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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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을 읽는 동안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 때문인지 참 부지런히도 책을 펼쳤다 덮었다 반복했던 소설이었다. 그건 소설이 지루하거나 딱딱해서도 아니고 재미없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29살 여주인공이 나무와 꽃과 잎을 그리는 계약직 세밀화 작가로 취직하여 첩첩산중에 게다가 삼엄한 경비 속에 군부대를 통과해야하는 근무지 수목원 이야기는 누구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평범한 20대 여주인공의 모습을 뒤로 한 채 그려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주인공이 20대 여성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놀라울 때가 많다.  

세밀화 작가로서 그녀가 풀어내는 식물의 묘사는 기가막히게 세밀하고, 아주 익숙할만치 자주 등장하는 안요한 실장과 부자 이야기는 그녀만이 3자의 입장에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된다. 말미엔 궁금했던 안요한 실장의 예상치 못한 이혼사유가 밝혀지는 반전에 짜릿하고,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왠지 안쓰럽다. 

심신이 망가진 채 가석방 된 그녀의 아버지와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녀의 어머니 모습도 애잔하고, 효녀도 아닌 그렇다고 불효자는 더더욱 아닌 딸자식 노릇하는 그녀의 모습도 애잔하다. 

젊은 날의 숲에서의 1년 남짓 이야기는 그러고보면 참 길고도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유해발굴단 이야기를 통해 잊혀져가는 역사를 돌아보게 되고, 그렇게 50년 이상의 시체가 DNA감식을 통해 다시금 이름을 찾게 되기도 하고 유품으로 주소 없는 편지가 발견되기도 한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이름과 유해를 찾게된 상등병 박창수는 그렇게 죽어서나마 이름을 남기고, 유해를 발굴한 성과를 낸 살아있는 이들은 또다른 이름으로 특진의 기회를 누리는 얽히고 설킨 이들의 이야기 역시 스물 아홉의 여주인공의 시선으로 들려준다. 

김훈의 손끝에서 꽃이 열리고 숲이 열리고 사람이 열린다!는 표지의 글귀는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친절한 문구가 되었다. 풍경과 풍경,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김훈 작가가 들려주는 문장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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