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래에서 날아온 로봇
미래를 다루는 미디어는 참 많다. 어떤 영화는 행복한 유토피아를 그린다. 그리고 어떤 소설은 끔찍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다. '오리진,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이하 오리진)'은? 기본적으로 오리진에서 보는 미래는 유토피아이면서 디스토피아이다.
마음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을 원해서 만들었고 사람들은 먹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
공부를 대신 해 주는 로봇을 원했고, 사람들은 공부를 멀리하게 되었다.
출근을 대신해 주는 로봇을 원했고, 사람들은 일하지 않게 되었다.
아프지 않기를 원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몸에서 떠나 버렸다.
영원히 살기를 원했고,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떠났다.
인류는 모든 것을 이룬 유토피아에 사는 것 같았지만 모든 것을 이룬 덕분에 모든 것에서 관심이 사라졌고, 멸종의 위기에 빠져 버린 디스토피아가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미래에서 뜨거웠던 21세기를 배우기 위해서 로봇이 하나 왔다.

 

미래에서 날아온 로봇 봉투.

 

믿을 수 있는 만화가 윤태호와 대중과학계의 스타 이정모의 합작품
이런 작품이 하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많이 했었다. 그동안 발간되었던 교양만화들을 보면 서사가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아서 사실상 그림을 그린 교과서나 다름없을 때가 많았다. 아이들의 학습만화는 본 적이 없어서 좋은 책이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어른들을 위한 교양만화는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미생을 그린 스타 만화가 윤태호와 나름 과학을 소개하는데 유명한 이정모 관장의 합작품이라고 하니 관심이 끌렸다. 도대체 어떻게 지식을 전달할 것인지.. 과연 즐겁게 읽는 사이에 지식을 습득하고 호기심을 갖게 할 것인지 궁금했다. 아이디어는 정말 좋아 보인다.

 

윤태호 작가. 대표작은 이끼와 미생.

 

설정으로 시작한 첫 권.. 그리고 첫 번째 주제
첫 권은 시리즈의 전체를 설명하는 설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장대한 스토리의 원인인 봉투가 미래에서 날아와서 자신을 보낸 주인의 조상인 동구리를 만나고 회사가 진 빚에 쫒기던 동구리가 봉투를 봉황 가족에게 빼앗긴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봉원이를 돌보는 봉황의 아내 나선녀의 모습을 보면서 '보온'에 대해서 학습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단어는 호메오스타시스 Homeostasis, 항상성이다. 이렇게 첫 권의 주제는 보온이다.
처음 볼 때는 일본만화인 도라에몽의 설정이 좀 겹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래의 자손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조상에게 로봇을 보내고, 그 로봇이 조상을 만난 후 함께 산다. 도라에몽에서는 로봇이 조상을 돕지만, 오리진에서는 조상과 함께 살면서 로봇이 조상과의 삶 속에서 해결책을 얻어 가야 한다.

 

 이정모 관장.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본격 어른을 위한 학습만화, 하지만 깊이가 아쉽다
정말 예전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형용모순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인문학이 트렌드인 시대'이다. 그리고 오리진은 이런 시대에 딱 맞게 기획된 '어른을 위한 학습만화'이다. 어차피 지식은 필요하고, 수많은 지식을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습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잘 만들어지면 참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첫 권을 본 바로는 저자의 말처럼 '교양이라고 말하는 단어를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는 의도가 잘 반영됐다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설정을 보여주는 첫 권이라 충분히 다루지 못했을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봉투는 미래에서 온 자기학습능력이 있는 로봇이다. 인간으로 치면 5~6세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만화로서의 재미는?
설정 자체에 좀 무리함이 있어 보이는데, 그건 만화니까 그 속의 세계에서 해결하면 되는 문제니까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이 만화책이라는 걸 생각하면 만화로서의 재미도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를 설정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냄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것은 보이는데, 딱히 인물들이 (아직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통의 학습만화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윤태호라는 작가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것 역시 좀 아쉬운 점이다.

 

 좋겠다.......

 

하지만 기대는 해 보겠다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지만 그 깊이는 예상외로 너무 얕다. 만화이기는 하나 아직 큰 재미는 없다. 내 느낌으로는 아직은 어설픈 조합이다. 하지만 이제 첫 권이니 기대는 해 볼 생각이고 앞으로 2~3권 정도는 더 사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후에 판단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작가가 윤태호이기 때문이다. 몇 권 더 보고 괜찮다 싶으면 계속 살테고, 아니다 싶으면 덮어버리면 되니까.


오리진이 저스툰이라는 웹툰 플랫폼을 통해서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책을 산 이후에 알았다. 그리고 처음 시작부터 100권을 쓸 것을 다짐하고 시작하는 엄청난 프로젝트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이미 다음 권들의 주제가 나와 있다. 에티켓, 돈, 상대성이론, 지도, 노화, 기원전후, 열쇠, 아름다움, 알파벳까지 나와 있다. 아마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인 상대성이론과 지도, 기원전후, 아름다움, 일파벳 정도를 읽어 보면 이 책을 계속 응원하게 될지 그냥 잊어버릴지 판단이 설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학습만화'이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으면서 약간의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이나 지식에 대한 흥미가 필요한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이 읽기에도 무난하다. 독서력이 평균이상이면 초등학교 고학년도 읽을 수는 있을 테지만 어른들의 사정이 좀 나오므로 오히려 그 부분이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추천.
지식을 깊이있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첫 번째 권은 그다지 추천하기 어렵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그다지 깊이있는 지식이나 교양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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