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혁신학교에 간다 - 대한민국 희망교육
경태영 지음 / 맘에드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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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들어 교육제도와 관련하여 혁신학교라던거 대안학교, 교장공모제, 자율형 공립고, 입학사정관제와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입시와 워낙 연관이 많은 때문이진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제법 많은데요. 이번에 접한 [나는 혁신학교에 간다]는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혁신학교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교육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라는 문구처럼 혁신학교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는 혁시학교에 간다]에서는 경기도에 위치한 일부 혁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초,중,고등학교 모두에 적용되고 있으며, 경쟁률 또한 8대 1에 이른다고 합니다. 

[나는 혁신학교에 간다]에서 만난 수많은 혁신학교와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 학생, 학부모 모두가 삼합일체가 되어 노력하는 모습에 참 많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고양 서정초등학교 이우영 교장 선생님 인터뷰 중에서(113페이지)
혁신학교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수평적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사 위에 교장.교감이 있는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로 바꾸어야 합니다. 혁신학교가 연착륙하려면 리더인 교장이 혁신학교를 만들려는 의지와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교장은 교사들로부터 대접받는 것을 포기해야 돼요. 혁신학교는 선생님들에게 돌려줘야 하거든요. 학교를 교장이 주인이 아니라 교사가 주인인 학교로 만들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에게 교육과정 운영이라든지 모든 결정권을 돌려줘야 하거든요. ....교장은 경영적 리더십과 섬김의 리더십 마인드가 있어야 되요....또 혁신학교는 버리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다음은 혁신학교를 통해 느낀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시흥 장곡중학교 박현숙 교사
’ㄷ자형으로 교실 형태를 바꾸었더니 수업도 바뀌더라’

그동안은 혼자 일방적으로 떠들고, 아이들이 무얼하는지 몰랐는데 ㄷ자형으로 바꾸었더니 아이들의 활동이 늘어 수업하기가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또 수업내용을 따라오지 못해서 어쩔줄 몰라 했던 아이들도 앞, 옆 친구와 함께 공부하니까 딴짓을 하거나 멍하게 그냥 있는 아이들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설렁 딴짓 하는 아이가 있더라도 얼른 가서 도와줄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혁신학교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교사,학생,학부모와의 소통과 열린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위에서 소개한 시흥 장곡중학교 교장,교감선생님은 행정업무와 공문을 전담하며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 공문 전담 직원을 채용해 교사들을 업무에서 해방하게 함으로써 교사는 오롯이 수업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더 잘 가르칠까의 문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고양 덕양중학교 경우에는 인근 항공대 ’대학생 멘토링’ 제도를 도입하여 활성화에 성공한 혁신학교로 기억에 남습는다. 또한 용인 흥덕고등학교의 경우 비평준화 지역의 신생학교로의 어려움을 교장 선생님 이하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감동으로 전해지는 마음 따뜻한 학교입니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심과 학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비롯될 때 우리의 공교육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교육환경의 제도 아래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희망교육’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되어집니다. 그런면에서 ’혁신학교’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희망교육’의 선두가 되어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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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단배 떠가네 - 오늘 하루,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111가지 인생의 지혜
손명찬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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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같은 ’에세이’를 만났습니다. 그러고보니 [꽃단배 떠가네]라는 제목부터가 이미 처음부터 시적인 책이었네요. [꽃단배 떠가네]는 저자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지혜를 시와 산문으로 전해주는 책이랍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른 느낌의 표지에서부터 이미 마음은 편안해집니다. 그야말로 유화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예쁜 책을 손에 쥐고는 저자가 전하는 인생의 지혜로 여행을 떠납니다.

[꽃단배 떠가네]를 읽는 내내 깨달음의 지혜도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와 시적인 문구로 표현할 수가 있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저자의 지혜로운 말들은 머리말에 달린 짧은 글귀를 읽으면서 더욱 감동 받게 될 때가 많습니다.



<스타를 보는 즐거움> 중에서 (본문 170페이지)

사회학에는 ’거울 자아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가족, 동료, 상사 등)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말 그대로 된다는 겁니다.
당신의 ’그들’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생각해 주세요. 품격 높은 사람! 매력이 넘치는 사람! 프로 중의 프로! 최고의 스타!

흔쾌히 인정해 주는 겁니다. 심지어 그렇게 되도록 당신이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좋은 일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 당신도 슈퍼특공대의 일원으로 초대됩니다. 
당신의 회사는 목표를 넘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나날들이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도 놀랍게 발견한 모습을 ’거울’에서 만나게 됩니다. 

스타가 되고 싶으세요? 당신이 먼저 엄지를 들어 주세요.

대중의 사랑을 받고 탄생한 스타도 따지고보면 남들이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스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인정받는 것 만큼 행복하고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상대방을 인정하고 칭찬을 표현하는데에는 인색하지는 않은지... ’스타가 되고 싶다면 당신이 먼저 엄지를 들어 주세요’라는 저자의 한 마디는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닿는 글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예전에 읽었던 자기계발서 내용 중에서 ’자신의 주변 사람의 연봉이 곧 자신의 연봉과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흔히 주위에 성공한 사람이 많으면 자신도 그 성공한 사람의 생활습관이나 마인드를 닮아간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자연스레 성공한 사람들처럼 자신 또한 그러한 위치에 우뚝 서 있다고 합니다. 성공한 이들을 보면 누군가를 성공의 멘토로 우상화하고 그대로 닮아가려 노력한 이들이 많음을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를 보는 즐거움>을 읽으면서 참 많이 공감하고 소중하게 다시한 번 본문 한 줄 한 줄을 되새겨보게 됩니다.

저자만의 시적인 지혜로움에 감동을 받았던 <엉겅퀴와 가시>라는 글을 소개하며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지혜로움이 선물로 전해졌으면 합니다.

<엉겅퀴와 가시> 본문 154페이지

상대의 단 한 가지 장점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의 무수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 단점을 극복 못해 번번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충분치 못하지만 하나의 답을 얻고 벌써 난관을 돌파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답을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족스런 답을 더 얻을 때까지 꼼짝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엉겅퀴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줄기는 나물로, 뿌리는 약으로 내어 주는 삶을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게다가 바쁜 중에도 제 꽃을 당당히 피워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엉겅퀴 가시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곡을 찔러 주는 것을 아량이라 믿으며 콕콕, 상처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손대면 뭐든 얽히고설키게 해 놓고는 말입니다. 
자꾸 그러면, 진짜 엉겅퀴 가시가 친구 하려고 들 겁니다.

내 가시부터 인정해야 엉겅퀴로서의 삶이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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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 - 행복을 유예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안주용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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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엄친딸'의 표상이었던 한 여성이 있다. 엘리트 과학도의 삶을 버리고 인도의 라다크에서 자유의 삶을 선택한 그녀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꽤나 의외였다. 하지만, [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를 통해 만난 그녀를 점점 알아갈수록 더 없이 멋지고, 당당하고, 그야말로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진정으로 멋진 그녀를 만나게 된다. 



사실 '엄친딸'이라고 하기엔 담배를 피운다고 고백하는 그녀에게서, 고등학교 시절 일탈을 강행한 기숙사 사건이나, 스스럼없이 남자친구와 모텔을 드나들었다던 그녀의 고백은 꽤나 의외이고 충격적이었다. 아니 너무도 스스럼없이 솔직한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럼 잠시 주인공 그녀의 '빛 좋은 살구' 스펙을 읊어 볼까? 서울과학고와 포스텍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극지연구소 바이오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다 연구소를 그만둔 후, 드디어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행 중 한 남자를 만나 나이와 국적을 제대로 초월한 사랑을 시작한다. 그리고 인도 라다크를 비롯 그와 함께 지구 곳곳을 떠돌며 인터넷 일터에서 양식을 얻는 현대판 유목민, 자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꿈꾸던 자아상은 남들이 칭찬하거나 우러러보거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었고, 나의 자아라고 믿고 있었던 것은 나를 바라보는 남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허상이었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실체로서의 자아는 없었다. 남들이 나를 칭찬하는지 무시하는지 부러워하는지 비웃는지에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일희일비하는 동안 정작 내 심장이 뛰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다. (본문 102페이지 중)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끄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실제 친정부모님도 주인공 부모님처럼  자식들의 행복보다 체면치레를 중시함을 실감할 때가 있었다. 본문 중에 주인공 부모님께서 딸을 설득하려 혹은 강제로 고국으로 데려가려 인도행을 강행하는 장면에서 마지막 장면에선 섬뜩함까지 느꼈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부모님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끝까지 자신의 진정성을 설득하고자 하는 그녀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실제로 현실에 부딪쳐 살다보면  남의 눈치보느라, 부모님 실망에 주저하며 정작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정말 그것보다 불행한 인생은 없을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면에서 [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를 읽게 될 많은 청춘들에게는 틀림없는 자극제가 되어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롯이 올바른 가치관으로 자신을 위한 삶, 자신의 행복을 펼쳐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없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이다. 



- 쉽게 살겠다는 말이니.
- 단순하게 살겠다는 거야.
- 포기하겠다는 말이니.
- 가짜를 포기하고 진짜에 도전하겠다는 거야.
- 도망가겠다는 말이니.
- 더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거야. 자유로부터.
- 엄마의 사랑이 너에겐 자유의 감옥이었니.
- 둥지를 떠날 때가 되었을 뿐이야.
(본문 181페이지 중)

아빠는 어느새 다시 수저 반복 운동을 계속했다. 아무 말 없이 끈기 있게 밥그릇을 비우고 오빠와 나는 서둘러 각자의 방으로 내빼기 시작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저녁식사를 같이하지 않으면 가족들 얼굴 한 번 마주하는 일 없이 며칠이 지나가기 일쑤였다. 집 밖에서 우리는 모두 바빴고 집 안에서 우리는 모두 피곤했다. 대화를 나누고 눈을 맞추고 살과 살을 부딪치며 서로 마음을 나눌 시간도, 여력도, 경험도 우리에겐 없었다.  (본문 282페이지)

이런 가정의 모습... 왠지 익숙한 모습처럼 느껴진다. 우리집 모습은 과연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고민을 하게 한 대목이기도 하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인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반면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차분히 감정을 표현하는 연인 믹의 화법에 낯설고도 놀라웠다는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점차 자신이 아닌 대상도 사랑하게 되었고, 더 이상 가짜가 아닌 진짜를 찾기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표현하기 힘들지만 [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참 소중한 것들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임을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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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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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을 읽는 동안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 때문인지 참 부지런히도 책을 펼쳤다 덮었다 반복했던 소설이었다. 그건 소설이 지루하거나 딱딱해서도 아니고 재미없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29살 여주인공이 나무와 꽃과 잎을 그리는 계약직 세밀화 작가로 취직하여 첩첩산중에 게다가 삼엄한 경비 속에 군부대를 통과해야하는 근무지 수목원 이야기는 누구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평범한 20대 여주인공의 모습을 뒤로 한 채 그려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주인공이 20대 여성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놀라울 때가 많다.  

세밀화 작가로서 그녀가 풀어내는 식물의 묘사는 기가막히게 세밀하고, 아주 익숙할만치 자주 등장하는 안요한 실장과 부자 이야기는 그녀만이 3자의 입장에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된다. 말미엔 궁금했던 안요한 실장의 예상치 못한 이혼사유가 밝혀지는 반전에 짜릿하고,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왠지 안쓰럽다. 

심신이 망가진 채 가석방 된 그녀의 아버지와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녀의 어머니 모습도 애잔하고, 효녀도 아닌 그렇다고 불효자는 더더욱 아닌 딸자식 노릇하는 그녀의 모습도 애잔하다. 

젊은 날의 숲에서의 1년 남짓 이야기는 그러고보면 참 길고도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유해발굴단 이야기를 통해 잊혀져가는 역사를 돌아보게 되고, 그렇게 50년 이상의 시체가 DNA감식을 통해 다시금 이름을 찾게 되기도 하고 유품으로 주소 없는 편지가 발견되기도 한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이름과 유해를 찾게된 상등병 박창수는 그렇게 죽어서나마 이름을 남기고, 유해를 발굴한 성과를 낸 살아있는 이들은 또다른 이름으로 특진의 기회를 누리는 얽히고 설킨 이들의 이야기 역시 스물 아홉의 여주인공의 시선으로 들려준다. 

김훈의 손끝에서 꽃이 열리고 숲이 열리고 사람이 열린다!는 표지의 글귀는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친절한 문구가 되었다. 풍경과 풍경,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김훈 작가가 들려주는 문장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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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왈 曰曰 - 하성란 산문집
하성란 지음 / 아우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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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왈]을 통해서 하성란 작가가 등단 15년 만에 첫 산문집을 내놓았다는데 나는 ’하성란’이라는 이름 석자가 너무도 낯설었다. 그녀의 화려한 등단이력이 나열되자 이름 석자 조차도 낯선 내가 왠지 미안해질 정도였다. 반면 마치 숨은 진주를 찾은 양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그렇게 [왈왈]은 하성란 작가와의 첫 만남을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었다. 



나는 작가의 작품 만큼이나 에세이도 좋아라 한다. 에세이는 작품과는 또 다르게 오롯이 작가의 삶과 생각이 묻어나기에 에세이를 읽고나면 전보다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어쩌면 작가의 자전소설을 읽는 느낌과 비슷할 수 도 있겠다.

산문집을 읽다 하성란 작가와 나의 공통점을 만나 반가웠다. 9살 터울의 남매를 키우는 나보다 하성란 작가는 더욱 심한 터울의 자녀를 두었다. 작년에 두 돌을 넘긴 늦둥이라니 아마도 우리집 늦둥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층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 내가 알고 있는 김별아 작가 이야기가 등장할 때면 나름대로 김별아 작가의 성격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즐거웠고, <냉장고 안에서 길을 잃다>를 읽으면서 검은 비닐 봉투의 정체를 두려워하는 이는 비단 나만이 아니었음에 실소를 머금기도 하고, 겨우 100원짜리 동전이 인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카트> 이야기에 수긍하면서도 왠지 씁쓸해진다. 아뭏던 같은 주부의 입장에서 읽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들이 그러고 보면 참 많았던 에세이가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된다. 



<화성과 금성의 거리>를 살펴보자.  58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도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하고, 58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그 자리에서 맴도는 남자와 여자는 정말 화성에서 온 할아버지와 금성에서 온 할머니가 되었다는 말이 맞나보다. 


 
때론 정년이 없는 작가는 말년도 없다는 하성란 작가의 일목요연한 논리에 감탄도 하고, 책장을 넘길 수록 점점 검정 인쇄 글자보다 파랑 인쇄 글자의 수가 많아지는 걸 느끼는 재미도 쏠쏠한 재미난 에세이다.  어떤 이야기든 한 페이지를 넘기는 법이 없는 650자 본능으로 짖어댄 그녀의 산문집 [왈왈]에 빠져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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