였다는 것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 같다. 안 읽은 사람이라면 대체적으로 추천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다른건 몰라도 앞의 수업시간 내용을 잘 기억하면서 읽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지적인 허세에 해당하는 내용들은 그냥 슬쩍 지나가면서 읽어도 된다. 그냥 그렇구나~정도로 읽어야지 그 뜻을 자세히 새기면서 읽으려고 하면 소설이 너무 지루해져서 읽기 힘들다. 그리고 이 책은 미스터리물이 아니다. 물론 마지막 충격적인 대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그 반전은 우리가 추측한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지 반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것만 기대하다가는 중간의 중요한 부분을 다 놓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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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여행 - 하루 10분 일주일 에코 도서관 1
자크 르 고프 지음, 안수연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 하루 10분이면 된다..

개정 도서정가제 직전에 워낙 책을 많이 사서 요즘 책 읽는데 열을 올리는 중이다. 조금은 두꺼운 책을 읽다가 머리 좀 식힐겸 편하게 읽으려고 얇은 책 한 권 집어든 것이 이 책이다. ​역사는 워낙 관심분야라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대부분 두껍고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들이 많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다지 큰 부담감없이 읽기 시작했고, 제목처럼 한시간 남짓 한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중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본다..

보통 유럽에서의 중세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교회가 사회전반을 지배해서 신 중심의 가치관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에 인간 개개인의 삶은 퍽퍽했던 어두운 시대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저자는 카톨릭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성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중세시대를 상당히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키워드를 중심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있다. 중세의 정의부터 기사와 왕, 카톨릭과 민중들의 삶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세가 굉장히 행복하고 바람직한 사회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면도 설명을 하면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주제는 다 다루지만 깊이는 부족하다..

중세라고 했을 때 떠오를만한 중요한 주제는 다 다루고 있고 의외로 읽다 보면 조금씩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읽다 보면 중세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에 빠뜨리는 부분들도 나오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중세의 중요한 흥미요소인 왕과 기사, 교회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민중들의 생활상도 보여 준다.

하지만 그 많은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기에는 책이 너무 얇다.​ 그렇기 때문에 그야말로 주제를 살짝살짝 건드리고 간다고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수박겉핥기 식의 책이라고 폄하할 생각은 없다. 얇고 읽기 쉬운 책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중세에 대한 대강의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다.

편하게 읽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징검다리같은 책..

​이 책은 형식이나 내용으로 봤을 때 애초에 10대 초중반 정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쓴 책인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혹은 유럽)의 10대 초중반은 유럽의 중세에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읽어 나갈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그렇지 않을테니 어쩌면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중세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훑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좋은 책일 것 같다. 이해하기도 쉽고 얇아서 부담도 없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중세에 대한 몇가지 중요한 주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흥미가 생긴다면 좀더 깊이 있는 책으로 넘어가면 될 것 같다. 중고생이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중세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사람은 읽을 필요 없다. 주제를 살짝 건드리고만 가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의 중세는 적게 잡아도 1,000년이다. ​1,000년의 시간을 100페이지에 담고 있으니 10년이 한 페이지인가? 이 책을 읽다가 역사라는게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속을 살아간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책 한권이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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