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전날 향락의 자취인 싸구려 양주 냄새를 풍기며 누워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미스터 몽크 에피소드와 [어려운 시절]을 뒤적였다. 허리아파, 이제 날도 따스하니 주말엔 등산도 좀 다니고 하며 허리근육을 강화해야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참 리뷰를 쓰고 싶지만, 쓸 게 없는 책이다. 보면서 낄낄대다가 또 어느 즈음에선 졸고 있고, 알 수 없는 용어와 수식들이 가득한 텍스트를 읽고 있는 꿈을 꾸다가 깬다. 웃으면서 졸고있는 것도 웃기고, 책읽다가 졸면서 또 그 책을 읽고 있는 꿈을 꾸는 것도 웃긴다. 귀여워. (?!!)

합본이라서 그런지 약간 지치는 기분이다.
엄마는 그렇게 두꺼운 책도 읽느냐며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지만 이 책의 내용이 이렇게나 황당하고 웃기고 쓸데없는 이야기란 걸 알아도 놀란 눈으로 바라볼까..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은 표지부터 엄청 우울한데, 굉장히 비싸다.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며 시간이 떠서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샀는데, 작은 책이 가격이.. ㄷㄷ

표지부터 엄청나게 우울한데, 좀 웃긴다. 어두운 내용이지만 알 수 없는 유머감각에 자꾸 웃었는데 이게 나 혼자 웃긴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몇개 어렸을 적에 읽고선,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쓰는 작가란 편견이 생겨서 커서는 잘 읽지 않게되었는데 전혀 아니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보며 다시금 확신하는 중이다. 

원래는 책이나 영화같은거 왔다갔다하면서 보는 스타일 아닌데, 요즘들어 자꾸 왔다갔다하니까 집중하기도 힘들고 정도 더 안붙고 그런 것 같다. 뇌의 노화가 시작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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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1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킨스책은 왜 비쌀까요?

Forgettable. 2009-03-16 15:36   좋아요 0 | URL
ㅋㅋ저 지금 휘모리님 서재 갔다오는길인뎅 ㅎㅎ
디킨스 책이 보통 비싼 편인가요? 전 처음 사보는거에요, 그러고보니 완역된 작품도 잘 없는 것 같아요.
휘모리님은 오늘같은 황사의 월요일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전 죽겠어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3-16 16:03   좋아요 0 | URL
전 밖에 안나가고 버티는 중입니다.
아니 저 디킨스책이 왜 비쌀까 궁금해한겁니다.
고급양장본 뭐 그런건가요?

Forgettable. 2009-03-16 16:07   좋아요 0 | URL
아뇨 그냥 페이퍼백이에요- 크기도 작고 페이지수도 많은것도 아닌데.. 정말 이상하죠-
만삼천원이라니..!

아 오늘같은날 집에서 버텨야 하는데 ㅋㅋㅋ 목이 칼칼해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7 08:15   좋아요 0 | URL
만삼천원!! 경악
전화해봐야겠군요 --;;

2009-03-16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6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6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물로 받은 도록이 책상 서랍 안에서 잠자고 있고, 주말에는 절대 갈 수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결국 전시회 마지막 날에 가게 됐는데, 난 항상 평일에 서울로 산책나갈 때마다 평일에 왜이리 노는 사람이 많냐는 의문에 휩싸여서 어지러워 한다. 

어젠 정말로 공짜표 마지막날이어서였는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이 없는 그림을 피해다니며 보느라고 지그재그 역행도 서슴치 않는 엄격한 예의범절을 지키며 나름대로 그림과 소통을 하고 왔다. 몇달동안 도록을 열고 싶어서 무지 고민했는데, 역시 안보고 가길 잘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림 자체로의 그림과의 이야기가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보다 더 좋아.  

어제 도록을 선물해주신 분이 어떤 그림을 좋아하냐고 하셔서 나는 이 그림들을 떠올리며, 어떤 그림은 튀어나올 것 같고 어떤 그림은 그림을 보다가 눈을 감고 싶다고 했다. 

    
글렌 브라운 [건축과 도덕]                                           피에르 보나르 [꽃이 핀 아몬드 나무] 

[건축과 도덕]은 첫번째 방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저 꽃들이 튀어나와 있어서 (시각적으로) 약간 놀랐다. 그래서 그림이 뚫어질 정도로 계속 보며 매직아이 놀이를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난 국화도 참 좋아하는데, 옆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까지 고려해본다면 아무래도 흰 꽃이면 다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다. 원제는 [Architecture and morality]인데, 건축과 도덕이라고 번역해놓은 건 너무 딱딱하지 않은가 싶다. 철학이나 미학을 공부할 때의 Architecture와 Morality는 건축이나 도덕보다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는데(예를 들면 형상, 만듦새, 윤리, 옳고 그름의 가치 기준 등등?? 이런 것도 사실 내겐 정의보다는 단어에 대한 느낌이 중요하다) , 그래서인지 원제가 더 좋았다.  

이 두 그림은 전혀 사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건축과 도덕]은 사진이라도 해도 믿을 정도로 그림이 튀어나올 것 같다. 그에 반해서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30초를 보니 멍해지면서 눈을 감고 싶었다. 하이힐을 신어서 눈을 감으면 비틀거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잠시 했지만 자세를 곧추세우고 눈을 감으니 하얀 꽃이 핀 나무가 서 있고 바닥에는 이름모를 노랑빨강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어떤 장소가 바로 떠오른다. 내가 도시락 싸서 돗자리와 책 몇권을 갖고 봄소풍 가고 싶은 장소라며 평생을 기다려 왔던 곳이랄까..   


발튀스 [나무가 있는 풍경] 

이 그림은 차가운 현실이 쫙쫙 금이 가며 깨지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괜히 두근거렸다. 저 배경의 무심한 직선들이며 로보트같아 보이는 사람, 쌀쌀한 날의 햇살 한줄기가 조각조각 깨지기 시작했다. 난 사진을 찍을 때 괜히 나무를 한 구석탱이에 집어 넣는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 불규칙한 이질감이 좋고, 사진에는 방해가 될지언정 자연 자체로는 방해는 커녕 조화로운 구성품의 일부이기 때문인데, 그런 내 마음이 이 그림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다. 

 
라울 뒤피 [탈곡] 

라울 뒤피의 바이올린 그림은 화가되기 참 쉽다-라고 생각했던 작품 중의 하나였는데(유독 이번엔 그런 작품이 많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작품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현대작품을 볼 때는 진부하지 않기를 바라며 보기에 바이올린 그림은 좀..) 이 [탈곡]은 엄청나게 매력적이었다. 이 사람들의 활기찬 역동성, 하지만 존엄성이 전혀 부여되지 않은 흐릿하고 투명한 형체들,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사랑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노동의 아름다움만을 강조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게 너무 환상적이라 그림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나란 앤 좀 나와 반대적 성향을 가진 것들에 더 매혹되기 마련이니.. 

      
모리스 키슬랭 [과일이 있는 정물]                                 조르주 브라크 [바니타스] 

철저하게 극과 극에 있는 이 두 작품이 정물 중에서 가장 좋았다. 퐁피두전에는 브라크의 작품이 무진장 많았는데 흐릿한 형체와 색깔, 모호한 느낌은 정말 별로인라고 생각해서 박효신이나 박화요비의 노래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브라크의 그림들이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사람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딱 한 작품, [바니타스]는 참 좋았다. 흐릿하고 모호한 기법으로 해골을 그리는 것만큼 어울리는 게 또 있을까! 원래 해골 그림을 참 좋아하는데 이 그림은 브라크가 누군지도 모르고 좋아하던 그림이라 참 반가웠다. [과일이 있는 정물]은 참 청명한 기분이 들게하는 그림이었다. 거칠고 어두운 정물화들 사이에서 홀로 빛나고 있어서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과일의 완벽한 구형과 빛, 환상적인 색감이 어두운 전시실에서 불타고 있다. 


피카소 [누워있는 여인] 

꺅, 럭셔리하다!!
난 그림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뭐 역사나 비평 이런것들에는 무지하기 때문에 모두가 극찬하는 피카소라도 무조건적인 존경을 보내지는 않아왔다. 사실 모니터나 책으로 보는 건 실제로 보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너무나도 유명한 피카소의 그림이라도 그냥 그런갑다 했었다. 그런데 이 그림은! 엄청나게 고급스럽다. 처음 보는 그림이었는데 작은 캔버스에 담긴 여인의 모습이 나는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너무 높은 그곳에 있는 것 같아서 놀랐다. 지금 모니터로 보고 있으니 다시 그 감흥이 사라지려고 하는데, 여인의 속눈썹, 손가락, 꽃을 쥐고 있는 모양새 하나가 너무 고급스러워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라디미르 두보사르스키 & 알렉산더 비노그라도프 [풀밭 위의 점심식사] 

이 그림은 왠지 웃겨서 보면서 약간 피식거렸다. 벌거벗은 사람들과 사자(!), 사슴(!!), 기린(!!!) 그리고 저 알수 없는 왼쪽 아래의 고양이같은 여우라니, 아- 문명인처럼 생긴 원시인의 세상에 갑자기 쳐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이랄까, ㅋㅋ 가까이 가보니 유명한 화가들의 자화상이라고 표시를 한 그림이 있다. 그걸 보자마자 진짜 혼자서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이렇게 유쾌한 작품이라니!! 푸ㅏ하하니ㅏㅜ히이ㅏㅣ! 난 정말 러시아를 사랑하게 되버릴 것 같다. 

좋았던 그림도 많았고, 그저 그런 작품들도 많았지만 일단 여기까지-  

아참, [그늘을 들이마시다]는 내 평생 최고의 설치작품이었다. 난 사실 그 안에서 좀 눈물까지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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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3-1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피, 피카소, 브라크의 바니타스, 글렌 브라운 좋았어요.
피카소의 <누워있는 여인>은 그야말로 자체발광이죠?ㅎㅎ

도록 두개 사서 표를 다 날려버린 게으른 하이드 ㅡㅜ
그나저나 날씨도 안 좋고 평일이라 사람 없을 줄 알았는데, 공짜표의 위력으로 많았나보군요. ㄷㄷㄷ

<그늘을 들이마시다> .... 고백합니다. 저, 월계수잎 kg단위로 파는 곳 찾아 놓았어요. ^^;;


Forgettable. 2009-03-14 16:09   좋아요 0 | URL
저도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집에다 놔두면 벌레생길까? 하이드님 서재에서 얼핏 본것 같은데 나도 알려달라고 할까? ㅠㅠ
[누워있는 여인]을 보면서 정말 괜히 이사람이 인기가 많은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평일인데 사람 많았어요. 교보에도 잠시 갔었는데 바글바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건지.. ㅎㅎ
그나저나 너무 아쉬워요- 데이트 기대했는데!

Kitty 2009-03-1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크의 작품은 대부분 팔레트 깨끗하게 씻지 않고 물감을 풀어서 좀 지저분해진 색같은 느낌이 나죠 ^^;;
그래서 저도 딱히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작품이 많이 왔다니 궁금하네요.
좋은 시간 되신 것 같네요. 덕분에 저도 구경 잘 했습니다 ^^

Forgettable. 2009-03-14 16:03   좋아요 0 | URL
오 저 지금 키티님 서재에 댓글남기고 왔는데 신기해요 ㅋㅋㅋ
요기 정말 색감이 죽이는 작품들이 많아서 브라크의 작품은 눈에 잘 안들어와요... 어제 집에 와서 도록을 보니 그래서 더 매력이나 의미가 있다지만 역시 전 자극적인게 더..+_+ ㅎㅎ
 

원래는 태국에서 돈 주머니 잃어버려서 울고불고하다가 와인 한병 다 마시고 취해서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혼자 TV 틀어 놓고 춤추고 놀다가 자다 깨서 팍치가 듬뿍 든 길거리 쌀국수 먹고 거의 토하고 한국 갈라고 짐싸다가 돈을 찾아서 여행을 계속했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려고 사진도 갖다붙이고 했는데 영 쓰다보니 재미도 없고 누구나 나 겪는 일 아닌가 싶어서 관뒀다. 

사진을 뒤적다가 예전에 매우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는 걸 기억해냈는데,
바로 http://www.photofunia.com/ 이곳이다. 

마음에 드는 사진 한장을 클릭하고, 내 사진을 올리기만 하면 짜잔~~  
참 쉽죠잉

>> 접힌 부분 펼치기 >>

이번 주말은 화이트데이구나. 동네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책이나 사다놓고 볼까 했는데 살 책이 없다. 요즘은 확 끌리는 책이 없어서.. 쌓아둔 책이나 끝내시오. 
그러나 책은 또 쌓아두고 보는 재미도 있어서 말이다.  

요 며칠 뭔가 쏟아내고 싶은 감정이 있는데, 쏟아낼 대상도 없거니와 있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질 않으니 잘 모르겠다.
20대의 미성숙함이라니-  

이런날 듣기 좋은 노래 Sum41_ Pain for pleasure.
라이브 무지 못한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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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12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롭고나 이내마음 뉘와 함께 돌아갈꼬?

Forgettable. 2009-03-12 17:12   좋아요 0 | URL
음, 저와 함께? :)

Mephistopheles 2009-03-1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현상금이 대체 얼마입니까?

Forgettable. 2009-03-12 17:29   좋아요 0 | URL
보시다시피 390원이에요- 싸구려에요..
그치만 이 돈을 해리포터 나라로 들고가면 엄청난 액수랍니다- 요새 환율땜에 ㅋㅋ

hanalei 2009-03-1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쉽죠잉...ㅎㅎㅎㅎㅎ

2009-03-14 0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alei 2009-03-14 14:01   좋아요 0 | URL
당연히 그런거 알바가 없죠, doggy concert라니 쯔쯔,,,

Forgettable. 2009-03-14 14:1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또 무슨말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모르는군요, 아 웃겨 ㅋㅋㅋ

요새 대끌놀이도 하시고 심심하시구나!
초콜렛은 준비 됐어요?ㅋㅋ
 

봄맞이 여행페이퍼- 

계절이 바뀌어 이제 또 한번 떠날 때가 되었으나, 재정상태가 그리 녹록치는 않다.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좀 아껴써보자는 다짐은 어느샌가 돈도 쓰고 여행도 가면 되지! 로 바뀌어서 난 파산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현상할 돈도 없어서 최근에 찍은 사진은 구경도 못하고
(사실 이건 사진관 가기 귀찮아서가 더 크다. 대신 사진관에 왔다갔다 해주던 동생이 없으니 이거야 원.. 디카를 사야하냐는 문제에 봉착하고, 사게 된다면 난 광각렌즈가 없으니 이왕 리코가 어떻겠냐는 생각까지 벌써 마무리 된 상태이고) 
2년 전, 혹은 3년 전에 경주에 갔을 때의 사진을 들쳐본다. 



누군가 어떤 꽃을 제일 좋아하냔 질문에 난 안개꽃이라고 대답했었다. 
그 땐 선물받고 싶은 꽃을 골랐던 것 같은데 
현상된 내 사진과 꽃을 봤을 때의 아드레날린 증가수치를 보면 난 목련을 제일 좋아하고, 그 다음으론 벚꽃을 좋아한다.  

아주 옛날에는 학교 옆 대공원에 가서 목련에 관한 시를 읽으며 나 또한 목련에 대한 시를 짓기도 했었다.
목련이 떨어지는 것이 비극적이다? 아름답다?는 내용의 시였는데
그 시가 매우 감명깊었으나 지금은 아무리 찾아봐도 누가 지은것인지, 어떤 내용인지 찾을 수가 없어서 
내가 지은 것에 내가 감명받았었던걸까.. 의심스럽구나. 
시를 짓는 작업은 속절없는 낙화를 지켜봐야 하는 것만큼 매우 고통스러웠다. 

              

요것은 아마도 경주의 '다보탑' 근처의 벚꽃일 것이다.
매년 벚꽃을 보러 가려고 노력은 하는데, 보면 경주랑 구례에 두번밖에 안다녀왔구나.
올해도 갈 수 있을까.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을 보면 일본의 화사한 벚꽃길이 나온다.
그 떨어지는 꽃이파리 아래서 사람들이 술마시고 노래하며 흥청망청 신나게 노는데 그런 자리라면 사람이 많아도 개의치 않고 즐겁게 놀다올 수 있을 것만 같다. (영화내용도 좋지만 그 사람들을 더 부러워하고있다는..-.- )  


 

역시 일본여행은 겨울이나 봄에!
( 참고로 위 사진은 일본의 한 벚꽃 거리의 독일인 부자이다. 아들이 술에 취해서 난동부리자 아버지는 어쩔줄몰라하는데, 난 이 이질감이 참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저기서 같이 취해서 난동부리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분명 우리나라도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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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3-1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꽃 저도 좋아해요. 불국사의 벚꽃보니 봄이 얼른 왔으면 싶어요. 요새 새순이 돋기 시작한 나무들을 보면서 매일 꽃이 피길 기다리네요.

Forgettable. 2009-03-1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너무 좋아요. 저기 갔을 때 날씨가 너무 흐려서 사진도 저모냥이긴 하지만..
어제 밤에는 비가 오는데 막 두근두근하더라구요. 어서 꽃구경을 가야할텐데!!! :)

Arch 2009-03-2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사랑 후에 남는 것들 장면인데요^^ 오홋! 신기하여라.

Forgettable. 2009-03-2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셨구나! 금방 알아보시는 분이 있으니 이 이미지 찾느라고 온 블로그를 다 돌아다닌 보람이 있군요 호호
정말 저기가서 같이 술마시고 싶지 않나요, ㅋㅋ 꽃밭에 앉아 낮술이라니..♡.♡

Arch 2009-03-2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말씀하시지^^ 있는건 아니고, 저도 온 블로그를 다 돌아다닌 보람 좀 나누려고.
남자라면 마시고 싶겠다. 흐흐(음흉한 웃음, 살짝 옆을 바라보며 앞니만 보여줘야한다.) 꽃밭에 앉아 거나한 낮술, 언젠가 같이 먹었으면 좋겠네요. 잠깐잠깐. 포가터블(이렇게 읽는거 맞음?)님 음주 습관이 어떻게 되더라~ 페이퍼 좀 확인하고. 아치는 아주 깔끔한 편이라 말이죠^^ 정말?(울기, 땡깡놓기, 드러눕기 이런거 알고만 있지 절대로 제게 해당되는게 아니라고 믿고 싶은 1人)

Forgettable. 2009-03-2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방법이 있어요 잊혀지는님도 있고 뽀게떠블님도 있고요 ㅋㅋ

저 아치님 음주습관 깔끔한편이라고해서 괄호 안에 읽기 전에는 이제 아치님서재 안가려고 했습니다. 역시 술은 취해서 폭주해야 술좀 마셨다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그리고 당연히 꽃밭에 음주라면 남자가 있어야죠, 여자끼리 무슨 맛으로 ;)
근데 쓰다보니 엄청 망나니 같군요... ㅋㅋㅋㅋ

Arch 2009-03-2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나니인데 맛이 있잖아요. 망나니스러운 맛, 긴탈을 허리춤에 차고 당장이라도 일을 낼 것 같은. 하악하악~
괄호를 넣을까, 욕먹으면 어쩌나 자제할까하다 에라잇! 지르자 했는데 역시 뽀게떠블(이거 은근 어려움)님과 통한게 있었나봐요. 자주 들르세요. 인적도 없고, 친인척도 없는(후진 유머는 그만!) 서재인걸요.

그럼 꽃피는 사월에 우리 진탕 먹는겁니다.^^ 앗흥. 저기, 동동주 좋아하세요? 전 그 과라 히~

Forgettable. 2009-03-2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온갖종류의 술 다좋지만 그중에서도 동동주가 최고에요 ㅎㅎ 다이어트한답시고 잠시이별했던 우리 동동주 ㅋㅋ아치님 서재에 비하면 제 서재는 시골변두리에있는 인적아예없는 촌이죠뭐...
꽃피는 사월에 폭음(!!!)모임 콜입니다 ㅋㅋ 대동할 꽃돌이를 물색해봐야겠어요 혼자 오바난리 ㅋㅋ 감기약 먹고 취해서 급친한척 하고있군요;;;

브리브리 2009-10-0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물여덟 봄에는 기필코 경주에 있으리라 다짐해보네요; 동반자와 함께;;

Forgettable. 2009-10-01 13:47   좋아요 0 | URL
스물여덟 봄이라면 브리쥬님 외모로 봤을때 한 5년 뒤,, 로 예상해봅니다.
솔로생활 길어지면 피폐해져요 ㅋㅋ 당장 내년봄으로 계획 체인지해주세용- (남말하고 자빠졌군여)

브리브리 2009-10-0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물여덟이 내년이라능;; 와, 진짜 큰절 받으세요. ㅠㅠ
요즘 아파트 엘레베이터 타면 주민분들이 저를 주부로도 보시던데;
암튼 제가 포겟터블님보다 한 살 많다능;;

Forgettable. 2009-10-01 18:39   좋아요 0 | URL
저 진짜 깜짝 놀란거 알죠?
왜 뜬금없이 스물여덟일까.. 했는데-_- 정말로.. 대학 마무리 하는 시점- 23~24? 정도로 봤어요.
대충격입니다 진짜로;;;;;;;;;;;;;;;;;;;;;
동안 엄청나게 부럽다능;
 

예전에 취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스터디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던 내 자소서의 문제는 '소설'이었다. 

그들은 내 자소서의 '대화체'에 아연해하며 조금 더 딱딱하게, 내 장점을 노골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며 '예병일의 경제노트'같은 사이트? 칼럼?을 소개해줬었는데 그 때 딱딱한 경제적 인간으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며 메일로 보기 등록을 해두었었다. 

지금도 매일 한통씩 메일이 오는데, 심심할 때 가끔 보면 좋다. 그리곤 마치 오늘의 유머를 보고 잊어버리는 것 처럼 잊어버린다.

내 지인들, 혹은 여느 지인보다 내 서재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더 잘 아시겠지만 나는 온리 소설. 특히나 고전에 열광하고 집착한다. 요즘은 좀 시들한가요..
더 나아가자면 아는체하거나 텅 빈 가벼움을 멋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현대작가들에게는 거의 혐오감을 갖고 있기도 한데
따라서 경제학이나 자기개발서따위에는 어느 정도의 증오를 담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따라서 오늘 무심코 이메일을 열었을 때 이 책이 눈에 들어온건 일생 일대 내 취미생활의 혁명이다!  


아웃그리닝의 경쟁력... 그린혁명은 '의무'이자 '기회'이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9.03.05)


"청정에너지 비율이 가장 높은 경제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정적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가장 저렴하다는 것은 가장 그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에드워즈는 말한다.


아웃그리닝이 경쟁 우위의 발판이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청정에너지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경주에 참여해야 한다. (466p)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영민 외 옮김, 왕윤종 감수 '코드 그린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중에서 (21세기북스(북이십일))
 

oh, interesting. 좀 더 읽어보자면-

   
  앞으로 국가들은 두 그룹으로 분류될 겁니다. 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청정연료에 의존하는 국가, 그리고 가격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국가. 어느 나라가 경쟁력을 갖게될지는 불문가지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린' 친화적인 기업이 세계적으로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게될 겁니다. 인재들이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을 선호하기도 하겠지요.

그린혁명의 의미 이해를 도와주는 흥미로운 월마트의 사례가 있습니다. 월마트는 2007년에 소형 형광등 1억 개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전력낭비의 '주범'인 백열전구를 형광등으로 대체해 그린혁명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매장에서 1억 개의 형광등을 판매한다면 회사에도 좋은 일이 되겠지요.
월마트는 그해 가을 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 목표달성은 자동차 70만 대를 도로에서 없앤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4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한 것과도 같은 효과였습니다.

낭비와 탐욕 끝에 터진 버블로 전세계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그린혁명은 중요한 화두입니다.
그리고 그린혁명이 우리에게 '의무'이자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9.03.05)


으와. 미국이 자본주의에 쩔었다지만 그래도 존경스러운 사례도 그만큼 많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 월마트의 사례는 참 멋지다. 
자본이 도구가 되는 동시에 목적이 되어 여러모로 훌륭한 결과물을 도출해낸 사례다. 짝짝짝 

물론 뭐 저 짧은 일화 속에는 담기지 않은 숨겨진 음모론이나 정치적 비밀공작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있다고 해도 용서해줄 수 있다. (내맘대로) 

나야 뭐 혼자노는걸 즐기고, 대중을 계몽하야 좀 더 나은 사회로 한발자국 보태겠다는 대단한 사명감이야 잊은지 오래이니, 
나같은 애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아웃그리닝에 손톱만큼이라도 기여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이건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 오오, '나 하나쯤 뭔가를 하거나 안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를 일생의 기준으로 삼고 아예 아무것도 안해버리던 내가 경제학 서적에 관심을 갖게 되다니 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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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0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즐겨 읽으신다면...사드 남작의 책은 당근 읽으셨겠군요.=3=3=3=3=3=3=3(집요하게 물고 늘어져보자)

이 책은 시기적절할때 나온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가카께서도 그린정책을 역설하잖아요 환경은 개판으로 만들면서.

Forgettable. 2009-03-06 11:56   좋아요 0 | URL
지금 메피님 서재갔다가 (주)제노 프릭스가 정말 상장된 회사인지 검색해보려던 차였어요!
사드의 책은 당연히 읽었지요............. [소돔120일]만 읽었습니다.
은근히 팬이기도 합니다. 물론 섹슈얼적으로 SM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거듭 강조)
제 페이퍼를 아주 자세히 살펴보시면 과거의 페이퍼에서 사드의 이름을 간간히 발견하실 수도 있어요^^;

그린정책 역설하면 모합니까. 역설이니 문제죠.
아아 대운하파면 호적파서 개국할지도 몰라요;0; 눈가리고 아웅!


하이드 2009-03-0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학쪽으론 재미있는 책들이 많아요. 최근에는 <블랙 스완>이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네요.
토머스 프리드만 역시 스타작가지요. 그나저나 아웃그리닝.. 좋은 일도 돈 있으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첫단락 읽고, 플로렌티노 아리사 생각났어요. ㅎㅎ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무엇이든지 열성을 다해 쓰는 바람에 심지어는 공식 문서마저 연애편지처럼 보였다. 그러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선적 목록에도 운율이 들어갔으며, 일상적인 상업 서신은 서정적 분위기를 띠고 있어서 위엄이 없어 보였다. 어느 날 작은 아버지는 도저히 자기가 쓴 편지라고 서명할 용기를 내지 못한 편지 다발을 들고 직접 사무실에 나타나, 조카에게 영혼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상업 서신 하나 쓸 수 없는 무능력한 인간이라면, 부두의 쓰레기나 줍도록 해라."

Forgettable. 2009-03-06 13:1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부분 알아요!
제가 일할때도 저렇게 될까봐 약간 걱정하면서 읽었던 부분이라 ㅋㅋㅋㅋ

[블랙스완]이라, 제목을 보긴 했었는데 하이드님이 재미있게 읽었다니 궁금하네요^^ (왠지 맹신)
토머스 프리드만이 스타작가군요. 역시 문외한인 제 눈까지 한번에 사로잡는 글귀라니 대단해요.
좋은 일은 돈 있으면 더 잘하지만, 저라도 돈 생기면 좋은 일 할 여력이 없어질거에요.ㅋㅋ
지금은 비록 스타킹에 구멍난걸 사무실에서 발견하곤 물풀로 땜질하고 있는 처지이긴 하지만....