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 曰曰 - 하성란 산문집
하성란 지음 / 아우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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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왈]을 통해서 하성란 작가가 등단 15년 만에 첫 산문집을 내놓았다는데 나는 ’하성란’이라는 이름 석자가 너무도 낯설었다. 그녀의 화려한 등단이력이 나열되자 이름 석자 조차도 낯선 내가 왠지 미안해질 정도였다. 반면 마치 숨은 진주를 찾은 양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그렇게 [왈왈]은 하성란 작가와의 첫 만남을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었다. 



나는 작가의 작품 만큼이나 에세이도 좋아라 한다. 에세이는 작품과는 또 다르게 오롯이 작가의 삶과 생각이 묻어나기에 에세이를 읽고나면 전보다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어쩌면 작가의 자전소설을 읽는 느낌과 비슷할 수 도 있겠다.

산문집을 읽다 하성란 작가와 나의 공통점을 만나 반가웠다. 9살 터울의 남매를 키우는 나보다 하성란 작가는 더욱 심한 터울의 자녀를 두었다. 작년에 두 돌을 넘긴 늦둥이라니 아마도 우리집 늦둥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층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 내가 알고 있는 김별아 작가 이야기가 등장할 때면 나름대로 김별아 작가의 성격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즐거웠고, <냉장고 안에서 길을 잃다>를 읽으면서 검은 비닐 봉투의 정체를 두려워하는 이는 비단 나만이 아니었음에 실소를 머금기도 하고, 겨우 100원짜리 동전이 인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카트> 이야기에 수긍하면서도 왠지 씁쓸해진다. 아뭏던 같은 주부의 입장에서 읽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들이 그러고 보면 참 많았던 에세이가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된다. 



<화성과 금성의 거리>를 살펴보자.  58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도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하고, 58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그 자리에서 맴도는 남자와 여자는 정말 화성에서 온 할아버지와 금성에서 온 할머니가 되었다는 말이 맞나보다. 


 
때론 정년이 없는 작가는 말년도 없다는 하성란 작가의 일목요연한 논리에 감탄도 하고, 책장을 넘길 수록 점점 검정 인쇄 글자보다 파랑 인쇄 글자의 수가 많아지는 걸 느끼는 재미도 쏠쏠한 재미난 에세이다.  어떤 이야기든 한 페이지를 넘기는 법이 없는 650자 본능으로 짖어댄 그녀의 산문집 [왈왈]에 빠져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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