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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 - 행복을 유예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안주용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흔히 말하는 '엄친딸'의 표상이었던 한 여성이 있다. 엘리트 과학도의 삶을 버리고 인도의 라다크에서 자유의 삶을 선택한 그녀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꽤나 의외였다. 하지만, [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를 통해 만난 그녀를 점점 알아갈수록 더 없이 멋지고, 당당하고, 그야말로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진정으로 멋진 그녀를 만나게 된다.
사실 '엄친딸'이라고 하기엔 담배를 피운다고 고백하는 그녀에게서, 고등학교 시절 일탈을 강행한 기숙사 사건이나, 스스럼없이 남자친구와 모텔을 드나들었다던 그녀의 고백은 꽤나 의외이고 충격적이었다. 아니 너무도 스스럼없이 솔직한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럼 잠시 주인공 그녀의 '빛 좋은 살구' 스펙을 읊어 볼까? 서울과학고와 포스텍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극지연구소 바이오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다 연구소를 그만둔 후, 드디어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행 중 한 남자를 만나 나이와 국적을 제대로 초월한 사랑을 시작한다. 그리고 인도 라다크를 비롯 그와 함께 지구 곳곳을 떠돌며 인터넷 일터에서 양식을 얻는 현대판 유목민, 자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꿈꾸던 자아상은 남들이 칭찬하거나 우러러보거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었고, 나의 자아라고 믿고 있었던 것은 나를 바라보는 남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허상이었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실체로서의 자아는 없었다. 남들이 나를 칭찬하는지 무시하는지 부러워하는지 비웃는지에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일희일비하는 동안 정작 내 심장이 뛰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다. (본문 102페이지 중)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끄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실제 친정부모님도 주인공 부모님처럼 자식들의 행복보다 체면치레를 중시함을 실감할 때가 있었다. 본문 중에 주인공 부모님께서 딸을 설득하려 혹은 강제로 고국으로 데려가려 인도행을 강행하는 장면에서 마지막 장면에선 섬뜩함까지 느꼈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부모님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끝까지 자신의 진정성을 설득하고자 하는 그녀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실제로 현실에 부딪쳐 살다보면 남의 눈치보느라, 부모님 실망에 주저하며 정작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정말 그것보다 불행한 인생은 없을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면에서 [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를 읽게 될 많은 청춘들에게는 틀림없는 자극제가 되어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롯이 올바른 가치관으로 자신을 위한 삶, 자신의 행복을 펼쳐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없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이다.
- 쉽게 살겠다는 말이니.
- 단순하게 살겠다는 거야.
- 포기하겠다는 말이니.
- 가짜를 포기하고 진짜에 도전하겠다는 거야.
- 도망가겠다는 말이니.
- 더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거야. 자유로부터.
- 엄마의 사랑이 너에겐 자유의 감옥이었니.
- 둥지를 떠날 때가 되었을 뿐이야.
(본문 181페이지 중)
아빠는 어느새 다시 수저 반복 운동을 계속했다. 아무 말 없이 끈기 있게 밥그릇을 비우고 오빠와 나는 서둘러 각자의 방으로 내빼기 시작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저녁식사를 같이하지 않으면 가족들 얼굴 한 번 마주하는 일 없이 며칠이 지나가기 일쑤였다. 집 밖에서 우리는 모두 바빴고 집 안에서 우리는 모두 피곤했다. 대화를 나누고 눈을 맞추고 살과 살을 부딪치며 서로 마음을 나눌 시간도, 여력도, 경험도 우리에겐 없었다. (본문 282페이지)
이런 가정의 모습... 왠지 익숙한 모습처럼 느껴진다. 우리집 모습은 과연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고민을 하게 한 대목이기도 하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인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반면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차분히 감정을 표현하는 연인 믹의 화법에 낯설고도 놀라웠다는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점차 자신이 아닌 대상도 사랑하게 되었고, 더 이상 가짜가 아닌 진짜를 찾기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표현하기 힘들지만 [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참 소중한 것들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임을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